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시다발 FTA대비 '협상 큰틀' 만들어야 <BR>부처·民官 갈등조율 시스템 재구성 필요
| 카라피 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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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황의승 국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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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영수 전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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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원호 소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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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 더욱 늘어나게 될 FTA협상과 관련해 이해관계를 조율할 메커니즘이 너무나 미약합니다. 우리 정부가 주요 부처간 의견을 조율하고, 민간기업ㆍ단체들과 일관성 있는 협상을 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재구성해야 합니다”(김원호 대외제정책연구원(KIEP) 세계지역연구센터소장)
서울경제신문은 지난 29일 한ㆍ칠레 FTA발효 1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아돌포 카라피(Adolfo Carafi)주한 칠레대사와 황의순 외교통상부 중남미 국장, 한영수 한국무역협회 전략물자무역정보센터장, 김원호 KIEP 세계지역연구센터소장 등을 초청, 좌담회를 열었다.
이번 좌담회에선 한ㆍ칠레 FTA효과로 양국간 교역량이 크게 느는 등 긍정적 효과가 컸다는데 의견이 일치됐지만 향후 일본, 미국, 아세안 등 여러 국가와의 동시다발적 FTA추진을 위해서는 정부 부처의 행정력 보강과 민간 참여 확대 등 인프라 구축이 절실하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사회자=한ㆍ칠레FTA 발효 이후 양국간 교역량이 기대 이상으로 늘고 있습니다. 그간의 성과에 대해 평가를 해주십시오.
▦황의순 국장=한ㆍ칠레 FTA는 무역보다 양국간 무역에 직접적인 효과를 나타내 교역량이 크게 늘었습니다. 칠레에 대한 우리나라의 수출량은 지난해 32%가 늘었고, 수입은 83%가 증가했습니다. 수치상으로 보면 수출보다 수입이 더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지만 이는 지난 1년간 국제 원자재 가격이 크게 올라 칠레로부터의 주요 수입품목인 동 가격이 동반상승했기 때문입니다.
지난해 4월 1일 한ㆍ칠레 FTA가 발효된 시점은 때마침 우리나라와 중남미지역 국가간 교역이 활발해지기 시작한 시기여서 매우 시의적절했다고 봅니다. 중남미와 우리나라간 교역규모는 지난 90년대 초반 급격히 증가, 96년엔 134억 달러에 달했습니다. 하지만 이후부터 교역량이 급감했고 2003년에서야 겨우 96년 수준인 134억 달러를 회복할 수 있었습니다.
▦아돌포 카라피 주한 칠레대사=저 역시 한ㆍ칠레 FTA가 매우 성공적이었다는 데 동의합니다. 더구나 올해엔 칠레에 대한 한국의 수출은 전년보다 137.3%가 늘고 한국에 대한 칠레의 수출 역시 36.6% 증가할 것으로 예측되고 있어, 상대적으로 한국이 더 긍정적인 효과를 얻을 것으로 보입니다.
특히 칠레에 대한 한국의 수출품목은 1,190개에 달하는 반면, 칠레의 수출품목은 190개에 그치고 있습니다. 그중에서도 한국의 주력 수출품인 자동차, 전자제품, 통신기기, 컴퓨터 등은 일본 제품을 대체하고 있을 정도입니다. 한국 수출기업들은 남미지역을 새로운 시장으로 보고 적극적으로 개척하고 있어 이처럼 수출이 크게 늘고 있는 것입니다.
▦김원호 KIEP 세계지역연구센터소장=칠레에 대한 우리나라의 수출이 늘어난 것은 바람직하지만 즉시관세 철폐품목과 5~10년간의 점진과세철폐품목, 관세자유화 제외 품목간에 수출실적은 큰 차이를 보이고 있습니다. 관세 즉시철폐품목인 컬러TV와 휴대전화기 등은 수출이 크게 늘었습니다.
물론 일부 전문가들은 이 같은 수출증가는 FTA효과 때문이 아니라 지난해 칠레의 총수입이 전반적으로 늘었기 때문이라는 지적을 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거꾸로 생각해보면 우리가 FTA를 체결하지 않았을 경우 가격경쟁력에서 밀려 수출실적 증가효과를 보지 못했을 수도 있습니다. 따라서 FTA는 우리가 칠레시장에서 상대적으로 기회비용을 잃지 않는 효과를 주었다고 평가할 수 있습니다.
▦사회자=FTA효과로 칠레에 대한 수출은 크게 늘었습니다만 지난 한해 동안 1만2,000여 가구의 농가가 폐업을 신청하는 부작용도 있었습니다. 이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한영수 한국무역협회 전략물자무역정보센터장=한ㆍ칠레 FTA는 부정적 효과보다는 긍정적 효과가 훨씬 많았다는 데 주목해야 합니다. 물론 1만2,000여곳의 농가가 폐업 신청한 것은 심각한 문제입니다. 하지만 그것이 꼭 FTA 때문인지에 대해선 짚고 넘어가야 합니다.
어차피 세계적으로 개방화 바람이 부는 상황에서 농업부분의 구조조정은 피할 수 없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FTA는 농가 구조조정을 좀더 가속화시킨다는 효과를 가져올 수 있지만 그것이 농가 폐업의 직접적인 원인은 아닌 것입니다. 문제는 어떻게 부작용을 최소화하면서 농가 구조조정을 실현하느냐 입니다.
