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등 유로존 9개국 신용등급 강등으로 이번 주 국내 증시의 향방도 안개 속에 빠지게 됐다. 특히 유럽재정안정기금(EFSF)에 대한 신용등급 강등 가능성까지 제기된 점은 부담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전문가들은 이번 조치가 증시에 미치는 영향이 제한적이겠지만 대외 불확실성이 상존하는 만큼 대외 이슈의 흐름에 주목하며 신중한 투자에 나서야 한다고 조언하고 있다.
15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증시전문가들은 지난 주말 결정된 스탠다드앤푸어스(S&P)의 프랑스 등 9개 유럽국가에 대한 신용등급 강등 소식이 국내 증시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인 수준에서 그칠 것으로 내다봤다. 특히 프랑스의 경우 지난해 11월말부터 강등 가능성이 주가에 상당부분 반영돼왔기 때문에 새로운 충격이 나타날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것이 지배적인 의견이었다.
실제로 이번 신용등급 강등 소식에도 불구하고 지난 주말 미국 뉴욕증시가 0.39% 하락한 것을 비롯해 영국 런던증시(-0.46%), 프랑스 파리증시(-0.11%) 등 대부분의 미국ㆍ유럽국가 주식시장의 하락률이 소폭에 그쳤다.
곽중보 삼성증권 연구원은 "시장 일부에서는 그 동안 프랑스의 신용등급이 두 단계 정도 강등될 것까지 각오하고 있었기 때문에 이번 소식이 오히려 불확실성 하나를 없앤 효과로 이어질 것 같다"며 "해외 투자자들도 미국 신용등급 강등 당시보다 이를 부정적으로만 보는 것 같지는 않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다만 이번 조치로 EFSF에 대한 신용등급 강등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점을 변수로 꼽았다. 이번에 신용등급이 강등된 프랑스와 오스트리아의 경우 EFSF의 보증국가들이기 때문에 앞으로 있을 EFSF의 신용 등급 조정에도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업계에 따르면 S&P는 이번 주말까지 EFSF에 대한 신용등급 검토를 마칠 예정이다.
전문가들은 유럽중앙은행(ECB)의 행보와 이달 30일 예정된 유럽연합(EU) 정상회담 결과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또 이탈리아, 스페인, 프랑스 등의 국채 만기가 잇따른다는 점도 고려해야 할 요인으로 꼽혔다.
이선엽 신한금융투자 연구원도 "S&P가 EFSF 신용등급 검토에 들어가는 이번주부터 투자자들의 경계감이 본격적으로 고조될 것으로 보인다"며 "EFSF 신용등급이 강등될 경우 ECB가 유로존 문제 해결에 얼마나 더 적극적인 역할을 맡는가가 증시 방향을 결정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대다수 전문가들은 증시 불확실성이 그 어느 때보다 높아진 만큼 투자자들은 당분간 증시 상황을 지켜보며 신중히 대응할 것을 당부했다. 글로벌 경제가 큰 고비를 맞은 만큼 대형 이벤트들의 결과가 하나하나 나올 때까지는 외국인ㆍ기관투자자도 쉽게 움직이기 어려울 것이라는 분석이 우세했다.
이 연구원은 "현재 유럽 위기는 경제 자체의 문제뿐 아니라 정치 이해관계까지 얽혀 있어 누구도 정확한 전망을 하기가 쉽지 않다"며 "해외 증시 투자자들도 일단 관망 자세를 유지하고 있는 만큼 당분간은 국내 투자자들도 차분히 증시 상황을 지켜보는 게 나을 것 같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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