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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로자 흘린 땀 한국위상제고 공신”(한국기업의 21세기 비전)
입력1996-12-16 00:00:00
수정
1996.12.16 00:00:00
◎대우·LG 「지구촌 시장개척」 결산/오지국에 “경제성장 도움” 인식심기 민간외교역 톡톡/유럽·동남아·중·미 등 「21세기 협력동반자」로 이끌어/신변안전 가장 애로… 일부대표자 「보디가드」 보호까지/노무관리 현지화 아직 미흡… 정부 교육프로·지원 절실세계화의 기치를 내걸고 해외현지에 진출한 우리나라 기업들은 다른 문화와 노무관리 등 어려운 경영환경 속에서 많은 어려움을 격고 있다. 그러나 국내기업들은 이같은 어려움을 딛고 현지 시장의 확보는 물론 「한국」의 새로운 이미지를 현지에 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9월부터 시작된 본지의 「세계화 현장을 가다」시리즈 취재차 LG그룹과 대우그룹 해외현장을 방문했던 취재기자들은 이처럼 어려움을 겪고 있는 국내기업들의 세계화를 지원하기 위해서는 지역별 문화와 경영환경 전반에 대한 정부차원의 지원이 시급하다고 입을 모았다. 현장을 방문했던 취재기자들의 방담을 통해 시리즈를 중간점검을 해본다.<편집자주>
□참석자
유석기 정경부 차장
안순권 국제부 기자
이세정 정경부 기자
박원배 산업1부 기자
이의춘 산업1부 기자
채수종 산업1부 기자
남문현 산업2부 기자
연성주 사회부 기자
이용택 산업1부 기자
임석훈 증권부 기자
안의식 정경부 기자
이형주 정경부 기자
사회:민병호 산업1부 기자
「세계화 현장을 가다」 시리즈는 최근 대통령의 외국 순방과 외국 정부의 우리기업 유치바람과 맞물려 시작부터 커다란 반향을 불러 일으켰습니다. 우리기업들의 세계화 열기가 그만큼 뜨겁다는 것을 반영하는 것이지요.
현지를 취재하며 어려웠던 일, 이역만리 오지에서 땀을 흘리고 있는 우리기업인 및 근로자들의 생활상 등 기사에 못다 쓴 뒷얘기나 어려웠던 점 등을 정리해보고 그동안 발견하지 못했던 우리기업의 세계화 진면목과 문제점, 배울점등 앞으로 나아갈 방향 등을 이야기하고자 합니다.
저는 적성국가인 미얀마, 라오스, 파키스탄 3국의 취재를 맡았는데 당시 공비사건과 뒤이은 블라디보스톡 최영사 살인사건 등으로 이들 국가 방문시 「혹시나」하는 생각 때문에 걱정이 많았습니다. 결국 미얀마는 기자들의 입국을 거절해 못가게 됐습니다.
미국 취재때는 미국이 이라크에 미사일공격을 한 사건이 벌어져 애를 먹었습니다. 특히 취재처인 삼성의 오스틴 현지사무실은 FBI건물이어서 보안이 강화돼 불편했던 것은 물론이고 폭파위협으로 취재기간 동안 한 시도 마음을 놓지 못했습니다.
저는 멕시코의 가전 3사 공장을 두루 다녀왔습니다. 그 곳에서도 공통적인 애로사항은 안전문제였습니다. 때마침 터져나온 북한 잠수함 침투사건으로 모기업 현지법인대표는 2명의 에스코트를 받고 퇴근하는 모습을 보았습니다. 다른 현지법인대표도 마찬자지고요. 퇴근은 가능한 미국쪽으로 하고 있었습니다. 우리 정부에서도 해외 안전문제에 대한 종합적인 대책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렇지만 대우등 후진국에 진출한 기업일수록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을 봤습니다. 폴란드 등 동국권의 경우 안전문제도 대우라면 만사 OK였지요. 항공예약문제도 대우가 나서니 잘 되더군요.
