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 대대적인 리뉴얼을 마치고 새롭게 오픈한 서울 청담동의 갤러리아 명품관 웨스트 5층. 국내 최고 하이엔드 백화점을 지향하겠다는 박세훈 갤러리아 대표의 경영 방향에 걸맞게 독특한 디자인과 콘셉트를 지향하는 고가의 생활가전과 인테리어·유아·오피스용품 등이 즐비하다.
이곳에서 특히 눈길을 끄는 곳은 생활가전 코너. 여타 백화점 가전 코너에서는 삼성전자와 LG전자가 나란히 가장 큰 공간을 차지하고 있지만 갤러리아 명품관에서는 이 같은 광경을 볼 수 없다. 삼성전자 옆 매장을 LG전자가 아니라 이탈리아 생활가전 스메그가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갤러리아 관계자는 "명품관은 경쟁 백화점보다 영업면적이 좁아 개별 브랜드에 큰 공간을 내주기 힘든데다 유명 수입 가전을 선호하는 고객들의 구매 패턴까지 반영해야 한다"며 "삼성전자도 2008년에야 입점했다"고 설명했다. 당시 삼성전자를 선택한 이유에 대해서는 "LG전자보다 상대적으로 프리미엄급 라인이 출시되는 경우가 많아 명품관 고객층 수요와 맞아 떨어진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국내 매출 상위권 백화점 중 LG전자 매장이 없는 곳은 갤러리아 명품관이 유일하다. 롯데백화점은 전국 31개 점포 중 가전코너가 아예 없는 안산점을 제외한 30개 점포에 삼성전자와 LG전자 매장을 나란히 두고 있다. 신세계 역시 인접한 이마트 때문에 가전 매장을 운영하지 않는 광주점을 제외한 전 점포에 삼성·LG를 모두 입점시켰고, 현대도 모든 점포에 양사 매장을 운영 중이다.
공간 협소 때문에 LG전자 매장을 두지 못했다고 하지만 갤러리아는 명품관 리뉴얼 과정에서 삼성전자 외에 한개 브랜드가 들어설 수 있는 공간을 확보했다. 그러나 이번에도 LG전자 대신 스메그를 선택했다.
냉장고를 대표 상품으로 내세우는 스메그는 2012년 말부터 팝업스토어 형태로 갤러리아 명품관에 간간히 선보이다가 지난 해 '예쁜 냉장고', '강남 냉장고' 돌풍을 일으킨 후 이번에 상설 영업 공간을 확보했다. 스메그의 가격은 328ℓ 용량의 2도어 모델(FAB32)의 가격이 400만원선. 삼성전자의 인기 모델인 900ℓ급 지펠 스파클링 냉장고가 300만원대인 점을 감안하면 굉장히 고가다.
갤러리아 관계자는 "스메그 매장은 냉장고 한가지 모델만 취급하고 있는데도 매출 면에서 삼성전자에 밀리지 않는다"며 "영업 면적은 삼성전자의 70% 정도지만 월매출은 90%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