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저작권시비 소송 '봇물'

적절한 법적장치 업어 당분간 공방 불가피디지털 시대 문화상품의 저작권을 어느 수준까지 보호해야 하는가를 둘러싼 'e저작권' 소송이 잇따라 터져 나오고 있다.

지난달 미 연방항소법원이 인터넷 음악파일 무료공유 업체인 냅스터사의 서비스를 저작권법 위반이라고 판결한데 이어 출판, 영화, 사진 등 각 분야에서 유사한 소송이 연이어 진행되고 있어 비상한 관심을 모으고 있다. 디지털 기술의 발달로 각종 문화상품의 복제 및 유통환경은 근본적으로 변하고 있지만 이에 대한 법적 보호장치는 제대로 마련되지 않고 있다. 전문가들은 현재 진행중인 각종 소송 결과가 인터넷, CD롬 등 전자매체를 통해 유통되는 디지털 저작물의 저작권 보호 수준 및 방법을 결정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28일 워싱텅의 미 연방대법원 법정에선 출판사와 프리랜서 작가들간에 한바탕 치열한 법적공방이 벌어졌다.

원고측인 미국작가연맹 소속 회원들은 자신들의 원고가 아무런 사전동의 없이 출판사나 언론사의 데이터베이스나 기사모음 CD롬에 무단으로 실려 저작권을 침해 당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자신들은 출판매체에 실리는 글에 대해서만 원고료를 받았을 뿐 동일한 글이 디지털 매체를 통해 유통되는 데는 아무런 보상을 받지 못했다는 게 이들 주장의 골자였다.

반면 출판사측은 이용자들이 이들 작가들의 글을 이용한 게 아니라 데이터베이스나 CD롬의 검색기능을 이용하고 이에 대해 돈을 지불했을 뿐이라고 반박했다. 이용자들이 개별 기사를 이용한 게 아니기 때문에 저작권료를 지불할 수 없다는 주장이다.

전문가들은 작가들이 지난 99년 항소심에 이어 상고심에서도 승리한다면 유사한 소송이 봇물처럼 터져 나올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럴 경우 막대한 돈을 지불해야 하는 언론ㆍ출판사들이 디지털 매체에서 아예 프리랜서들의 글을 삭제하는 최악의 상황도 나올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애써 구축한 디지털 자산이 저작권료 지불 때문에 사라질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영화, 사진 등 다른 사안에 대한 저작권논쟁도 뜨겁기는 마찬가지다. 지난해 8월 미 연방법원이 디지털 비디오 디스크(DVD)의 복제방지 코드해제 소프트웨어 'DeCSS'를 인터넷을 통해 유통시킨 2600닷컴을 저작권법 위반이라고 판결했지만 아직 항소심이 진행중이다.

내셔널 지오그래픽을 발행하는 내셔널 지오그래픽 소사이어티도 한 프리랜서 사진작가에 의해 디지털 저작권을 위반했다는 소송을 제기 당한 상태다.

스틸 헥터 앤드 데이비스의 변호사 노먼 데이비스는 "인터넷, 디지털 저장매체 등 저작권을 둘러싼 소송이 계속 터져나오는 것은 불가피한 상황"이라며 "논란이 되고 있는 문제에 대해 법원이 사안별로 새로운 규칙을 만들어나갈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김호정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