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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지 창간39돌/원로대담] 중단없는 개혁을 위하여
입력1999-07-29 00:00:00
수정
1999.07.29 00:00:00
온종훈 기자
「중단없는 개혁을 위하여」라는 주제로 진행된 이날 원로대담에서 邊 명예교수는 『5대 재벌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재벌개혁의 관건이다』며 『실패한 경영자에게는 반드시 책임을 물어야 하며 재벌의 금융업 진출은 어떤 수준에서도 막아야 한다』고 강조했다.朴교수는 『구조조정의 본질은 경제상황에 따라 쉽게 끓고 쉽게 식는 냄비적 속성의 경제를 「무쇠솥」 경제로 만드는 것이다』라고 전제, 『현 경제상황에 대한 낙관론은 지나친 비관론 못지 않게 이로울 것 없다』고 말해 구조개혁의 지속적 추진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날 대담은 서울경제신문 8층 회의실에서 2시간 30분동안 진행됐다.
사회:류석기(柳晳基) 정경부장= 바쁘신 시간 중에 대담에 응해주셔서 감사합니다. 국민의 정부가 출범한 후 1년6개월이 지난 현 시점에서 중단없는 개혁의 필요성이 그 어느 때보다 커지고 있습니다. 정부 출범당시 IMF위기로 국민 모두가 혼연일체가 되어 힘을 모으던 때와 달리 사회분위기가 많이 이완되고 있습니다. 외환보유고가 600억달러를 넘어서고 예상외로 빠른 지표상 경기회복이 겹치면서 정부·기업· 가계 등 각 경제주체들이 느슨해지면서 개혁에 대한 저항이 고개들고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지난 1년6개월동안 추진된 개혁조치들을 총론적 차원에서 평가해주십시오.
邊衡尹 서울대 명예교수= 지난 1년 6개월 동안의 경제정책을 크게 두가지로 나눌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하나는 위기수습을 위한 정책이고 다른 하나는 위기의 재발을 막기 위한 경제 각 부문의 구조개혁 정책입니다. 현 정부는 위기를 수습하는 과정에서는 외채의 만기연장, 부실금융기관의 과감한 퇴출이나 합병, 외환보유고의 확충, 외환위기 극복을 위한 국민적 의지의 결집 등을 통해서 비교적 짧은 기간 동안 큰 성과를 거두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구조개혁 정책에 대해서는 그만큼 높은 점수를 주기 어려울 것 같습니다. 우선 금융구조정은 위기수습과정에서 신속하게 이루어진 결과 좋은 성과를 낳았습니다. 하지만 금융위기의 중요한 원인으로 지적되는 금융기관의 도덕적 해이를 막기 위한 금융기관 규제 및 감독에 관한 제도적 정비 노력은 여전히 부족하지 않은가 하고 생각합니다. 공공부문의 개혁은 중앙부처의 축소조정과 인원감축에만 그치고 있는 느낌을 갖습니다.
역시 가장 큰 문제는 재벌의 구조조정인데, 이 문제에 대해서는 뒤에서 자세히 말할 기회가 있을 것으로 생각합니다만 전체적으로는 아직도 해결해야 할 과제가 많이 있다고 말할 수 있겠습니다.
朴振根 연세대 교수= 비교적 짧은 기간에 상당한 성공을 거두었다는 점에선 저도 邊교수님의 지적에 공감입니다. 총론차원에서 본다면 지난 1년 6개월간 추진되어온 각종 개혁작업은 나름대로 성공적이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흔히 개혁은 초기에 과감하고 신속히 이루어져야 한다는 논리가 있으나 반드시 그렇다고만 할 수는 없습니다. 개혁의 내용이 중요한 것일수록 개혁과제의 선정 등에 준비와 충실한 개혁과정을 거쳐야 함으로 개혁의 의지와 비젼만 일관성있게 유지된다면 그간에 이루어진 가시적 결과에만 너무 집착할 필요는 없다고 봅니다.
개혁과 관련하여 강조되어야 할 점은 개혁이 제대로 이루어질 수 있도록, 또는 어려운 개혁과제의 실행 가능성이 증대되도록 여건을 마련해 주는 것입니다. 또한, 그간에 이루어진 몇몇 「획기적 조치」는 과연 우리 사회가 필요로 하는 참된 「개혁」의 일환으로 이루어진 것인지 여부가 분명치 않은 것들도 있습니다. 다시 말해 그간에 이루어진 제반 개혁조치들 중에는 개혁과제의 선택, 개혁의 구체적 내용등에서 문제점들이 심각히 제기된 것들이 있는데, 이는 향후의 개혁과 관련하여 충분히 참고되어야 합니다.