중국에서는 우리기업들의 활동에 있어 안전이 별로 큰 문제가 되지 않더군요. 합작파트너가 국영기업이고 이들의 실질적인 오너는 성정부이기 때문에 현지 경찰이나 범죄조직들도 합작기업을 괴롭히는 일은 거의 없었습니다.
동남아를 다녀보니 기상이 자주 변하는 바람에 우리업체들이 많은 애를 먹고 있더군요. LG건설의 공사현장을 취재하러 가던 날도 이따금 소나기가 쏟아져 작업을 중단되는 일이 빈번했습니다. 현장소장에게 물으니 우기에는 공사기간 맞출려고 텐트를 쳐놓고 공사한다고 합니다. 필리핀에서 스콜을 만났는데 이 비로 필리핀 뒷골목이 물에 잠기더군요. 이런 어려움을 딛고 공기를 맞추는 모습이 감동적이었습니다.
동남아 어느 국가의 기업에서는 동네 불량배들이 협박하고 돈을 요구하는 사례도 있었습니다. 그래서 매번 상납을 하고 있었는데 일손이 부족할 때는 이 사람들의 도움을 얻을 수 있다는 긍정적인 면도 있다고 들었습니다.
대우의 파키스탄 고속도로 건설현장에서는 섭씨 50도가 넘는 폭염속에서 일하는 대우맨들의 모습이 눈물겨웠습니다. 우리나라의 발전된 오늘은 이들 현지진출 기업인들이 아닌가하는 생각합니다.
프랑스 대우전자 브라운관 공장에서는 직원들이 아침 8시에 출근해 밤10에 퇴근하는 강행군을 하고 있었습니다. 이러다 보니 매일 회사에서 저녁식사를 준비하더군요. 정말 고생들 하고 있더군요.
LG정보통신 베트남 합작기업사장은 월급이 6백달러 였습니다. 물론 부가적으로 급여가 있겠지만 6백달러 사정에 맞춰 베트남 사람들과 같이 해야하니 고생을 많이 하더군요. 모든 것을 현지사정에 맞추다 보니 후진국에 진출한 기업인들은 그만큼 손해를 감수하는 것이지요.
아프리카 수단의 오지에 갔습니다. 전기도 없고 사람들은 자동차 대신 낙타를 타고 다녔습니다. 프트스탄 대우 타이어공장에 어떤 사람은 10년간 혼자 나와 있다고 하더군요. 과거에는 임금도 높았지만 지금은 국내와 비슷해 별다른 잇점이 없다는 애기도 들었습니다. 그런데도 묵묵히 일하는 모습을 보니 눈시울이 뜨겁더군요.
해외에 진출한 우리기업들이 격는 가장 큰 어려움은 식사문제가 아닌가 생각합니다. 일부 국가에서는 한국인 요리사까지 두고 김치나 된장까지 수송해 한국에서나 다름없는 식사를 하는 곳도 있었지만 중동이나 아프리카 등지에서는 현지식을 먹을 수 밖에 없어 고충이 많았습니다.
현지에서 우리기업들에 대한 인식은 어떻습니까.
중국에서는 현지인들의 우리기업에 대한 인지도가 상당히 높았습니다. 대기업의 광고도 효과가 컸지만 현지인 고용, 우월한 대우 때문에 현지인들의 인식이 좋았습니다.
현지 파트너들이 대부분 공산당 간부였습니다. 한국기업과 합작하는 사람들의 한국에 대한 인식이 매우 우호적으로 바뀌고 있다고 하더군요. 중국 지도층을 친한파로 만드는데 현지진출기업의 역할이 크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그래서 기업의 해외진출은 통일에도 한 몫을 할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꼭 그렇지만도 않더군요. 말레이지아에서는 한국기업의 이미지가 썩 좋지 않았습니다. 특히 현지 관리들 사이에서는 한국기업들이 말레이지아에 투자한다고 해놓고 공수표를 너무 남발한다며 불만이 많았습니다. 그래서 마하티르수상과 현지 관리들의 인식이 않좋았지요. 이 때문에 우리기업들이 제대로 대우를 받는 못하는 경우도 있다고 합니다.
