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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낸셜 포커스] 금융당국-보험업계, RBC비율 갈등

"내년까지 올려라" vs "속도 늦춰야"<br>"수익 많은데 앓는 소리" 당국 규제 고집<br>"활로 모색 보험사 발목" 업계 볼멘소리<br>획일적 자본규제 부작용 염려 목소리도


저금리 위기의 해법을 놓고 금융 당국과 보험 업계의 시각이 묘하게 엇갈리고 있다.

리스크 관리에 만전을 기해야 한다는 총론에는 의견을 같이 하지만 각론으로 들어가면 금융 당국은 자본 확충에, 업계는 운용수익 확보를 위한 규제 완화에 방점이 찍혀 있다.

이런 논의의 중심에 위험기준자기자본(RBC) 비율이 있다.

금융 당국은 역마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며 유상증자 등을 독려하고 있다. 중소형사 중심으로 자본 확충에 의욕적으로 나서고 있지만 여전히 위험수위에 속한 곳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보험사들은 내심 RBC규제의 탄력적 적용을 바라고 있다.

한 대형 손보사 자산운용 담당 임원은 "운용 수익을 높이려면 어느 정도 리스크를 감수해야 하는데 RBC규제가 저금리 속에서 활로를 모색하려는 보험사의 발목을 잡고 있다"며 "시장 형편에 맞춰 규제를 유연하게 가져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내년까지 RBC 강화"VS "속도 조절해야"=RBC비율이란 보험사가 예상하지 못한 손실이 발생할 경우 보험금을 지급할 수 있는 자본이 어느 정도 있는지를 보여주는 지급여력 지표다. 예컨대 가용자본을 요구자본으로 나눈 값이 RBC인데 RBC비율이 200%라면 보험 사고가 한꺼번에 터져 일시에 보험금을 지급하는 상황이 두 번 연속 닥쳐도 파산하지 않을 만큼의 자본을 쌓고 있다는 뜻이다. 금융 당국은 내년 말까지 RBC의 신뢰수준을 현재의 95%에서 99%로 끌어올리겠다는 입장이다. 신뢰수준이 99%라는 얘기는 금융위기와 같은 빅 이벤트가 발생할 때 보험사가 파산할 확률이 100년에 1곳 정도라는 뜻이다. 95%는 20년에 1곳을 의미한다. 그만큼 지급여력비율을 높이겠다는 것이다.

문제는 보험사의 RBC가 은행의 자기자본비율(BIS)과 달리 국제 기준이 없다는 점이다.

이번 RBC비율 강화도 금융 당국이 국제적인 추세에 따라 규제의 턱을 높이겠다는 것일 뿐, 반드시 내년까지 신뢰수준을 끌어올려야 하는 강제 조항은 없다. 업계에서 "RBC비율을 올리는 게 바람직하지만 속도는 늦춰야 한다"는 볼멘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하지만 당국은 이런 항변을 일축하고 있다. 금감원 관계자는 "여전히 수익도 많이 나고 배당도 많이 하는 보험사들이 앓는 소리를 하고 있다"며 "향후 금리와 경제성장률이 확연히 떨어지는 이상징후가 나타나지 않는 한 기존 방침에 변화는 없다"고 말했다.

◇발등의 불 떨어진 손보사=RBC비율이 적정선인 150%를 간신히 웃도는 보험사는 마음이 급해졌다. 지난 9월 말 기준으로 흥국화재(167.1%), 한화손보(167.9%), 하이카다이렉트(177.9%), 악사손보(190.4%) 등의 RBC 비율이 낮은 편이다. 메리츠화재(187.0%)와 LIG손보(192.5%) 등도 방카슈랑스 영업을 하기 위해 요구되는 RBC비율인 200%에 다소 못 미친다.

이런 가운데 획일적인 자본 규제의 부작용을 염려하는 목소리도 들린다.

강화된 규제로 중소형사 영업이 차질을 빚을 것이고 결과적으로 상품의 다양성이나 이익 측면에서 대형사 편중이 더 심해져 고객 편익이 줄어들 개연성이 있다는 것이다.

김해식 보험연구원 연구위원은 "RBC규제 강화가 자칫 보험 상품의 다양성을 훼손시켜 시장 획일화를 초래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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