사회= 논의를 좀더 구체화시키겠습니다. IMF위기가 우리 경제의 구조적 취약성때문에 비롯됐다는 의견이 많습니다. 그렇다면 이런 구조적 취약성의 보환이라는 측면에서 지난 1년 6개월동안의 금융·기업구조 조정을 어떻게 평가하며 앞으로의 과제들은 어떤 것이라고 보십니까.
朴교수= 주제가 주제인만큼 할 말이 많습니다. 그간에 이루어진 금융부문과 일반 기업부문의 구조조정은 주로 재무구조 개선과 인력감축에 의한 금융비용 및 인건비 절약에 초점을 맞추어 왔습니다.
따라서 그간 구조조정에서는 선진 경영기법의 도입에 의한 운영의 효율성 증대, 생산기술의 선진화, 세계기업으로의 도약 등을 위한 본격적인 구조조정에는 이르지 못하였습니다. 특히 외국은행과 기업의 직접투자 유치로 건실한 합작 기업화는 말로만 떠들어 댔지, 실제로 이루어진 것은 그야말로 몇건에 불과했고 죽어가는 회사를 되살리기 위한 축소지향형 생존전략 추구에 불과했습니다. 일체의 구조조정은 생산성 증대를 통한 경쟁력향상을 목표로 한 것입니다. 따라서 기업의 투명성과 인적자원 투입 규모의 적정화 등이 어느 정도 이루어진 상태에서 금융부문과 기업부문의 전반적인 선진 기업화를 위해 추진돼야 하는 본격적인 구조조정은 사실상 정체되어 있는 상태입니다. 환율과 금리가 동시에 유동화된 상태에서 자금을 국제적으로 운영할 수 있는 금융기법의 도입과 인적자원의 훈련 등에는 아직 본격적으로 임하고 있지 않으며, 새로운 제품의 개발과 판매를 위한 기업부문의 노력은 종래의 수준과 유형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구조조정의 결과는 경쟁력과 수익성 증대로 반영되므로, 저금리 체제하의 수익성 개선 등에만 집착·안주하는 안일한 자세에서 벗어나야 할 것입니다. 금융부문의 인원 감축과 통폐합 과정에서 겪었던 엄청난 마찰과 소용돌이에 비하면 후속개혁 노력은 극히 정체된 상태에 있습니다. 또한 단순한 축소지향적 구조조정에서 탈피하여 필요한 부분은 적극적으로 키우는 접근이 아쉽습니다. 일부 국영기업에서 보듯 해외사무소 등을 무조건 축소하여 업무에 지장을 주어서는 안 될 것입니다.
邊명예교수= 그동안 금융기관의 구조조정은 부실금융기관의 퇴출과 합병, 누적된 부실채권의 처리, 그리고 국제결제은행(BIS) 자기자본 비율의 제고와 같은 금융기관의 재무구조의 개선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었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이러한 문제들은 비교적 잘 해결된 것으로 보이지만 사실 어떻게 보면 그것은 국민이 낸 세금과 외자의 유치를 통해서 문제를 수습한 데 불과하다고 할 수도 있습니다. 보다 근본적으로는 금융기관의 대출관행이 바뀌어야 합니다. 선진국 금융기관의 자본만 유치할 것이 아니라 그들의 금융기법을 배워야 한다는 뜻입니다. 그리고 금융감독기관은 금융기관에 대한 효과적인 규제와 감독을 위한 노하우와 인력을 확보해야 합니다. 금융기관에 대한 규제나 감독이 지금과 같이 비공식적 채널에 지나치게 의존해서는 안될 것입니다. 즉 그것이 제도화되어야 한다는 뜻입니다.
기업구조조정은 부채비율의 축소, 재벌 계열회사의 축소, 재벌 계열사간 빅딜을 중심으로 이루어진 것으로 생각합니다. 그 결과 30대 재벌의 부채비율은 분명히 축소되었고 계열회사 수도 감소하였습니다. 하지만 아직도 재벌들의 부채 비율은 선진국 수준을 훨씬 상회하고 있으며 다각화의 정도도 지나치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IMF위기가 발생할 당시 우리 경제의 가장 큰 문제 중의 하나였던 과잉설비 문제는 해결되지 않은 채 남아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기업지배구조에 대한 개혁이 절실히 요구됩니다. 소수의 지분을 가지고 경영성과와 관계없이 경영권을 세습해 온 우리나라 재벌의 기업지배구조가 바뀌지 않는 한 책임경영과 전문경영은 기대하기 어렵다고 생각합니다.
