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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3대금융거물 후계자 관심
입력2002-05-09 00:00:00
수정
2002.05.09 00:00:00
워렌 버핏·센디웨일·그린버그 고령에 퇴진거론"어제 내가 죽었습니다. 내게는 의심할 바 없이 좋지 않은 소식이지만 우리 사업을 위해서는 그리 나쁜 뉴스는 아닙니다".
미 투자 금융계에서 살아있는 전설로 통하는 버크셔 해서웨이의 워렌 버핏 회장이 작성한 유언장이다. 자신의 후계자가 '청출어람'이 되길 바라는 소망이 그대로 드러나 있다. 하지만 실상은 그렇지 못하다.
유언장에 따르면 후계자 후보 1순위로 장남인 하워드 G. 버핏이 꼽히고 있지만, 일리노이주에서 옥수수 농장을 경영하고 있는 그는 아버지의 사업에는 별 관심이 없는 인물이다.
다른 후순위 후보자들도 기대만큼 열정으로 가득찬 이가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버핏은 "만일 내가 죽고 나면 버크셔의 문화가 유지될 수 있을지 걱정이 된다"며 불편한 속내를 감추지 못하고 있다.
버핏과 더불어 미 금융계의 3대 거물인 시티그룹의 샌디 웨일 회장, AIG의 모리스 그린버그 회장도 70대 안팎의 나이를 먹음에 따라 자의든 타의든 후계자를 결정해야 하지만 속 사정은 별반 다르지 않다.
시티그룹의 웨일 회장은 올해 69세를 맞이하면서 연초에 소비자부문 총책임자인 로버트 월럼스타드를 시티그룹 사장으로 앉혔다.
하지만 월럼스타드가 자동으로 웨일의 후계자가 될 것이라고 여겨지지 않는다. 시티그룹 내에서는 웨일만큼 도ㆍ소매 금융 양방면에 경험이 풍부하고 정통한 이가 아직도 없다는 중평이다.
지난 35년간 AIG의 사령탑 역할을 한 그린버그 회장은 그간 후계 구도에 대해 구체적인 얘기를 하지 않고 있다가 지난 1일 후계 구도를 명확이 하라는 투자자들의 압력에 굴복해 7명의 임원을 차기 후보를 임명했다. 7명의 임원들이 대표이사 회장직을 두고 경쟁하도록 하는 체재를 구축했다는 것.
AIG는 그러나 이들 중에서 그린버그 회장의 후계자가 반드시 나올 것이라는 점을 명확히 하지는 않았다. 전설적인 경영자 그린버그의 전통을 이어 갈 수 있는 적합한 후계자를 찾기 위해 좀 더 심사숙고 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이와 관련, 영국의 파이낸셜타임스는 이들 금융 거물 3인방이 이끄는 업체의 시가 총액이 5,000억달러가 넘어 미국 톱 10 금융업체 전체 시가총액의 절반이 된다고 전하면서 후계자 문제는 단순한 개인 문제가 아니라 미국 금융 산업의 풍향을 좌우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후계자를 선택하는 문제가 이처럼 중대한 사안으로 등장하면서 월가의 영웅들은 자신의 생애중 가장 어려운 선택을 해야 하는 고민에 빠져 있다.
한운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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