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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비투자 위축에 은행권도 비상
입력2004-06-24 18:45:00
수정
2004.06.24 18:45:00
김홍길 기자
올 시설자금 공급 산은 12%·국민銀 29% 줄어<br>수신고 늘어도 돈 굴릴곳 없어 "경영 악영향"
설비투자 위축에 은행권도 비상
올 시설자금 공급 산은 12%·국민銀 29% 줄어수신고 늘어도 돈 굴릴곳 없어 "경영 악영향"
투자심리 위축과 내수경기침체 장기화로 기업들이 설비투자를 꺼리면서 은행권의 시설자금 공급액이 감소세를 지속하고 있다.
24일 금융권에 따르면 산업은행이 올들어 지난 5월 말까지 기업에 신규로 공급한 시설자금은 1조5,680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의 1조7,993억원보다 12.9% 줄었다. 국민은행 역시 올들어 지난달 말까지 신규 대출한 시설자금은 7,717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의 1조971억원보다 29.7% 감소했다.
◇은행의 시설자금 대출, 감소세 지속=시설자금 대출이 줄어들고 있다는 것은 기업들의 설비투자가 살아나지 않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산업은행의 경우 올해 시설자금 공급규모로 지난해보다 1조500억원 늘어난 6조3,000억원을 책정했으나 실제 지원되고 있는 시설자금은 지난해를 크게 밑돌고 있다. 5월에는 6,315억원으로 지난해 동월보다 늘어났지만 지난 2, 3, 4월 모두 지난해 같은 기간 공급액의 절반 수준을 밑돌았다.
산업은행의 한 관계자는 이와 관련, "예상보다 시설자금 대출 실적이 저조한 것은 사실이지만 하반기 설비자금 대출이 집중되는 것을 감안하면 연간규모로 지난해보다 작을 것이라고 판단하기는 아직 이르다"고 말했다.
그러나 하반기 경기가 더욱 악화될 것이란 우려가 확산되고 있는 것을 감안하면 시설자금 대출이 증가세로 돌아서기는 쉽지 않을 것이란 게 은행 관계자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기업은행의 한 관계자는 "최근 기업들의 대출상담은 시설자금보다는 단순 운전자금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며 "간혹 설비투자자금에 대한 대출상담이 들어오기도 하지만 대부분 노후설비를 교체하는 정도"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내수가 회복되지 않으면 기업들의 설비투자 위축현상은 장기간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고 우려했다.
◇은행, 자금운용에 어려움 커져=기업들의 시설자금 대출이 줄어들면서 은행들은 꾸준히 늘어나고 있는 수신고를 운용할 곳을 찾지 못해 부심하고 있다. 특히 1년짜리 정기예금 금리를 3%대로 인하했지만 주식이나 부동산 시장 위축으로 시중자금이 계속 유입돼 고민이 이만저만 아니다. 실제 은행권의 총수신 규모는 4월 말 현재 548조원으로 1월의 543조원보다 5조원 넘게 증가했다. 단순계산하면 매월 1조원 이상의 자금이 은행에 유입되고 있는 셈이다.
시중은행의 한 고위관계자는 "저금리에도 안정성을 선호하는 시중 부동자금이 은행에 유입되고 있지만 운용할 곳이 없다"고 말했다. 그는 "보유자금은 많지만 자금을 대출해주고 싶은 기업은 신규 투자를 하지 않고 있고 자금지원을 원하는 곳은 리스크가 너무 크다"고 덧붙였다.
◇시설자금 대출증가, 하반기에도 불투명=산업은행의 내부보고서인 '설비투자 부진원인과 활성화대책'에 따르면 기업들이 외환위기 이후 설비투자 리스크에 민감한 반응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즉 과거에는 기업들이 투자 당시의 경기와는 무관하게 10년 장기계획에 따라 투자를 해왔지만 외환위기 이후에는 경기상황이 나쁘면 투자를 꺼리고 경기가 좋아져야만 투자하는 단기적인 투자패턴을 보이고 있다는 것이다. 때문에 경기가 살아나지 않는 한 설비투자를 늘리기 어려울 것이란 지적이다.
산업은행의 한 관계자는 "지금의 추세라면 은행들의 시설자금 공급은 계속 감소할 수밖에 없다"며 "설비자금에 대한 조세감면 등을 통해 투자확대를 유도해야 한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또 기업담보대출채권을 기초자산으로 유동화증권을 발행해 이를 다시 기업에 대출재원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정책도 적극 검토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홍길 기자 what@sed.co.kr
입력시간 : 2004-06-24 18: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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