사회= 논의가 자연스럽게 기업 구조조정에서 재벌 개혁으로 이어지는 것 같습니다. 재벌개혁, 특히 상위 5대재벌에 대한 개혁작업은 진전이 있었습니까. 일각에서는 구조조정 과정을 거치면서 5대재벌의 위력과 비중이 오히려 더 커진 것이 아니냐는 비판도 있습니다.
邊명예교수= 우리는 지금까지 재벌하면 흔히 30대 재벌을 연상했는데, 사실 6대부터 30대까지의 기업중 상당수가 화의나 법정관리에 들어갔기 때문에 우리나라의 재벌문제는 결국 5대 재벌의 문제라고도 할 수 있겠습니다.
5대재벌중 일부는 많은 고통 속에서 구조조정을 하여 성과를 거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최근 대우의 문제에서 드러났듯이 일부 재벌들은 여전히 과도한 부채를 안고 있으며 경쟁력이 없는 계열사를 보유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앞에서 말한 바와 같이 재벌의 개혁이 여기서 끝나서는 안된다고 생각합니다. 무엇보다 경영에 실패한 최고경영자에 대해 그 책임을 물을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마련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구조조정 과정에서 6대재벌 이하의 기업중 많은 기업이 화의나 법정관리에 들어간 반면 5대 재벌이 비교적 안전하다고 판단되었기 때문에 금융기관의 여신이 5대 재벌에 집중된 것이 사실입니다.
하지만 나는 이러한 5대 재벌의 비대화는 막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무엇보다 금융기관의 역할이 중요합니다. 기업의 규모에 기초한 대출관행은 금융기관 스스로의 부실을 불러온다는 점을 깨달아야 합니다. 즉 5대 재벌이라고 반드시 안전하다고 생각해서는 안될 것입니다. 그리고 6대 재벌 이하의 기업 중 구조조정에 성공한 기업이 다시 활력을 찾고, 그리고 벤처기업이나 중소기업이 성장하면 5대 재벌의 상대적 비중은 줄어들 수 있을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5대재벌의 금융업 진출은 어떤 수준에서든 억제되어야 합니다. 우리가 위기를 겪게 된 원인 중의 하나가 기업에 대한 채권금융기관의 감시가 부실했기 때문인데, 재벌이 금융기관을 장악하게 되면 재벌과 금융기관은 한 몸이 되기 때문에 금융기관의 실질적인 기업감시는 원천적으로 불가능하게 됩니다.
朴교수= 5대 재벌에 관한 「구조조정 5대원칙」에 입각해 볼때 부문별로는 어느 정도 진전이 있었으나 모든 것이 당초의 계획이나 취지대로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는 보이지 않습니다.
부채비율 200% 달성과 관련해서는 아직 목표연도가 남아 있으나 중간점검 이 문제고, 상호지급보증 등 부당 내부거래 문제는 구체 사안별로 다소 마찰이 있었으나 정책당국의 꾸준한 독려로 큰 성과를 거두었습니다.
그러나 과잉시설 처리 문제는 해당기업들 간의 이해상층으로 인해 난항을 겪고 있으나 「시장원리」에 입각하는한 좀 더 시간적 여유를 갖고 추진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는 소위 「빅딜」인 만큼 해당기업들의 이해관계도 그만큼 크고 국민경제에 미치는 충격 또한 클 수 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이 문제는 정부의 「등떠밀기」식보다는 우리 사회의 보다 진지한 인내심을 요구하는 사안임에 유의해야 할 것입니다. 역설적으로 들릴지 모르나 5대재벌의 비중은 구조조정이나 빅딜등이 성공적일때 오히려 증대될 수도 있습니다. 재벌의 재무구조 개선과 경쟁력 증대 등을 위한 구조조정과 그의 비중은 별개의 문제입니다. 따라서 재벌의 경제력 비중문제는 재벌의 해체 등과 관련된 사항으로서 구조조정과는 구분되어야 하나, 만일 그렇지 않다면, 재벌에 관한 한 「구조조정」문제는 별도로 정의되고 추진되어야 한다고 봅니다.
