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락사는 죽음에 임박한 불치병 환자의 사망시기를 인위적으로 앞당기는 것을 말하고, 존엄사는 식물인간 상태에 빠진 환자의 생명연장장치를 떼어내 자연스럽게 사망하게 만드는 것을 말한다.
최근 미국에서는 이틀에 걸쳐 안락사와 존엄사를 모두 합법적인 의료행위로 인정하는 판결이 선고돼 주목을 받고 있다.
미 연방대법원은 지난 17일 환자의 결정에 따른 안락사를 도와준 의사들을 처벌토록 한 미 법무부의 조치가 잘못되었다는 취지로 판시하면서 안락사를 지지하는 판결을 내렸다.
미국의 오리건주에서는 지난 1997년 소위 자살방조법인 ‘존엄사법(Death With Dignity Act)’이 만들어진 바 있다. 명칭은 존엄사법이라고 되어 있기는 하나, 이 법에 따르면 말기암 환자와 같이 죽어가는 환자의 요구에 따라 의사가 치사량의 극약 제공을 허용함으로써 환자의 안락사를 도울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하고 있었다.
환자는 만 18세 이상으로 스스로 의사결정을 할 수 있어야 하며 6개월 이상 살 수 없다는 진단을 둘 이상의 의사로부터 받아야 한다. 극약을 받은 후에라도 복용은 환자 스스로 해야 하고 복용할 것을 결정했다면 의사는 이를 주 정부에 알려야 한다.
그런데 미 법무부장관은 이러한 극약 제공행위가 합법적인 의료 목적이 아니라는 근거로 미 연방법인 금지약물법(Controlled Substances Act)에 위반한다며, 만약 오리건주에서 이러한 극약 제공행위를 하는 의사가 적발될 경우 연방의사면허증을 박탈하겠다고 발표했다.
이에 오리건주의 의사들과 환자들이 연방법원에 소송을 제기하게 된 것이다. 오리건주에서는 지난 1997년 법제정 이후 말기암 환자를 중심으로 2004년까지 208명이 극약 처방에 의해 안락사했다.
한편, 미국 매사추세츠 대법원은 지난 18일 계부로부터 야구 방망이 등으로 심하게 폭행을 당한 11살 소녀 할레이 포터에 대해 존엄사를 허가하는 결정을 내렸다. 할레이는 계부의 폭행으로 인해 식물인간 상태에 빠지게 돼 더 이상의 회복가능성이 없다는 의사들의 진단이 내려진 상태였다.
위 법원의 결정으로 인하여 조만간 할레이의 몸에 부착된 음식물 주입장치 등 생명유지장치를 제거하게 된다. 이에 따라 계부는 단순한 상해죄가 아니라 살인죄로 판결을 받게 됐다.
우리나라의 경우 미국의 사례와 다소 다르다. 왜냐하면 지난 2004년 6월 환자의 아내의 요구로 중환자를 퇴원시켰다가 사망케 한 서울 보라매병원 의사가 살인방조죄로 확정판결을 받았고, 아내는 살인죄 판결을 받은 바 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의사들은 환자를 끝까지 붙들고 있는 '방어진료'에 매달리고 있는 실정이다.
법무법인 바른 (Kim, Chang & Lee)
김정훈 변호사 (한국, 미국 뉴욕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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