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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수필] 인사태풍과 낙하산

李建榮(전 건설부차관)직장생활에서 가장 큰 경사는 승진일 것이다. 보통 일평생 30여년의 직장생활을 한다고 할 때 서너 번의 승진기회를 맞게된다. 이때의 기쁨을 누구나 일평생 간직하고 있을 것이다. 이때문에 우리는 박봉에 시달리면서도 야근도 마다 않고 직장에 매달려 왔는가 보다. 나 역시 마찬가지로 내가 취직할 때, 승진할 때, 그리고 다른 직장으로 발탁되어 갈 때의 기억을 지금도 소중히 안고 있다. 연말 연초면 으레 여기저기서 대규모의 인사가 있게 마련이다. 그때마나 나는 신문을 보며 아는 분들에게 화분을 보내거나 축전을 보내주곤 한다. 기쁨은 나누어야 배가되는 법이다. 그런데 금년에는 전에 비해 승진하는 분의 수도 훨씬 줄었다. 게다가 소리없이 퇴출당하는 분들도 많다. 이럴 때 어떻게 위로해야 할지 곤혹스럽다. 오늘 신문에도 모 회사에서 최고경영자의 자리에까지 앉았던 친구가 퇴출당했다. 모두가 어려운 세상이다. 그러나 아직 한창 일할 나이인데... 우리는 참 사람을 쉽게 버리는 것은 아닌가? 우리의 직장풍토는 그동안 상당히 폐쇄적이었다. 직장마다 단단히 문을 걸어 잠그고 공채라는 조그만 밑구멍만 열어놓고 있었다. 그래서 모두 공채 1기생이니, 2기생이니 하며 울타리안에서 서로 돌려가며 승진잔치를 벌렸다. 어쩌다가 외부에서 전문가를 영입하거나 후배가 앞지르기라도 하면 배타적 분위기가 팽배하였다. 잘못하면 「왕따」신세가 되기도 하였다. 우리는 능력위주라기 보다 연공서열식을 선호한 셈이다. 직장을 옮기는 것도 지조없는 친구로 낙인찍히기 십상이었다. 이렇게 울타리 안에서 따스한 밥만 먹으며 충직스럽게 일해 왔는데, 갑자기 밀려난 사람들은 요즘 같은 찬바람 부는 벌판에서 얼마나 막막할 것인가? 이런 판에 공직사회에 또 인사태풍이 예고되고 있다. 이제 고급 공무원들도 연봉계약직으로 바뀐다고 한다. 최근 금융감독원은 두 전문직 여성을 외부에서 국장으로 발탁하였다. 파격적이다. 국영기업체의 임직원 자리도 외부 기용의 길을 대폭 열어 놓는 법안이 확정되었다. 시행 지침이 나오면 아마 금년 초에 국영기업체마다 인사바람이 불 것이다. 이런 변화가 능력 있는 전문가들을 과감하게 초빙하기 위한 제도라면 좋다. 그러나 정치권 어디엔가 잔뜩 기다리고 있는 낙하산 부대가 있는 것은 아닐까? 승진의 기쁨을 기대하며 묵묵히 일해온 본토박이 출신들은 잔뜩 경계하고 있다. 나는 새로운 인사제도에 기대보다 두려움이 크다. 우리는 항상 낙하산식이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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