사회= 금융·기업 구조조정 등 민간의 구조개혁 못지않게 공공분야인 정부와 정치개혁도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현 정부는 공공부문 개혁을 위해 출범이후 전담기구 설치 등 상당한 노력을 기울여왔습니다. 그간의 공공부문개혁을 어떻게 평가하십니까. 또 경제에 부담을 주지 않는 최소한의 정치개혁은 어디까지라고 보십니까.
朴교수 = 한가지 분명한 점은 정부 및 공공부문이 개혁이 모범을 보이지 못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오히려 민간부문을 뒤 아가는 느낌입니다. 물론 말은 많았고 의욕도 있어 보이나 실제로는 그렇지 못했습니다. 또한 어느 개혁안은 실효성을 의심받을 정도였습니다. 정치개혁은 좀더 시간이 걸릴것 같습니다. 그만큼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어 경제에 부담을 주고 있는 것도 현실입니다. 그러나 정치가 경제에 부담을 준다고 정치부문만을 비난할수 있는가는 다시한번 생각해 보아야 합니다. 모두가 반성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사실상 정치가 경제에 부담을 주지 않는 정치개혁이란 한국적 현실에서 찾기 어렵다고 봅니다. 정치 이외부문의 반성이 병행됨으로서 정치적 영향을 최소한 하도록 스스로 노력해야 합니다.
邊명예교수 = 중앙정부의 부처를 축소하고 조정하는 과정에서 부처 이기주의가 팽배하여 그 성과가 만족스러운 정도는 아니었습니다. 그리고 정부산하단체의 축소도 얼마나 이루어졌는지 의문입니다. 이러한 정부부문의 개혁은 공무원들의 기득권과 밀접히 연관되어 있기 때문에 개혁과정에 대한 시민단체의 지속적인 감시가 어느 영역보다도 절실하다고 생각됩니다. 다음은 공기업에 관한 부분인데 공기업의 인력축소와 신경영기법 도입 등은 비교적 계획대로 추진되어 성과를 내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다만 공기업 민영화는 그 대상을 설정하는데 신중해야 하겠지만 민영화가 필요하다고 생각되면 지체해서는 안될 것입니다.
정치개혁에 대해서는 내가 할 수 있는 말이 거의 없지만, 다만 나로서는 경제개혁에 필요한 법률안이라고 판단되면 정치인들은 당의 이해관계를 초월하여 국가장래의 차원에서 그것을 다루어주었으면 합니다. 돈 안드는 정치관행을 만드는 것은 정경유착의 근절과 정상적인 경제질서의 확립을 위해서도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사회 = 64조원의 재정이 투입돼 금융구조조정이 진행중입니다. 여기다 정부는 대우사태 처리와 구조조정 마무리를 위해 필요하다면 공적자금을 추가로 투입할 계획입니다. 그러나 국가채무가 100조원에 달하는 등 사상 초유의 적자재정 문제를 경고하는 시각들이 엄연히 존재하고 있습니다. 특히 한국개발연구원(KDI) 등 국책연구기관들도 후세대들에게 막대한 부담을 남길수 있는 적자재정문제를 조속히 해결하라고 촉구하고 있습니다. 건전재정복귀를 위해 유념해야 할 사항은 무엇입니까.
邊명예교수 = 우리는 다른 저개발국에 비해서 재정은 비교적 건실하게 운용하여 온 편입니다. 그래서 금융기관의 부실채권처리와 실업대책 과정에서 누적된 공적채무는 우리가 해결해야 할 새로운 과제임에 틀림없습니다. 부실채권 처리를 위해 아직도 더 많은 공적 자금이 필요할 것이라는 지적도 있습니다. 하지만 반드시 비관할 필요는 없다고 봅니다.우선 경기변동 자체가 재정을 균형화시키는 효과가 있지 않습니까. 경기가 회복되면 세입은 확대되고 실업대책을 위한 지출은 감소할 것입니다. 물론 이것에만 의존해서는 안될 것입니다. 우선 지출의 낭비적 요소를 없애야겠지요. 어느 시민단체에서는 그것을 위해 감시단을 설치했지요. 특히 재정에 대한 감시가 비교적 소홀한 지방자치단체가 선심성 혹은 과시용 지출을 삼가야 한다고 말하고 싶습니다. 다른 한편 세수를 늘이는 것도 중요합니다. 세수증대를 위해서는 세율 증대보다는 세원의 철저한 파악에 중점을 두어야 합니다. 이것을 위해서는 많은 제도적 장치와 인력이 필요하겠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지금까지 그러한 노력이 너무 소홀했습니다. 탈세를 막는 것은 세수확보 뿐만 아니라, 소득재분배와 신용사회의 정착에도 도움이 될 것입니다.
