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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경제 열풍에 뜨고, 지는 월街의 별들

『솔직히 지금 증시를 이해할 수 없다. 이런 상황에서 투자자들의 돈을 맡아 관리할 수 없다』단돈 800만달러로 출발, 세계 최대 헤지펀드중 하나인 220억달러규모의 타이거펀드를 키워낸 줄리안 로버트슨이 30일(현지시간) 20년간의 월가 생활을 청산하면서 남긴 퇴장의 변이다. 지난 수십년간 월가를 주름잡았던 거장들이 하나둘 떠나거나 명성에 흠집이 나면서 화려한 무대의 뒤켠으로 몸을 숨기고 있다. 미국 경제 사상최장의 호황을 이끌고 있는 첨단기술주 열풍에 편승하지 못한 탓이다. 대신 구경제의 패러다임, 투자 공식으로는 현재 경제상황을 해석할 수 없다며 신경제의 전도사를 자처하는 새 분석가, 투자전략가들이 월가를 주름잡고 있다. 누가 뭐래도 자타가 공인하는 「20세기 최고의 투자가」로 꼽히던 워렌 버핏도 올들어 톡톡히 망신을 당하고 있다. 얼마전까지도 「오마하의 현인」으로 불리며 투자내역 공개를 둘러싸고 증권거래위원회(SEC)와 신경전을 벌일 정도였던 워렌 버핏은 막상 이달초 투자내역을 공개한후 고개를 들 수 없는 처지가 돼버렸다. 그가 회장으로 있는 투자회사 버크셔 헤더웨이의 수입이 지난해 42%나 줄어들면서 주가도 올들어 26%나 빠진데다 그가 투자한 회사들의 주가도 20%이상 폭락했기 때문이다. 첨단기술주를 외면하고 철저하게 가치주위주의 투자를 고집해온 탓이다. 오마하의 현인은 그래도 아직 회사를 유지하고 있지만 줄리안 로버트슨은 자신이 거느리던 6개 헤지펀드를 모두 청산하기로 했다. 그 역시 비합리적(?)인 테크열풍을 외면하다가 월가를 쓸쓸히 떠나게 됐다. 이에 앞서 지난 98년에는 노벨경제학상 수상자들이 모인 「월가의 드림팀」 롱텀캐피털매니지먼트가 파산했다. 세계 최대의 헤지펀드인 조지 소로스의 퀀텀펀드는 잽싸게 첨단기술주 열풍에 편승했지만 최근 바이오테크주식의 매도타이밍을 놓치면서 이달들어 10%이상 손실을 기록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처럼 수십년간 월가에서 잔뼈가 굵은 거장들이 맥을 못추고 있는 상황에서 최근 월가를 좌지우지하는 세력은 상대적으로 젊은 분석가, 전략가들이다. 지난 28일부터 나스닥의 폭락을 촉발시킨 골드만 삭스의 수석 투자전략가 애비 조셉 코언(48·여)이 대표적인 인물. 템플턴 펀드의 마크 모비우스, 프루덴셜증권의 투자전략가 랠프 아캄포라, 모건스탠리의 여성애널리스트 매리 미커등도 월가를 주름잡는 전략가이자 애널리스트들이다. 코언은 90년대 후반부터 워렌 버핏에 이어 두번째로 월가에서 영향력이 큰 인물로 꼽혔는데 버핏의 명성에 금이 가면서 가장 말발이 센 사람으로 떠올랐다. 코언이 첨단기술주의 고평가를 경고하면서 주식투자비중을 줄이도록 권고한 이후 사흘동안 나스닥지수는 500포인트, 10%정도 빠졌다. 말 한마디로 수백억달러의 시가를 날려버리는 파워 우먼이다. 골드만 삭스가 맘먹고 키우는 여성 간부다. 템플턴 펀드의 마크 모비우스도 요즘 손꼽히는 애널리스트. 모비우스도 29일 인터넷기업의 고평가를 경고하면서 조만간 50~90%까지 인터넷 주가가 하락할 수 있다는 무시무시한 예언을 했다. 모비우스는 주가 하락폭이 적어질려면 가급적 빠른 시일내에 하락이 시작되어야 한다는 엄포까지 놓았다. 이 탓인지 29일과 30일 인터넷 기업들의 주가는 바닥이 어디인지 모를 정도였다. 프루덴셜증권의 아캄포라는 지난98년 코언과 증시거품론을 놓고 한바탕 논쟁을 벌이다 코언에 완패, 명성에 흠집을 입었지만 여전히 월가의 최고 분석가로 통한다. 미터씨는 지난해 1,500만달러의 연봉을 받아 애널리스트로는 사상 최고의 연봉을 받는 여걸이다. 이들은 대체로 대형 금융기관들이 조직적으로 키우는 인물들. 막강한 리서치팀을 거느리면서 첨단기법을 동원해 시의적절한 투자공식을 만들어내고 있다. 뉴 패러다임의 기세가 등등해지면서 백전노장, 영웅의 시대는 지나가고 마우스 클릭으로 신경제 곡선을 만들어가는 저격수들의 몸값이 치솟는 상황이다. 월가에서 정통 서부영화는 막을 내리고 마카로니 웨스턴이 관객을 모으고 있는 것이다. 뉴욕=이세정특파원BOBLEE@SED.CO.KR 입력시간 2000/03/31 17: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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