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땐 한국에 나치 세력이…" 초강력 경고
경제양극화 해소 안되면 나치같은 세력 나올수도이헌재 전 부총리, 신간 '경제는 정치다'서 경고
민병권기자 newsroom@sed.co.kr
경제위기의 해결사 역할을 톡톡히 했던 이헌재 전 경제부총리가 경제양극화가 심화될 경우 과거 독일 나치와 같은 극단적 정치세력이 등장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 전 부총리는 11일 발간하는 저서 '경제는 정치다(로도스)'를 통해 이같이 진단하며 양극화 해소를 역설했다.
그는 세계적 경기불안 속에서 미국 월가의 시위대 점령 등과 같은 현상이 전세계로 확산되는 추세를 되짚어보면서 "경제위기가 끝나면 빈부 격차가 더 벌어지게 된다"고 내다봤다. 이어 "이미 상당히 진행된 양극화 현상이 가속화되는 셈"이라고 지적했다.
이 전 부총리는 "빈익빈 부익부에 따른 중산층의 붕괴는 한 나라를 떠받치는 기둥이 무너지는 것과 다름없다"고 경각심을 일깨웠다. 경제의 양극화는 소득과 재산의 양극화를 넘어 기회의 양극화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기회의 평등은 민주주의와 자유시장경제의 근간이다. 이번 저서에서는 한국 경제의 발전을 저해하는 가장 큰 요소 중 하나는 40ㆍ50대 젊은 세대가 주역인 분야를 거의 찾아볼 수 없다는 점이라는 진단도 곁들여졌다.
이 전 부총리는 특히 "고통 받는 서민이 더 늘어나는 상황이 지속되면 1차 세계대전 후 독일의 나치처럼 국민 불안에 편승한 극단적인 정치세력이 등장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에 따라 그는 "중산층이 사라지고 있는 한국 사회가 미래로 역동적으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거대한 세대교체가 불가피하다"고 제언했다. 무엇보다 "과거 박정희를 흉내 내는 소위 1960년대 체제의 방식과는 작별을 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복잡한 이해관계가 얽힌 사안을 해결하는 국가의 능력이 한계에 이르렀기 때문이라는 게 이 같은 주장의 배경이다.
그는 "과거 1960년대 당시 '잘 살아보세, 우리도 한 번'이라는 술로건이 강력한 힘을 발휘한 것은 사실이지만 불과 30년 만에 이룬 산업화와 민주화가 한국 경제와 사회를 돌연변이의 모습으로 만들었다"고 고언했다.
이 전 총리는 "우리 세대는 모두 가난했다"고 회고하면서 "그래도 꿈은 있었다"고 강조했다. 반면 현 세태에 대해서는 "지금 대한민국의 젊은이들은 기회와 희망의 상실로 절망하고 있다"며 "그렇기 때문에 이제는 말해야 할 것 같다"고 다소 정치적인 논란을 살 수 있는 이번 저서 집필의 이유를 털어놓았다.
행정고시 6회 출신인 그는 은행감독원장ㆍ증권감독원장ㆍ초대금융감독원장을 거쳐 제3대 및 7대 재정경제부 장관을 역임했고 7대 장관 시절에는 부총리직을 겸했다. 이후 한국이사협회 명예회장과 언스트앤영 상임고문 등을 맡았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