朴교수= 공적자금에 대한 사회적수요가 IMF사태로 인해 급격히 증대하는 것은 불가피 합니다. 재정부문의 역할이 그만큼 중요하다는 것입니다. 문제는 국가채무의 증가속도를 적절히 규제할 수 있는 메커니즘이 아직 정착되지 않았다는 점입니다. 국가채무 또는 공적자금은 철저히 사회적 편익-비용 차원에서 배분의 우선순위가 결정되어야 할 국가적 희소차원이기때문에 결코 그때그때 돌출 되는 사태에 대한 응급지원 수단으로만 사용되어서는 안됩니다. 절대규모가 GNP의 몇 % 이내로 규제되어야 한다든지에 대한 사회적 룰이 세워지고 그것은 철저히 지켜져야 합니다. 사상 최대의 적자재정 누적으로 거의 20년 간의 어려움을 겪은 미국경제의 경험과 세계최대 국가채무국인 일본의 경험등을 충분히 살리고 재정·금융 두 정책수단간의 적정 결합이라는 차원에서도 재정부문의 상대적인 역활이 설정되어야 합니다. 특히 향후 통화 신용정책의 독립성이 보다 확고히 된후 과대한 누적 재정적자가 미칠 통화적 충격등에 대한 사전적 검토가 충분히 있어야 합니다.
사회 = 논의를 미시부문에서 거시부문으로 바꾸겠습니다. 올해 성장률이 7%가까이 회복될 관측이 유력합니다. 증시는 최근 일부 조정이 있었지만 종합주가지수가 1,000포인트에 근접하는 활황을 구가하고 있습니다. 이같은 지표동향으로 볼때 우리 경제가 본격적인 회복궤도에 접어들었다는 낙관론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어떻게 평가하십니까.
邊명예교수 = 작년에 우리 경제가 큰 폭의 마이너스 성장을 했기 때문에 올해 성장률이 기대했던 것보다는 다소 높을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하지만 성장률이 이렇게 높은 것이 우리 경제가 구조적으로 더 건실해지고 기업들이 경쟁력을 갖게 되었기 때문인지에 대해서는 회의적입니다. 내 생각으로는 그런 것보다는 정부가 실업문제를 완화하기 위해 재정지출을 크게 늘리고, 중앙은행은 고금리와 신용경색을 해결하기 위해 통화량을 늘린 것이 성장률을 높인 가장 큰 요인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 점에서 최근의 증시활황은 분명히 거품의 요소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시중에 풀린 자금 중 상당 부분이 생산적 부문으로 흘러들어 가지 않고 증권시장으로 유입된 결과이기도 합니다. 기업들이 은행차입으로 증권시장에서 재태크를 한다는 말도 있지 않습니까. 결론적으로 말해서 경기회복 그 자체보다는 무엇에 기반한 회복이냐가 더 중요합니다. 건실한 경제구조와 경쟁력에 바탕을 두지 않은 경기회복은 장기간 지속하기는 힘들며 오히려 거품만 생기게 할 것입니다.
朴교수 = 우리경제가 여러지표상으로나 피부상으로 회복국면에 들어간 것은 의심의 여지가 없습니다. 다만, 회복속도로 향후의 경제개선의 지속성을 위해 적절히 「조절」되어야 합니다.
그러면에서 볼때, 올해 예상성장율 7%는 지난해 마이너스 성장율에 따른 기술적 반등요소를 감안하더라도 다소 높다는 감을 갖게 됩니다. 또한 증시상황은 수출 등 실물부문의 흐름을 제대로 반영치 못하는 머니게임적 요소가 너무 커서 우려됩니다. 우리의 높은 수입의존도를 감안할때 우리 경제성장의 최대 제약선은 경상수지입니다. 수출의 뒷받침이 없는 경상수지 흑자는 성장율이 높아짐에 따라 급속히 축소되고, 그것때문에 성장률을 황급히 끌어내려야만 하는 상황이 과거에 반복되었습니다. 그러나 IMF사태 이후 그러한 일이 반복되면 제2의 외환위기로 연결될 수 있습니다. 지금부터의 거시경제운영이 그만큼 중요한 것입니다. 냄비적 속성의 우리경제 고질적 병폐를 염두에 두어야 합니다. 우리가 해야할 구조조정이란 바로 이와 같은 냄비경제의 속성을「무쇠솥 경제」로 만들려는 것입니다. 결국, 현상태에서 향후 경제에 대한 지나친 낙관론은 지나친 비관론 못지 않게 별로 이로울 것이 없습니다.
