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냐, 아래냐.’ 외환시장이 시계제로다. 지난달 말 장중 900선이 붕괴됐을 때만 해도 대부분 800원대 진입을 기정사실화하는 분위기였다. 하지만 이달 들어 20여일 만에 930원대로 치솟자 올해 고점인 950원대를 돌파하느냐, 마느냐 하는 상황으로 극반전됐다. 일단 지난 23일 8거래일 만에 급등세는 멈췄으나 주식시장에서 외국인 매도세가 워낙 거세 위로 뚫고 올라갈 힘은 충분해 보인다. 하지만 달러화 가치가 연일 초약세로 추락하고 있고 국내 수출전망도 나쁘지 않아 서서히 아래쪽 방향으로 무게가 실릴 것으로 전문가들은 분석한다. 결국 단기적으로는 국내 시장에서 외국인의 ‘달러 이탈’에 의한 환율상승이 점쳐지지만 길게 보면 세계적인 ‘달러약세’ 추세로 환율하락 기조는 유효하다는 분석이다. 이 같은 영향으로 변동성은 더욱 극심해져 좁게는 890~940원, 넓게는 880~950원까지 출렁거릴 것으로 전망된다. ◇단기 고점 돌파 시도할 듯=시장 전문가들은 당분간 원ㆍ달러 환율 추가 상승에 무게를 싣고 있다. 최근의 외환시장 움직임이 국내 변수가 아닌 해외 요인에 의한 것이기 때문. 외국인은 글로벌 신용경색 우려 팽배로 주식 등 원화자산을 팔아 달러로 바꿔 빠져나가고 있다. 이달 들어 주식 순매도액만 6조5,000억원에 달한다. 이로 인해 원ㆍ달러 환율은 10월31일 900원70전에서 22일 933원60전까지 가파르게 솟구쳤다. 20여일 만에 무려 33원이 급등한 것이다. 23일 930원60전으로 14일(913원50전) 이후 속등세가 그쳤으나 시장에선 11월 고점은 물론 올해 고점인 8월17일의 950원40전 돌파도 가능하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최근 미국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위기가 재차 불거지고 미 경기둔화가 심화될 것으로 전망되면서 외국인의 신흥시장 탈출과 엔캐리 트레이드 청산 여파가 맞물리며 국내에서 달러 수요가 더 늘어날 것으로 예측되기 때문이다. 또한 배당시즌을 맞아 외국인의 역송금이 증가하는 등 계절적 요인도 환율상승 요인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김재은 SK증권 연구원은 “최근 원화약세 원인은 대외변수에 의한 것이어서 글로벌 신용경색이 이어지는 동안 단기적으로 940~950원까지 치고 올라갈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환율하락 추세는 여전=하지만 상방경직성이 강해 환율상승을 트렌드로 보기는 어렵다는 게 대체적인 시각이다. 우선 우리나라 역시 달러약세 영향권에서 지속적으로 벗어날 수 없다는 지적이다. 지난주 말 달러화 가치는 미국의 금리인하 기대감으로 사상 최저치로 곤두박질쳤다. 엔ㆍ달러 환율은 2005년 이래 처음으로 장중 107엔까지 미끄러졌고 유로화에 대해서도 달러는 장중 1.4967달러까지 치솟아 99년 유로 도입 이래 최고치(달러약세)를 기록했다. 국내 수출이 아직까지 견고하다는 점도 환율상승의 제한 요인이다. 중국과의 수출비중이 20% 수준이어서 내년도 베이징올림픽 등을 감안하면 수출이 비관적이지만은 않다는 것. 특히 8월과 이달 대외변수로 인해 갑작스럽게 환율이 급상승했지만 올 들어 월평균으로 보면 환율은 여전히 하락기조에 서 있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실제로 지난해 환율은 전년 말 대비 8.8% 절상된 데 이어 올 들어서도 8월 한달을 제외하곤 5월 이후 줄곧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강지영 외환은행 연구원은 “달러약세 기조 속에 환율상승은 제한적으로 보인다”며 “내년 상반기 900원대 이하까지 점진적인 하락세가 예상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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