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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 부실처리 신속 명확하게

SK글로벌의 부실처리 문제와 관련, 채권은행단이 청산형 법정관리를 추진키로 하면서 사태가 다시 혼미해지고 있다. 지난 주 삼일회계법인의 실사결과 청산가치가 -6조원, 실사가치가 -4조3,874억원으로 나왔을 때만 해도 청산하는 것 보다는 회생시키는 게 낫다는 평가가 있었는데 28일 채권단운영위원회는 난데없이 청산을 추진키로 했다고 밝혔다. 채권단이 이처럼 강경한 방침을 들고나온 것은 SK그룹이 성의 있는 자구계획을 내놓지 않았다고 보기 때문이다. 채권단은 SK글로벌의 모기업인 SK㈜에 대해 글로벌에 대한 1조5,000억원의 국내 매출채권 중 1조원에 대해 출자전환을 요구했으나 SK㈜측은 국내매출채권 4,500억원과 해외매출채권 4,500억원 등 9,000억의 출자전환 계획안을 제시했다. 이중 해외매출채권은 실체도 불분명해 사실상 출자전환 규모는 4,500억원에 불과하다는 것이 채권단의 판단이며 그것이 강경조치의 배경이라고 하겠다. 이에 대해 SK측은 출자전환 규모가 커지면 SK㈜의 경영이 위태로워 질 수 있으며, 임원들은 회사에 손실을 끼친 이유로 주주들로부터 배임혐의로 제소당한다고 주장한다. 부실기업을 살리기 위해 우량기업이 동반 부실화하는 사태는 막아야 한다. 따라서 SK㈜의 출자전환 규모에 대해 보다 면밀한 검토를 할 필요는 있겠으나, 주주들로부터 소송을 당할 것을 우려해 자구노력을 할 수 없다는 주장은 회사를 살리려는 의지는 없이 개인적 면피에만 급급한 자세라고 하겠다. 채권은행단도 SK글로벌의 부실에 일정부분 책임을 인정하고, 국내 매출채권 1조5,000억원중 5,000억원을 매입채무로 상계하는 양보를 했다. 채권단이 SK측의 자세에 대해 무성의하다고 불만을 말할 만도 하다. 채권단 관계자는 29일 SK글로벌의 부실이 해외부문에서 추가로 4조원이 발견됐다고 밝혔다. 이것이 사실이라면 글로벌은 청산되어야 마땅하다. 다만 석연치 않은 것은 이처럼 중대한 문제가 왜 이제야 밝혀졌느냐는 점과, 아직도 SK㈜가 출자전환규모를 늘리면 협상의 여지가 있는 것처럼 말하고 있다는 점이다. 채권확보를 위해 압박수단으로 이용하고 있다는 인상을 준다. SK글로벌의 부실처리 문제에서 중요한 것은 청산이냐 회생이냐를 명확하게 가려내 신속하게 처리하는 것이다. 청산은 SK그룹은 물론 은행권과 나아가 한국경제에 심대한 타격을 가하게 된다는 점에서 최후의 선택이 돼야 한다. 정부는 이 문제의 처리를 채권단에 맡기고 개입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밝혔다. 조흥은행 매각문제에 개입하면서 나라경제를 흔들 이런 중차대한 사안을 방관한다면 이는 직무유기에 해당한다. 때마침 노무현 대통령도 정책기조를 경제살리기에 두겠다고 선언한 만큼 정부와 채권단 기업이 이 문제 해결을 위해 머리를 맞대야 할 것이다. <최형욱기자 choihuk@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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