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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아휴직 의무화… 사내 어린이집 확대… 여성 일하기 편한 기업 는다


대기업들은 단순히 여성채용과 복지를 늘리는 수준을 넘어 여성 관련 제도를 현실화하는 데 주목하고 있다. 그 일환으로 인력현황이나 업무문화 등을 반영한 여성정책 개선 노력이 산업 현장에서 가시화되고 있다.

롯데그룹과 SK그룹이 각각 지난해 말과 올 6월 도입한 육아휴가 의무사용제도가 대표적인 사례다. 롯데그룹은 희망자의 신청에 따라 사용하던 육아휴직을 별도의 휴직신청 없이도 출산휴가가 끝나는 시점에서 자동으로 1년간 사용할 수 있도록 신청절차를 개선했다. 본인이 희망해 1년간의 육아휴직을 다 사용하지 않을 경우에만 회사의 별도 승인을 받아 육아휴직을 취소하는 네거티브 시스템으로 운영하기로 바뀌었다. SK 역시 3개월간의 출산휴가 후 자동으로 1년의 육아휴직으로 전환되도록 시스템을 개선했다. 롯데의 한 관계자는 "법적으로 육아휴직이 보장돼 있음에도 불구하고 회사 눈치를 보느라 제도를 마음껏 이용하지 못하고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라며 "실질적으로 일과 육아의 양립이 가능한 방향으로 제도를 개선해나가자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SK는 이 같은 의무육아휴직제도 역시 추가 개선을 준비하고 있다. SK 관계자는 "육아휴직을 사용하더라도 복귀 후 인사평가 불이익을 없애는 한편 육아휴직 후 주변 인력의 업무부담에 대한 해결책도 보완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삼성의 경우 대기시간이 길어져 사내 어린이집을 사용할 수 없는 현실을 보완해 지난해 서초 사옥 삼성생명동 3층에 140명을 수용할 수 있는 어린이집을 추가 설치했다. 지난 2011년 4월 서초 사옥에 첫 출근한 이건희 삼성 회장이 전자동 한곳에만 있는 어린이집으로는 자녀를 수용하기가 부족하다는 임직원의 지적을 받아들여 즉석 지시한 결과다.



한화는 여성친화적 기업을 선언하고 이달부터 일ㆍ가정양립제도 시행에 돌입하며 각종 구체적 정책을 도입했다. 한화는 출산 후 1년까지 정시퇴근을 의무화하고 하루 2시간씩 모유 착유 시간을 보장했다. 난임 치료 지원, 취학 전후 돌봄휴직제도 등도 시행해 앞으로 성과에 따라 보완해나갈 계획이다.

업계에서는 다만 기업들이 현실적이고도 지속 가능한 여성정책을 펼치기 위해서는 정부 차원의 여성인력 육성 노력이 전제돼야 한다고 주문하고 있다. 박재근 대한상공회의소 노사인력팀장은 "기업들이 여성의 근무여건 개선을 위해 다양한 제도를 도입하고 보완하는 것은 물론 바람직한 방향"이라면서도 "예를 들어 보육시설을 보면 국공립 어린이집 비율이 낮은 상황에서 민간기업에 어린이집 설치 책임을 지우는 것은 한계도 뚜렷하고 바람직하지만은 않은 방향"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현재 여성의 일과 육아 양립이 어려운 문제 역시 직장 내부 문제뿐 아니라 자녀의 학교에서 어머니의 역할을 과도하게 요구하는 등 사회 전반적인 구조 및 문화와 맞닿아 있다"며 "정부 차원의 모성보호ㆍ여성인력 정책이 없는 한 기업이 좋은 제도를 도입하더라도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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