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한국 기업들도 관용과 자율성을 바탕으로 직원들의 창의력을 이끌어낼 수 있는 '소프트 컬처(Soft Culture)'에 더욱 관심을 가져야 할 때입니다." 인도 최대 종합가전업체인 비디오콘(VIDEOCON)의 김광로(사진) 부회장은 지난 24일 서울 삼성동 COEX에서 서울경제신문과 인터뷰를 갖고 '소프트 컬처'의 중요성에 대해 재차 강조했다. 김 부회장은 지난 2008년 LG전자 인도법인장에서 물러난 뒤 같은 해 5월 비디오콘의 최고경영자(CEO)로 영입되며 '대한민국 CEO 수출 1호'라는 타이틀을 얻은 인물이다. 그는 특히 1997년 LG전자 인도법인이 설립된 지 4년 만에 LG전자를 인도 가전시장 1위에 올려놓은 '인도 신화'의 주역으로 꼽히고 있다. 김 부회장은 "우리나라가 과거 산업화를 거치면서 강한 조직문화나 권위주의로 대표되는 '하드 컬처(Hard Culture)'를 통해 지금의 성장을 이뤄냈다면 앞으로는 나와 다른 것에 대한 관용과 여유, 자율성을 중시하는 '소프트 컬처'가 새로운 성장동력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즉 우리 기업의 제품들이 하드웨어적인 측면에서는 이미 세계 최고 수준에 도달했지만 그 안의 콘텐츠를 구성하는 소프트웨어가 아직 못 미치는 것은 소프트 컬처가 제대로 정착되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것. 그러면서 그는 인도의 소프트 컬처를 더욱 주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유럽 최대의 철강업체인 아르셀로를 삼킨 미탈스틸과 쌍용차를 인수한 마힌드라 등처럼 전세계 인수합병(M&A)시장에서 인도 기업들이 두각을 나타낼 수 있었던 것도 타인을 잘 감싸안을 수 있는 소프트 컬처가 큰 힘이 됐다는 설명이다. 김 부회장은 "칵테일에 잘 어울리는 술은 냄새나 색깔이 없어야 하듯 기업 간 M&A에서 성공하기 위해서는 다른 조직의 문화를 잘 포용할 수 있어야 한다"며 "하지만 그런 면에서 아직 한국 기업들은 자신들의 조직문화나 경영 방식을 상대 기업에 주입시키려는 성향이 강한 것 같다"고 지적했다. 그는 지속 가능한 성장의 조건으로 불확실한 미래에 대한 정확한 예측과 준비를 꼽았다. 김 부회장은 "최근 LG전자가 위기에 놓인 것도 스마트폰의 미래를 제대로 예측하지 못했기 때문"이라며 "아이폰으로 전성기를 누리고 있는 애플도 개방성을 지향하는 미래 트렌드를 읽지 못하고 또다시 폐쇄적인 정책을 고집한다면 3~4년 뒤에는 무너지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최근 신흥시장으로 급부상하고 있는 인도에 대해 그는 "세계 경제의 블랙홀로 불렸던 중국이 이제는 성숙기로 접어들고 있는 반면 인도는 이제 막 성장하기 시작한 단계"라며 "특히 아직 민주화라는 당면과제를 해결하지 못한 중국에 비해 인도는 오랜 민주주의문화로 정치와 사회가 안정된 만큼 성장 가능성은 더욱 무궁무진하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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