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사망 여파로 국내증시가 요동을 치는 상황을 이용해 개인 투자자들이 주식거래를 늘리고 있다. 전문가들은 북한 리스크의 학습효과에 따른 단기적인 현상일 뿐 개인들의 본격적인 투자심리 회복은 아닌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22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개인 투자자들은 김정일 위원장의 사망이 보도된 19~20일 이틀 동안 유가증권시장에서 3,334억원 어치를 순매수했다. 이어 21일 증시가 3% 이상 급등하자 5,690억원 어치를 순매도하며 단기 차익실현에 나섰다. 22일에는 코스피지수가 0.05% 하락하는 등 주가의 움직임이 둔화되자 736억원의 순매도에 그치며 투자를 조절했다. 최근 들어 개인들의 주식투자 동향을 말해주는 주식활동계좌수가 급증하고 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주식활동계좌수가 지난 21일 사상 최대인 1,904만7,873개로 증가했다. 김정일 위원장의 사망 소식이 전해진 19일 하루 기준으로는 사상최대인 11만1,155개의 계좌가 늘어난 데 이어 20일(2,882개), 21일(3,881개)에도 꾸준히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다. 주식활동계좌는 예탁자산이 10만원 이상이며 최근 6개월 동안 1차례 이상 거래한 계좌를 말한다. 펀드투자와 신용융자도 늘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20일 상장지수펀드(ETF)를 제외한 국내주식형 펀드에 1,022억원이 순유입됐다. 하루에 1,000억원 이상 유입된 것은 지난달 22일 이후 20거래일 만이다. 신용융자잔액도 19일(123억원)에 이어 20일 111억원 늘며 4조6,991억원을 기록했다. 지난 9월19일(4조7,087억원) 이후 최대치로 올라선 것. 하지만 21일 1,702억원이 줄어든 4조5,289억원을 기록하며 증가세가 주춤해지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북한발 충격의 학습효과로 인해 개인투자자들이 주식 거래를 대거 늘린 것으로 판단했다. 김학균 대우증권 투자전략팀장은 “그 동안 국내증시에서 북한발 충격은 단기 영향에 그쳤다는 점을 개인투자자들도 경험을 통해서 알고 있다”며 “김정일 위원장의 사망으로 인해 외국인의 매물이 쏟아지며 단기 급락하자 개인들이 저가매수에 나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개인들의 투자심리가 본격적으로 회복되기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심재엽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유럽 상황이 불확실하며 뚜렷한 모멘텀이 없는 상황이어서 매수 타이밍을 찾기가 힘들다”며 “개인들도 단기급락 시점엔 저가매수에 나서겠지만 코스피지수 1,800대 중ㆍ후반에서 적극적으로 투자에 나서긴 어려울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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