사회 = 정부가 경제정책을 운용하는데 실업률은 중요한 변수입니다. 경기회복이 가속화됨에도 불구하고 정부 공식통계로도 130만명이 넘는 실업자가 있습니다. 정부가 실업자를 줄이기 위해 그동안 벌인 실업대책을 어떻게 평가하고 고실업시대의 실업대책은 어떤 것이어야 합니까.
邊명예교수 = 지난 1년 6개월여간의 정부의 실업대책은 일자리를 창출한다는 의미도 있었지만 무엇보다 극도로 얼어붙은 투자심리와 소비심리를 자극하는데 더 큰 의미가 있었다고 보아야 할 것입니다. 즉 민간부문의 지출이 크게 위축된 불황기에 정부가 확장적 재정지출을 통해서 민간 부문을 자극한다는 전통적인 케인즈주의적 대응이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런 점에서 정부나 IMF가 위기 직후의 긴축재정을 빨리 포기한 것은 불황의 심화를 막고 회복을 촉진한 요인이 되었습니다. 물론 모든 재정자금이 낭비없이 생산적 용도로 사용되었다면 더할 나위없이 좋았을 것입니다.
이제는 장기적이고 구조적인 실업대책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내가 가장 강조하고 싶은 것은 우리경제의 제조업 조로화 현상을 막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미 약 10년 전부터 제조업 조로화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데, 제조업의 총취업자에서의 비중은 지난 89년을 정점으로 하여 줄어들고 있습니다. 수출증대와 소재·부품생산 중소기업의 육성 등을 통한 제조업의 활성화가 장기적 고실업을 막는 중요한 방안이라고 생각합니다. 다음으로는 새로운 산업이 성장하면서 그에 맞는 능력을 가진 인력에 대한 수요가 나타나고 있는데, 이에 대응하기 위한 직업훈련과 재교육 프로그램이 정부와 기업차원에서 속히 마련되어야 할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지난 1년 6개월 동안의 회복과정에서 계층간 소득과 부의 불균형이 심화된 것이 사실입니다. 이것을 시정하기 위한 방안이 다각적으로 모색되어야 하는데 가장 기본적인 것은 저소득층을 위한 일자리를 많이 창출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것이 생산적 복지의 첫걸음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朴교수 = 그간의 각종 실업대책중 가장 특기할만한 것은 실업보험의 확대 실시입니다. IMF사태가 우리경제에 준 선물의 하나인 것입니다. 그런면에서 정부의 과감한 재정지원에 의한 실업보험 확대 보급조치는 큰 업적의 하나로 보아야 할 것입니다. 그러나 실직자 재훈련 교육 등은 큰 실효룰 거둔 것으로 보기 어렵습니다. 실질자가 재취업할 시기에 요구되는 능력을 확보할 수 있는 교육이어야 하는데, 그러려면 퇴직당시보다는 고급 인력화 되어야 합니다. 매우 수준높은 교육이여야 합니다. 또한 가급적이면 과거 직장으로 되돌아 갈수 있도록 교육 내용이 짜여져야 합니다. 노동시장에 새롭게 진출하는 인력 흡수 문제는 인턴제도로 일부 응급조치 되어왔으나 경제회복 속도에 따라 해결될 수 밖에 없습니다. 경제가 어려울때의 우수인력 확보 전략등이 기업부문에서 좀더 적극적으로 추진되도록 분위기가 조성되어야 할 것입니다.
사회= 지난 6월말 현재 외환보유고가 600억달러를 넘어섰습니다. 이제 우리나라에 외환위기의 재발가능성은 완전히 사라졌다고 볼 수 있습니까.
朴교수= 우리가 필요로하는 외화보유고는 적어도 1,000억달러는 되어야 합니다. 외화보유고 운영에 따른 기회비용적 손실을 간과해서도 안되겠지만, IMF사태 이후 국제금융시장에서의 불안감 해소, 예를 들어 대우사태 등의 국제적 충격 최소화를 위해서는 중국이나 대만의 외화보유고 수준과 유사한 수준의 공적 준비자산을 보유할 필요가 있습니다. 1,000억달러에 이르기까지는 그야말로 「다다익선」입니다.
