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지난해 말 금융위기에 대처하기 위해 환율을 방어하는 과정에서 파생상품을 운용하다가 6조원이 넘는 손실을 낸 것으로 파악됐다. 정부는 위기극복을 위한 불가피한 ‘정책 비용’이라고 강조하지만 외환시장에 잘못 개입했다가 막대한 손실로 물의를 일으켰던 지난 2004년의 손실액보다 3배를 넘어 앞으로 적지 않은 논란이 일 것으로 예상된다. 6일 국회 기획재정위 소속 나성린 의원실이 정부의 ‘2008회계연도 기금결산보고서’를 분석한 결과 외평기금의 파생거래 손실이 6조2,743억원에 달했다. 나 의원은 “주로 역외선물환(NDF) 시장에 참여하며 11조6,000억원의 지급이자가 발생했고 5조3,000억원의 수입이자가 발생해 6조3,000억원의 거래손실을 입은 것으로 파악됐다”며 “이는 2조2,000억원의 순손실을 입었던 2004년의 무려 3배에 달하는 수준”이라고 밝혔다. 나 의원은 “전체 순이익도 경제위기 극복이 가시화되면서 환율이 하향안정 국면으로 접어들게 되면 비슷한 규모의 평가손실로 전환되는데다 파생상품 거래 손실은 당해연도에 실제로 지출된 손실로서 회복이 불가능하다”고 지적했다. 재정부는 이에 대해 “지난해 9월 리먼 사태 이후 외환시장이 극심하게 출렁거리면서 환율 변동폭이 급격히 커짐에 따라 파생지급 규모가 증가하게 됐다”며 “하지만 올해 전체 외평기금은 지난해 15조1,923억원의 순이익을 달성하며 26조원에 달하던 누적적자를 9조원대로 낮췄다”고 밝혔다. 김익주 재정부 국제금융국장은 “파생상품거래 손실은 환율안정을 위한 불가피한 정책수행 비용으로 파악할 필요가 있다”며 “파생은 시장안정을 위해 가장 효율적이고 정책이고 전체적인 이익범위 내에서 상황대응을 위해 불가피하게 선택한 수단”이라고 강조했다. 재정부의 다른 관계자는 “지난해 금융위기는 100년 만에 올까 말까 한 것으로 현물시장만으로는 환율을 방어하기 힘들어 어쩔 수 없이 선물시장에 들어간 것”이라며 “위기에서 벗어나기 위해 행동한 것을 비난한다면 누가 정책 수행에 나서겠느냐”고 강변했다. 지난해 환율정책을 총괄했던 최종구 전 재정부 국제금융국장(현 국가경쟁력강화위원회 추진단장)은 “지난해 외화유동성 위기 상황에서 외환보유액 2,000억원 마지노선을 지키느냐, 못 지키느냐가 문제였다”며 “손실 부문은 외평채 발행 비용과 투자 운용에서 불가피한 비용이 발생하고 환율안정을 위해 매도 포지션을 취하며 손실이 불가피했다”고 말했다. 정부 외평기금 손익은 2조원 적자에서 2004년 정부가 파생금융상품 시장에서 큰 손실을 보며 15조4,031억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이후 누적적자는 2005년 18조8,524원, 2008년 26조3,000억원으로 불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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