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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락, 일본경제]<상>고사상태 금융시스템
입력2002-02-06 00:00:00
수정
2002.02.06 00:00:00
주가.엔화.채권 동반약세 '3월 위기설' 불안감 확산지난 5일 도쿄 시내의 한 증권사 객장. 시세판을 바라보며 망연자실해 하는 한 초로 여성의 모습이 통신을 통해 전세계에 타전됐다. 19년만의 최저치. 바로 전주 닛케이 1만대가 허망하게 무너진대 이어 불과 이틀만에 9,500선마저 이날 붕괴됐다.
한때 지수 4만대 가까이 치솟앗던 일본의 주가는 4분이 1토막이 나며 마침내 지난주 45년 만에 처음으로 뉴욕 증시의 다우지수밑으로 추락했다. 한때 세계 제일의 '부국'을 자처하던 일본 경제의 초라한 오늘 모습이다.
'개혁'을 외쳐온 고이즈미에 대한 기대도 물 건너가고 있다. 금융권은 물론 제조업체들까지, 경제 전반이 총체적 부실 상황으로 빠져들며 세계가 일본발 경제 공황에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 심화되는 트리플 약세
금융권 부실과 함께 최근 일본 경제를 옥죄고 있는 것은 주가, 엔화가치, 채권가 등 이른바 '트리플 약세'다.
5일 히라누마 다케오 경제 산업부 장관은 "닛케이 주가가 9,000선 밑으로 내려가는 상황을 상정한 계획이 있다"고 말했다. 정부의 대비책 마련의 의미 이전에 주가의 9,000선 하향돌파를 기정 사실화한 암울한 발언이다.
일본 국채도 불안하다. 지난해 12월 25일 1.315%를 기록했던 10년짜리 장기국채 금리는 6일 현재 1.540% 로 급등했다. 한달여만에 0.225%포인트가 올랐다.
엔화 약세는 이미 지난해 말부터 초미의 관심을 끌고 있는 사안. 최근 엔화가치는 135엔대까지 하락, 주변국을 초긴장 상태로 몰아넣고 있다. 일부에서는 달러당 140엔대, 심지어 200엔 붕괴를 주장하는 극단적 전망까지도 나오고 있다.
◆ 3월 금융위기 오나
급속히 악화되는 경제 상황의 진원(震源)지는 무엇보다 금융권.
이미 고사상태라는 진단이 나오고 있는 가운데 끊임없이 제기되는 일본의 '3월 위기설'은 세계 경제계에 불안감을 한층 증폭시키고 있다.
유독 3월 위기가 강조되고 있는 것은 4월부터 일본 정부가 은행예금에 대한 전액 보장제도를 부분 보장제도로 전환하기 때문.
현재 일본의 은행 예금금리가 '제로'나 다름없기 때문에 '안정성'마저 보장받지 못한다면 대규모 예금 인출사태가 벌어질 것이라는 얘기다.
주가 하락과 대규모 기업의 도산이 이어지면서 은행의 부실채권도 급증, 국민들의 은행에 대한 불신은 더욱 깊어지고 있다.
여기에 설상가상으로 일부 신용평가기관들은 일본의 경기침체로 은행들의 부실채권 문제가 악화할 것으로 예상, 일본 주요 은행들의 신용 등급을 속속 하향 조정하고 있다.
일본이 제2의 아르헨티나가 될 수도 있다는 극단적인 비관론도 제기되는 상황이다.
3월 금융 위기설이 현실화될 경우 전세계에 미칠 파장은 아르헨티나 파산과는 비교할 수 없을 거라는 데 큰 이의가 없다.
일본의 주식, 채권, 엔화 투매가 이어지고 엔약세가 가속화될 경우 중국의 위안화 절하 등 전 세계적 파장은 실로 엄청날 거라는 뜻이다.
그러나 일본경제 낙관론자들은 일본 정부가 금융 안전망 강화에 주력하고 있기 때문에 3월 위기설은 기우라는 주장도 펴고 있다.
윤혜경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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