▦김 소장=지난해 정부는 농가 폐업지원에 작년에 75억의 예산을 책정했고, 올해도 150억원정도를 마련했습니다. 이는 과수농가중 60세 이상의 노인의 비율이 45%로 노령화 비중이 매우 높기 때문입니다. 일부에선 FTA발효 이후 국내 농가 피해가 예상보다는 적었다고 안심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이는 포도 등 민감한 품목에 대해선 계절관세를 적용했거나 상당기간의 이행관세를 적용했기 때문에 일어나는 단기적인 현상이 따름입니다. 앞으로 농가에 대한 FTA효과는 더욱 점진적으로 커질 것이기 때문이 우리 정부가 더 늦기 전에 농업 구조조정을 마무리해야 합求?
▦카라피 대사=김 소장의 말씀에 동감합니다. 칠레도 지난 70년대부터 농업분야의 구조조정을 겪어왔습니다. 당시엔 주로 토지분배를 중심으로 구조조정이 이뤄졌고 농업기술 향상에 대해선 지원이 많이 이뤄지지 않아 농산물 시장 개방이후 농가들은 매우 힘들게 구조조정을 진행해야 했습니다.
칠레 농가들은 이처럼게 오랜 기간 고통을 겪은 후에야 경쟁력을 갖게 된 것입니다. 이는 한국에도 좋은 시사점이 될 것이라고 믿습니다. 그동안 한국에 머물며 놀라웠던 것은 한국 농산물의 품질이 매우 높다는 것입니다.
▦김 소장=복숭아가 제외된 것은 위생기준 때문이 아닙니까?
▦카라피 대사=위생기준문제 때문이 아닙니다. 승인 과정이 너무나 길기 때문입니다. 현재 칠레는 한국에 포도와 레몬, 키위를 수출하고 있는데 이 역시도 승인 과정이 너무 길었습니다. 한국정부는 이 승인 과정을 줄여줘야 합니다.
▦사회자=FTA 발효 이후 양국간 교역은 늘었지만 칠레의 정부조달시장에 대한 우리기업의 참여나 양국간 직적투자 등은 아직 미미한 상황입니다.
▦카라피 대사=물론 한ㆍ칠레 FTA는 교역 전반에 대한 포괄적인 내용을 담고 있으므로 양국간 투자가 늘어나기를 희망합니다. 하지만 현실을 보면 칠레의 아시아 투자비율은 전체 투자비율중 3~4%에 불과하며, 그나마 주로 일본 등에 국한돼 있습니다.
▦황 국장=한ㆍ칠레 FTA발효 이후에도 양국간 투자는 크게 늘지 않은 것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앞으로 무역과 교역이 늘면 투자도 자연스레 늘어날 것입니다. 외환은행만 해도 올해중 산티아고에 사무소를 개설할 것으로 보입니다. 또 노무현 대통령이 지난해 11월 칠레 대통령을 예방한 이후 양국간 정보통신(IT)과 무역, 자원개발분야에서의 협력이 강화되는 추세입니다.
▦사회자=앞으로 여러 국가들과의 FTA추진될 수로 우리 산업 전반에 대한 구조조정이 쟁점화될 것으로 보입니다. 이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한 센터장=현재 우리정부는 여러 국가와 동시다발적으로 FTA협상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우리 산업의 구조조정을 위한 밑그림은 일본, 미국 등 거대 시장을 고려해 넓은 시각에서 그려져야 합니다.
정부 차원에서 FTA로 피해를 입을 산업에 대해 총체적이고 일관성있는 대비책을 세워야 하는 것입니다. 이런 그림 없이 협상 국가가 다를 때마다 즉흥적으로 뒤늦게 대응하면 업계의 반발을 사는 것은 물론이고 국회 비준조차 확신할 수 없게 됩니다.
▦김 소장= 협상국에 따라 좌지우지될 것이 아니라 사전에 모든 산업부문을 아우르는 장기적이고 일관성있는 구조조정 프로그램을 마련해야 합니다. 또 이처럼 산업부문별로 상충되는 갈등을 풀기 위해 이해조정 메커니즘을 만들어야 합니다.
현재 이 역할을 통상교섭본부가 하고 있는데 여러 가지 사정으로 기능이 제대로 수행되지 않고 있습니다. 따라서 앞으로는 청와대가 직접 나서서 리더십을 갖고 이해관계를 조정하는 역할을 해야 합니다.
▦황 국장=무역은 정부가 하는 것이 아니고 민간이 하는 것이므로 산업계가 협상 과정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점에 공감합니다. 정부와 민간업체가 공동으로 협력을 해나가면서 이해관계를 조정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사회자=칠레는 한국보다 FTA 선배국가입니다. 카라피 대사께선 선배국가의 입장에서 조언을 해주십시오.
▦카라피 대사=FTA는 칠레에 있어서도 매우 성공적이었습니다. 미국의 경우만 해도 칠레는 FTA를 통해 연간 6,000만 달러의 우유를 수출합니다. 또 칠레의 연어 수출은 불과 10년밖에 안됐는데도 연간 10억 달러 수준으로 성장했습니다.
이는 모두 FTA효과라고 평가하고 있습니다. 한국에서도 FTA를 통해 구조조정이 진행되면 성공적인 효과가 나타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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