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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수필] 리콴유의 의외의 칭찬
입력1999-11-24 00:00:00
수정
1999.11.24 00:00:00
리콴유(李光耀)의 자서전을 읽다가 아주 재미 있는 구절을 발견했다. 한국에 대한 의외의 칭찬이었다.2차 대전 때 싱가포르는 일본군에 3년반 동안 점령당했는데 그때 정말 많은 것을 보고 배웠다고 회고했다. 당시 리콴유는 리펄스 대학 재학중이었다.
일본군의 야수성과 무력을 체험하며 무엇이 사람들을 복종하게 하고 더 나아가 충성을 바치게 하는지 확실히 목격했다는 것이다. 리콴유의 통치철학은 이때 형성됐는지 모른다. 리콴유는 싱가포르를 통치하면서 이것저것 눈치 안 보고 법에 의한 철권정치를 했다.
고상한 도덕성이나 평등이론은 전혀 문제가 되지 않으며 만약 일본이 전쟁에서 이겼더라면 싱가포르는 일본을 상전으로 얌전히 섬기고 그들의 행동양식을 흉내냈을 것이라고 회고했다.
타이완도 여러 나라에 차례로 지배당했지만 별로 저항하지 않았으며 싱가포르나 말라야도 50년 안에 일본의 온순한 식민지가 됐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런 글을 써도 그쪽에선 괜찮은지 의심스러울 지경이다. 그러나 한국만은 달랐다고 칭찬했다. 한국은 일본이 막강한 무력으로 처음 통치하기 시작했을 때부터 저항을 멈추지 않았으며 공포통치에 대해 결코 겁내지 않았다는 것이다.
일본은 한국인의 풍습, 문화, 언어를 말살하려 했지만 민족적 자부심을 갖고 있었던 한국인은 굳은 결의로 야만적 압제자에 항거했으며 수많은 한국인이 죽어도 결코 한국혼을 뺏기지 않았다고 부러워했다.
이런 호감 때문인지 리콴유는 그후 한국에 대해 좋은 평가를 했다. 3공 땐 박정희 대통령과 좋은 사이였는데 아마도 철권통치(鐵拳統治)에서 서로 공감하지 않았나 싶다. 5공 때 전두환 대통령이 동남아 순방길에 싱가포르에 들렀을 때 나라를 잘 통치하려면 공직사회의 부패척결이 가장 선결문제라고 충고한 바 있다.
몇년 전 아시아적 가치문제를 놓고 김대중 대통령과「포린 어페어」지에서 수준 높은 논쟁을 벌인 바 있는데 이론면에선 막상막하의 평가를 받았다.
지난 10월 전경련 세미나 관계로 방한해서는 한국사회는 신뢰 구축이 필요하며 김 대통령은 지지기반을 더 넓혀 더 많은 사람들에게 다가가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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