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12일(현지시간) 노르웨이 서부 해안가 올레순 공항 인근 도시 시킬벤. 공항에서 버스로 40여분을 달린 뒤 다시 카페리(car ferry)로 협곡을 건너자 북유럽 최대 가구제조회사인 에코르네스(Ekorenes) 본사와 생산시설이 눈에 들어왔다. 피오르드 지형의 골짜기 아래 산을 등진채 바다를 바라보고 있는 모습이 마치 한폭의 그림처럼 아름다웠다.
'스트레스리스'라는 리클라이너 브랜드로 유명한 에코르네스는 지난 1934년 창업주인 옌스 에코르네스가 독일제 기계를 들여와 3명의 직원을 데리고 창업한 이래 벌써 80년 가까이 번창하고 있다. 지난해 매출은 5,500억원 정도로 피오르, 스토달 등 다른 경쟁사보다 10~50배 가까이 더 많다.
스트레스리스는 노르웨이에 TV가 보급되기 시작하면서 사람들이 의자에 오래 앉아 있는 시간이 늘어나자 지난 1971년부터 생산을 시작한 브랜드다. 에코르네스는 에코르네스 콜렉션(Ekorenes collection), 스반(Svane)을 포함해 크게 세 개의 브랜드를 운영하고 있다. 이중 스트레스리스의 매출 비중이 전체의 80% 이상을 차지할 정도로 절대적이다.
스트레스리스 의자는 사람의 몸에 맞춘 듯한 편안한 설계가 특징이다. 레버 등 별도의 장치 없이 몸은 기댔을 때의 무게에 따라 자연스레 머리와 등 부분의 각도가 조절되며 발을 올려놓는 스툴도 경사를 조절할 수 있다. 본체 부분은 천연 가죽을 사용하고 다리와 원형의 받침은 스칸디나비아 반도의 원목으로 만들었다.
현재 스트레스리스는 국내 1위 침대기업인 에이스침대에서 독점 수입하고 있다. 최근에는 100만원대 가격에 내놓은 '스트레스리스 콘솔' 제품이 1,000개 이상 팔리는 등 기대 이상의 인기를 끌고 있다.
본사에서 취재진을 맞은 루나 호건 에코르네스 마케팅 이사는 "에코르네스는 생산 제품의 80% 이상을 수출하며 전세계 8,000만명이 알고 있을 정도로 유럽에서 가장 인지도 높은 가구회사 가운데 하나"라며 "특히 스트레스리스는 조사 결과 구매자의 98%가 만족한다고 답변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생산공장에서는 제조과정의 90% 가까이가 로봇을 이용한 자동화 설비여서 효율적으로 작업이 진행되고 있었다. 높은 자동화율 덕분에 한국에 비해 여유롭게 작업하는 근로자들의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올레 비연 로알드 에코르네스 마케팅 컨설턴트는 "로봇을 들여와도 해고하는 직원이 없고 능률은 높아져 오히려 직원 만족도가 커진다"고 설명했다.
시킬벤을 떠나 다시 올레순에 위치한 에코르네스 제품 전시장으로 발을 옮겼다. 각 층마다 가정용, 사무용 의자와 소파가 아기자기하게 전시돼 있었다. 이곳에서는 창업주의 손자이자 R&D 총괄 이사를 맡고 있는 아베 에코르네스가 직접 제품을 소개했다. 아베 에코르네스는 "소비자가 눈으로만 보는 게 아니라 직접 앉아 보고 느낄 때까지 판매자가 제품 설명을 못하게 하는게 마케팅 원칙"이라며 "자기 몸에 맞는 의자는 소비자 스스로 느껴야 안다"고 미소를 지었다.
에코르네스는 특히 올 11월부터 스트레스리스 오피스체어를 본격적으로 국내에 선보일 계획이다. 아직까지는 다리가 고정된 가정용만 판매되고 있지만 올 하반기부터는 360도 회전이 가능한데다 다리에 바퀴가 달린 사무용 스트레스리스를 만나볼 수 있다. 아베 에코르네스는 "한국은 매년 30% 이상 매출이 신장하고 있으며 사람들이 빠르게 부유해지고 있어 고급제품 수요가 꾸준히 늘 것으로 보고 있다"고 기대를 표시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