외환위기의 시발은 경상수지의 악화 및 악화 전망이었습니다. 그것이 일시적인 것이 아니라 구조적인 것일때 자본수출이 급격히 나타나고 외환보유고가 고갈되며 환율이 급등하게 됩니다. 그런 면으로 볼때 향후 2∼3년간의 경상수지 전망이 매우 중요합니다. 현재와 같이 수출은 부진한데 내수전략에 의한 경기 활성화가 경상수지 흑자규모를 급격히 줄임으로서 내년도에는 경상수지가 균형에 접근할 것으로 전망하도록 만든다면 외환면에서의 불안요소는 그만큼 증대될 것입니다. 왜냐하면 내후년인 2001년에는 성장율을 끌어 내리지 않는한 상당한 규모의 경상수지적자가 예상되기 때문입니다.
자본시장에 유입되는 외자는 단기·투기성 자금입니다. 채권시장에 외국자본이 본격적으로 유입되지 않는한 외국자본의 이동성은 결코 줄어든 것으로 볼 수 없고, 이들은 경상수지 추이를 항상 주시하고 있슴에 유의해야 할 것입니다.
邊명예교수= 외환위기의 가능성은 외환보유고만으로 판단할 수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IMF위기가 발생하기 6개월 전만 하더라도 우리의 외환보유고는 300억달러를 넘었고 그것은 IMF가 일반적으로 권고하는 수준에 이르렀던 것입니다. 외환위기의 가능성은 실질환율수준, 외채규모, 외채의 만기구성, 금융기관의 부실채권 규모, 기업의 재무구조나 수익성 등 여러 가지를 동시에 고려하여 판단해야 할 것입니다. 다시 말해서 다른 조건은 크게 변하지 않았는데 외환보유고만 늘었다고 해서 위기의 가능성이 완전히 사라졌다고 할 수는 없습니다. 물론 가능성이 이전보다는 훨씬 낮아진 것은 틀림없습니다. 여러 가지 외적 충격에 흔들리지 않기 위해서는 외채규모를 앞으로도 계속 줄여나가고 금융부문과 기업부문의 개혁이 계속 되어야 할 것입니다.
사회= 국제수지 흑자 유지를 위해 당분간 원·달러 환율을 1,200원대에서 안정시켜야 한다는 주장이 있습니다. 반면 다른 쪽에서는 인위적인 환율조작을 통한 수출경쟁력 유지가 장기적으로 얻는 것보다 잃는 것이 많다고 반론하기도 합니다. 현 시점에서 바람직한 환율정책의 운용원칙은 어떻게 보십니까.
邊명예교수= 환율조작을 통해서 무역수지 흑자를 달성하겠다는 것은 단순히 통화를 늘려서 경기를 부양하자는 말과 꼭 같습니다. 다른 노력은 하지 않고 가격만 유리하게 설정하자는 것이지요. 지난 1년여 동안은 우리 경제나 원화에 대한 신인도가 완전히 회복되지 않았기 때문에 환율이 1,200원대 내외로 유지되었습니다. 하지만 경상수지 흑자가 나타나고 우리 경제에 대한 신인도가 회복되어가고 있는 상태에서는 이 수준의 환율이 계속 유지되기 어려울 것으로 판단됩니다. 그리고 만약 손쉽게 환율조작만으로 수출을 늘이려고 하면 기술개발 등을 통한 경쟁력강화 노력은 약해지기 마련이고 따라서 문제의 근본적인 치유가 어렵게 됩니다. 또한 우리가 환율조작을 계속 하면 미국을 비롯한 무역상대국들이 가만히 있겠습니까. 외채상환시기 등을 조정하면서 환율안정을 위해 노력할 수는 있겠지만, 환율을 인위적으로 높은 수준에 묶어둠으로써 국제수지를 개선시키겠다는 생각은 버려야 합니다. 쉬운 길보다는 오히려 어려운 길을 택하는 것이 장기적인 관점에서 더 바람직할 것입니다.
朴교수= 저는 의견이 약간 다릅니다. 경상수지가 균형을 이룩했던 지난 93년을 기준으로 실질실효환율을 계산해 보면 1,200원의 환율은 경상수지 균형을 위해 요구되는 환율을 상당한 정도 능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납니다. 따라서 정책당국도 환율에 의한 수출증대의 명분을 내부적으로 갖추기 어려운 상황입니다. 경제주체들은 선물환거래, 헤징 등을 통해 환위험을 극복해야 하고 정책당국은 환변동보험 등의 조기도입으로 대처해야 할 것입니다. 현 시점에서 바람직한 환율정책은 무리한 시장개입을 안한다는 입장을 일관성있게 밝히고, 그러나 단기적 급격한 변동은 허용하지 않겠다는 의지 또한 분명히 해야 합니다. 오늘의 환율정책은 국내 뿐만 아니라 국제금융가를 상대로 한 정책이므로 환율과 관련된 정책당국의 일체의 발언은 보다 자제된 것이어야 하며 또한 성숙된 것이어여야 합니다. 특히 중앙은행총재나 재경부장관, 산자부 장관들의 환율관련 발언은 자제되어야 합니다.
