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시 궁합이 맞아야 해.’(프라마나수드) ‘인연은 만들어가는 거야.’(김초롱) 내내 두각을 나타내지 못하다가 특정 코스에만 가면 펄펄 나는 경우가 있는가 하면 어떤 대회에서만은 이상하리만치 성적이 신통치 않은 경우도 있다. 때문에 궁합이나 인연, 악연 같은 게 존재한다는 속설이 퍼져 있다. 2일 끝난 미국 LPGA투어 프랭클린아메리칸모기지챔피언십(총상금 100만달러)의 결과만 놓고 보면 이 같은 속설을 어디까지 받아들여야 할지 의문스럽다. 김초롱(21ㆍ미국명 크리스티나 김)을 보자. 3월 열린 세이프웨이인터내셔널 공동20위가 올해 최고 성적이었던 그는 공동3위를 차지해 시즌 첫 ‘톱10’에 입상했다. 이날 미국 테네시주 프랭클린의 밴더빌트레전드골프장 아이언호스코스(파72)에서 열린 대회 4라운드에서 김초롱은 4언더파 68타를 쳤다. 합계 9언더파 279타로 크리스티 커, 카트리나 매튜와 어깨를 나란히 했다. 한국선수 가운데 가장 좋은 성적. 지난해 창설된 이 대회에서 김초롱은 ‘톱10’은커녕 1ㆍ2라운드 76ㆍ73타로 컷 탈락하면서 상금 한푼 받지 못했었다. 이날 김초롱은 전반 버디 2, 보기 4개로 2타를 잃었으나 후반 버디만 5개를 쓸어 담았다. 반면 생애 첫 우승을 일궈낸 스테이시 프라마나수드(25ㆍ미국)는 코스와의 궁합을 과시했다. 지난해 이 대회에서 3위에 올라 데뷔 최고의 성적을 낸 이후 다른 대회에서 이렇다 할 기록을 내지 못했지만 이날 강력한 우승후보 로레나 오초아(멕시코)를 3타차로 제치고 정상에 오르는 기염을 토한 것. 아마추어 시절 미국 대학골프를 양분했던 오초아와 맞대결을 벌인 그는 3언더파 69타를 쳐 4라운드 합계 14언더파 274타를 기록하며 디펜딩챔피언 오초아(11언더파)를 3타차로 따돌렸다. 이들은 결국 악연은 분발심을, 인연은 자신감을 심어준다는 사실을 보여줬다. 궁합도 중요하지만 정신력이 앞선다는 점을 입증한 셈. 한편 장정(25)은 합계 3언더파로 9위를 차지, 시즌 두번째 톱10에 입상했고 한달 만에 복귀한 박지은(26ㆍ나이키골프)은 3오버파 75타로 부진했지만 합계 2언더파로 10위에 올라 체면치레를 했다. 우승자 프라마나수드는 대학 시절 라이벌 오초아를 제친 뒤 눈물을 흘리며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그는 툴사대학을 다니며 10승을 올려 12승을 거뒀던 애리조나대학의 오초아에 뒤졌고 2002년 2부투어에 오초아와 나란히 데뷔한 뒤에도 오초아가 상금왕에 오르며 정규투어에 직행한 반면 퀄리파잉스쿨 24위로 2003년 조건부 출전권을 얻는 데 그쳤다. 정규투어에선 지난해 2승을 따낸 오초아가 한발 앞서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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