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외환시장은 연휴의 끝이 그 누구보다 달갑지 않았다. 석가탄신일로 문을 닫은 사이 요동쳤던 역외시장의 분위기는 24일 서울 외환시장이 문을 열자마자 고스란히 전해졌다. 이날 외환시장이 열리자마자 원ㆍ달러 환율은 달러당 18원80전 오른 1,212원90전으로 출발했다. 오전10시 이명박 대통령의 대국민 담화 발표를 앞두고 1,220원까지 올랐으나 담화 발표 뒤에는 상승폭을 일부 반납하기도 했다. 그러나 결국 전거래일보다 20원40전 오른 1,214원50전으로 장을 마쳤다. 환율이 1,210원대에서 마감한 것은 지난해 9월16일(1,211원30전) 이후 처음이다. 환율은 천안함 침몰이 북한의 소행이라는 조사 결과가 나온 지난 19일부터 사흘간 67원90전이나 뛰어 올랐다. 역외세력의 움직임이 원ㆍ달러 시장을 뒤흔들었다는 게 외환시장 참가자들의 설명이다. 특히 지난 연휴에 역외시장에서 원ㆍ달러 환율이 장중 1,240까지 치솟으며 시장 심리를 극도로 악화시켰다. 대형은행의 한 외환 딜러는 "역외시장에서 원화 약세에 베팅하는 세력보다는 기존에 1,100원대 초반에서 쇼트 포지션(원화 강세 베팅)을 잡았던 역외세력들이 부랴부랴 쇼트 커버링에 나서면서 역외시장이 요동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남유럽 사태로 금융시장이 어수선한 와중에 지정학적 리스크가 갈수록 고조되고 있다. 이날 국제금융센터에 따르면 한국의 국가부도위험을 나타내는 신용부도스와프(CDS) 프리미엄 가운데 5년 만기는 148bp(1bp=0.01%포인트)로 직전 거래일 대비 5bp 상승했다. CDS 프리미엄은 19일 117bp에서 천안함 침몰원인 발표일인 20일 146bp로 껑충 뛰어 올랐다. 다음날 143bp로 떨어지면서 안정되는 듯했으나 다시 오름세로 돌아섰다. 도저히 방향성을 가늠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는 게 시장 참가자들의 설명이다. 북한의 대응이 예측불가인데다 남유럽 사태의 방향성도 아직 가닥이 잡히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다른 대형은행의 외환딜러는 "시장이 너무나 혼란스럽다"며 "높게 보였던 1,200선이 현재로서는 전혀 높은 수준이 아닌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또 다른 외환딜러는 "펀더멘털에는 변화가 없지만 대외적인 리스크가 워낙 커 쉽사리 원화 강세로 다시 방향을 잡기는 어려운 상황"이라고 전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