사회= 서해교전, 남북 차관급 회담결렬 등으로 교착상태에 빠진 남북경협의 장래는 어떻게 전망하십니까.
朴교수= 남북경협을 정경분리원칙에 따라 가능한 한 보다 적극적으로 추진되어야 합니다. 현제의 교착상태 극복을 위해 남북한 경제학자들의 「남북경협증진을 위한 모임」등이 적극적 모색될 필요가 있습니다. 이러한 움직임이 중요한 명분을 제공할 수 있기때문입니다. 남북경협의 잠재규모는 남북상호간의 물리적 근접성, 문화적 근접성, 산업구조상 보완성, 등 여러 면에서 매우 크기때문에 인내심을 갖고 공동의 이익을 위해 꾸준히 추진해야 할 것으로 봅니다.
邊명예교수= 나는 남북경협은 장기적인 과제라고 생각합니다. 다시 말해서 일시적으로 문제에 봉착하고 단기적인 성과가 나지 않는다고 해서 포기해서도 안되고 포기할 수도 없다고 생각합니다. 만약 이것을 포기한다면 어떤 대북경제정책을 택할 수 있겠습니까. 하나의 방법은 고립정책인데 한반도의 평화정착과 나아가 민족의 통일을 위해 그것이 얼마나 성과를 거둘 수 있겠습니까. 물론 현 정부도 단기적 성과를 거두기 위해 서둘러는 안됩니다. 북측도 경협에 대한 현실적 필요가 절실하기 때문에 신변안전 보장 등에 관한 우리측의 요구를 거부하지는 못할 것입니다. 좀더 지켜보도록 합시다.
사회= 마지막으로 중단없는 개혁작업에 최대 장애물이 무엇이라고 보십니까. 개혁의 완성을 위해 각 경제주체가 맡아야 할 역할에 대해 정리해 주십시요.
邊명예교수= 어떠한 개혁이든 개혁의 장애물은 기득권 집단입니다. 어느 누가 자신이 누리고 있던 이익을 스스로 내놓으려고 하겠습니까. 하지만 이제는 그런 것을 내놓지 않고서는 더 이상 세계경제 속에서 생존하기조차 어렵다는 것을 우리 모두가 깨달았습니다. 하지만 그들만이 장애물이 아닙니다. 지금 우리의 개혁은 어느 특정 집단이나 계층만이 해야 할 일이 아닙니다. 어쩌면 국민 모두가 갖고 있는 과거의 비정상적이고 불합리한 관행과 사고가 가장 큰 장애물이라고 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기업은 경영관행을 바꾸고, 금융기관은 대출관행을 바꾸고, 정치인은 정치행태를 바꾸고, 각 개인은 잘못된 생활태도가 있으면 그것을 바꾸어야 합니다. 마지막으로 개혁이 일회적인 소란으로 끝나지 않고 실질적인 결실을 얻기 위해서는 각종 개혁적 조치들이 반드시 제도로서 정착되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습니다.
朴교수= 구조조정이나 개혁의 근본은 의식개혁입니다. 그러나 그간의 경험으로 보아 의식개혁이 결코 쉬운 것이 아니며, 그것으로 모든 개혁의 성패가 결정됩니다. 상당한 시간과 노력이 요구됨에도 불구하고 의식개혁은 일련의 캠페인이나 선언등으로 일찍이 해결된 것으로 보고 나머지 가시적인 것에 치중하다보니 결과적으로 아무것도 제대로 되는 것이 없게 됩니다. 그러니 시간이 걸리더라도 관련부문에서 요구되는 의식개혁 프로그램이 짜여지고 그것이 단계적으로 시행되도록 해야 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邊교수께서 이끄시는 제2건국 범국민운동의 의의는 지대한 것이며, 꼭 성공할 것으로 기대합니다.
사회= 오랜 시간 좋은 말씀에 감사드립니다.
/정리 = 온종훈 기자 JHOHN@ 우승호 기자 DERRIDA@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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