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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코리아 세미나' 세계 석학들 엇갈린 증세 주장

피사리데스 "노동시장 위축으로 일자리 줄어"<br>프랭크 "소득격차 해소위해 누진세 필요"

베스트셀러 '승자독식의 사회'로 유명한 로버트 프랭크(오른쪽) 미국 코넬대 교수가 22일 서울 동대문구 한국개발연구원(KDI)에서 열린 세미나에서 강연을 하고 있다. /이호재기자

"세금은 고용, 특히 가정에서 대체 가능한 분야의 일자리를 감소시킵니다."(크리스토퍼 피사리데스 영국 런던정경대 교수)

"계층 간 소득격차를 줄이기 위해 급격한 '누진소비세'도입을 제안합니다."(로버트 프랭크 미국 코넬대 교수)

최근 우리나라에서도 사회복지 수요가 증가하면서 정치권을 중심으로 증세 논란이 일고 있는데 한국을 방문한 세계 석학들이 이에 상반된 의견을 피력해 관심을 끌고 있다. 22일 서울 동대문구 한국개발연구원(KDI)에서 열린 '글로벌 코리아 2012' 세미나에서 해외 석학들은 '자본주의의 위기와 노동ㆍ복지의 미래'를 주제로 열띤 토론을 벌였다.

포문을 연 것은 지난 2010년 노벨경제학자 수상자인 크리스토퍼 피사리데스 런던정경대(LSE) 교수였다. 그는 '노동의 미래(The Future of Labour)' 발제문을 통해 세금과 일자리의 상관관계를 밝히면서 "세금은 노동시장을 위축시키는 효과가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세금이 고용을 감소시키는 효과는 특히 가정에서 대체 가능한 일자리일 경우 더욱 잘 발생한다"면서 "소매, 숙박업, 식당, 가사 서비스, 운송업 등이 대표적인 예"라고 설명했다.

피사리데스 교수는 노동시장의 '탐색마찰'에 대한 이론적 체계를 만든 공로로 2010년 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한 노동 경제학 분야의 석학이다. 그의 주장에 따르면 적어도 노동시장 분야에서는 증세가 제 기능을 발휘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그는 "국가가 고용을 늘리려면 보조금을 지급하는 조세정책과 규제 측면에서도 창의성이 필요하다"면서 "국가가 높은 세금으로 사회적 지원에 나설 때는 가구에 직접 지원해서는 안 되고 노동시장을 통해 지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반면 로버트 프랭크 코넬대 교수는 증세를 소득 불평등 심화를 해소시킬 수 있는 대안으로 꼽았다. 세계적 베스트셀러인 '부자 아빠의 몰락' '승자독식의 사회' 등을 집필한 프랭크 교수는 "소득격차는 거의 모든 사람들에게 막대한 부담을 안기고 있다"면서 "급격한 누진 소비세를 도입하면 이런 비용을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통상 누진세는 소득금액이 커질수록 높은 세율을 적용하는 것으로 부자 증세와 관련돼 있다.

프랭크 교수는 소득 불평등 심화의 예로 미국을 들었다. 전쟁 이후 30여년간 미국의 소득은 모든 소득계층에서 연간 3% 상승했지만 1970년대 초반 이후 대부분의 소득이 상위 20%에 집중됐다. 그는 "상위계층의 소비를 모방하는 '지출연쇄작용'을 통해 대출로 큰 집을 사고 자녀를 좋은 학군에 보내면서 부동산 가격이 상승하는 등 미국 중산층의 생활비 부담이 크게 증가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금융위기로 주택거품이 빠지고 사회 초년생들이 심각한 고용불안에 직면한 현재 미국 상황에서 이를 해결할 수 있는 대안은 '누진 소비세'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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