저는 프랑스, 벨기에등 주로 선진국을 다녀왔습니다. 이 지역에서도 우리기업들의 이미지는 예상외로 좋았습니다. 현지법인 사장이 요청하니까 사전예약이 없었는데도 불구하고 시장이 기자를 선뜻 만나주었습니다. 실업문제를 해결해주는 한국기업들이 그렇게 고마울 수가 없다는 표정이었습니다.
한가지 특기할 점은 선진국인 이들 나라의 임금이 싸다는 점입니다. 1백30만원을 받지만 세금 등을 떼고나면 70∼80만원밖에 안됐습니다. 우리나라의 임금문제를 다시 한번 생각해 볼 수 있는 계기였습니다.
우리기업들의 해외진출 러시는 이런 이유 때문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기업의 해외진출은 시장확보라는 측면도 있지만 비용측면도 상당히 강한 것 아니겠습니까.
국내에서는 기업들의 해외진출이 산업공동화를 우려해 제동을 걸고 있는데 참으로 위험한 발상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는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의 문제이지요. 장치산업의 경우 국내에서만 장사하라는 것은 죽으라는 것과 마찬가지라는 것이 해외 진출기업의 주장입니다. 정부가 이를 너무 일률적인 기준으로 제재하는 것은 재고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LG전자의 중국 장사공장에서는 브라운관 한 대를 생산할 때마다 로열티로 1달러를 받고 있었습니다. 생산설비를 비싸게 수출하고 로열티까지 받는 사업을 기업이 마다할 이유가 없는 것이지요. 해외진출이 너무 늦으면 과실을 맺을 수가 없지요.
해외진출 기업들의 문제점에 대해서도 짚어 보도록 하지요.
노무관리의 현지화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한국에서 하던 방식대로 현지인 근로자를 구타하거나 폭언을 해 문제를 일으키는 경우가 많다고 합니다. 이 때문에 멕시코 모기업의 경우 현지언론에서 「군대기업」이라고 노무관리방식을 비난하는 것이 보도돼 큰 문제가 되기도 했습니다. 아직도 한국식 노무관리방식을 그대로 적용해 마찰을 빚는 경우가 있다고 들었습니다.
베트남에서도 한국기업의 노무관리가 큰 문제가 되고 있었습니다. 현지언론에도 한국기업의 노사분규가 보도돼 한국에 대한 이미지가 크게 손상되고 있었습니다. 노무관리의 현지화가 정말 시급하다고 느꼈습니다.
벨기에에 진출한 어느 기업은 현지 근무자들이 자주 바뀌어 문제점으로 지적됐습니다. 우리 기업들의 경우 3년 정도 근무하면 바뀌어 현지 문화나 언어 등을 제대로 몰라 경영에 차질을 빚는 것을 보았습니다. 일본의 경우는 한 사람이 한 곳에 7∼8년 이상 근무해 현지화에 성공했습니다.
언어소통문제도 골치거리더군요. 중남미 진출기업의 경우 스페인어를 하는 사람이 거의 없어요. 영어를 통해 의사소통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남미투자가 늘어나는 현실을 고려할 때 스페인어 공부가 정말 중요하다고 봅니다.
근시안적인 투자방식도 문제였습니다. 유럽에 진출한 국내기업의 경우 투자후 1∼2년내에 이익이 안나면 철수하는 경우가 있었습니다. 현지진출은 단기승부로 나가서는 안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렇지만 대우전자의 경우는 이제 자리를 잡는 모습을 볼 수 있었습니다. 이익을 내기 시작했지요.
이런 점에서 우리나라는 기업에 대한 정부차원의 지원이 너무 없다고 생각됩니다. 지역별 문화나 경영환경과 같은 것은 교육프로그램 등을 통해 국가가 지원하면 기업들의 비용지출을 그만큼 절약할 수 있는 것이지요. 정부가 발벗고 나서 기업유치에 열을 올리는 선진국에서 배울 점은 이런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오랫동안 동안 수고하셨습니다.<정리=민병호·박형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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