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래 프로들은 서반의 빵때림을 상대에게 절대로 제공하지 않는다. 그런데 그 금기를 창하오가 범한 이유는 무엇일까. 조훈현9단은 ‘기본기의 부족’ 같다고 했으며 서능욱9단은 ‘일종의 공한증(恐韓症)’이라고 했다. 한국 기사들에게 자꾸 패하다 보니 한국 기사에 대한 공포증이 생긴 게 아니냐는 얘기였다. 검토실에 들어와 있던 몇몇 기자들은 조훈현과 서능욱의 설명을 들으며 모두 즐거워했다. 그러나 한구석에 말없이 앉아있던 바둑평론가 박해진은 그날 저녁 좀 다른 얘기를 했다. “창하오는 기본기 부족도 아니고 공한증도 아니에요. 실험을 하고 있는 인상입니다.” 필자가 흥미를 느껴 재우쳐 물었다. “어떤 실험?” “아주 진지하고 다양하고 끈질긴 실험이지요. 고통스러운 실험이죠. 마치 맷집좋은 권투선수가 일부러 상대의 펀치를 맞아보는 것과 비슷하지 않을까요.” “실험이라면 그 목적이 뭘까.” “언젠가는 이길 작정이지요. 아주 무서운 녀석 같아요.” 백54까지 좌하귀의 백이 깨끗하게 살아버리자 벌써 실리로 백이 확실히 앞서게 되었다. 백50까지 하변의 백도 거의 수습되었다. 외세는 흑쪽이 월등하지만 아직 미완성이다. 조훈현은 참고도의 흑1 이하 백4까지를 놓아보이며 설명했다. “흑은 이런 식으로 외세키우기를 해야 하는데 백4로 굳히면 백의 호조예요.” (46…43의 왼쪽. 57…43) /노승일ㆍ바둑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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