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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풍 ‘매미’의 경제적 파장
입력2003-09-17 00:00:00
수정
2003.09.17 00:00:00
자연을 극복하고 자연으로부터 자유로워진다는 것은 정말로 인간에게 주어진 영원한 숙제인 듯하다. 때로는 가뭄으로, 때로는 집중호우나 태풍으로 나라 경제가 흔들리고 많은 사람들이 고통을 당하고 있다. 한두 해도 아니고 거의 매해 피해를 보고 있다. 올해도 예외가 아닌 듯하다. 이번에 남부 지방을 강타한 태풍 `매미`는 인명피해만도 120명을 넘고 재산피해 규모도 3조원을 넘는다고 한다. 우리나라 국내총생산(GDP) 규모가 약 600조원인 점을 감안하면 이번 피해로 GDP의 0.5%에 해당하는 산업생산시설과 사회 인프라가 파괴된 것이다. 자연재해에 대비하지 않은 대가로 치르는 국부 손실이 너무 크다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다. 파괴된 시설이 복구될 때까지는 우리 경제활동에 미치는 영향이 작지 않을 것이다. 우선은 생산과 물류에 차질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태풍의 피해가 공업 및 산업시설이 밀집된 지역에 집중됐다는 점을 감안하면 경제에 주는 영향은 더욱 크게 느껴질 수밖에 없다. 특히 물류시스템이 훼손된 점은 우리 경제의 유일한 버팀목인 수출에 상당한 걸림돌이 될 것이다. 물류시스템의 정상 복구까지는 최소 2개월 이상의 시간이 소요될 것이라고 하는데 그 동안에는 물류비 상승, 수출의 지체 등이 불가피할 것이다.
잦은 호우와 일조량 부족으로 작황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 태풍이 농산물 생산에 준 피해는 더욱 크다. 수확기를 앞둔 시점에서 태풍은 농산물 생산에 직격탄이 되고 있다. 농산물이 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점점 낮아져 지난해의 경우 4.7%에 불과했다. 하지만 4ㆍ4분기에 연간 생산의 절반 가까이가 집중되는 특성을 감안하면 4ㆍ4분기의 10% 농산물 수확감소는 GDP를 0.2%포인트 이상 끌어내리는 효과가 있는 것으로 추산된다.
아직까지는 큰 문제가 되지 않았던 물가도 우려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 됐다. 소비자물가 상승률 자체는 한국은행이 제시한 3?% 내에서 달성될 수 있겠지만 글로벌 디플레이션 추세에 비해서는 상대적으로 높은 수치이고 소비자 생활과 밀접한 농산물가격의 앙등으로 실제 소비자들이 느끼는 물가는 그보다도 훨씬 높은 수준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태풍으로 인한 직접적인 타격 외에 심리적인 위축도 문제다. 가장 우려되는 부분은 역시 소비 쪽이다. 최근 경기회복을 더디게 한 주요인이 내수부진이었다. 4ㆍ4분기에는 내수가 어느 정도 살아나면서 경기회복의 모멘텀을 찾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했으나 이번 태풍은 이러한 움직임에 찬물을 끼얹는 격이 됐다.
이러한 많은 피해에도 불구하고 GDP에 대한 태풍의 효과는 정확히 측정하기 어렵고 또 단정하기도 힘들다. 우선은 태풍피해를 복구하기 위해 새로운 직간접적인 투자가 이뤄지기 때문이다. 기반시설 복구공사가 늘어나고 주택ㆍ자동차ㆍ가전제품 등에 대한 신규 구매도 증가하면서 경제성장에 긍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한다.
또한 경제에 주는 충격이 어느 정도 장기화될 것인가가 문제가 될 것이다. 실제로 경제성장을 끌어내리는 것은 이러한 충격이 어느 정도 장기화되느냐에 달려 있다. GDP라는 것은 일정기간 동안 생산해낸 부가가치의 합으로 계산되기 때문에 일시적으로 충격이 있었다 하더라도 단시일 내에 그 충격이 사라지고 회복이 된다면 GDP가 줄어드는 효과는 크지 않을 수 있기 때문이다.
산업생산에 미치는 영향도 제한적일 수 있다. 이번 태풍이 경제 내의 시스템상의 문제가 아닌 경제 외부에서 발생한 충격이기 때문이다. 예상하지 못한 경제 외적인 충격이 경제의 전반적인 추세나 흐름을 완전히 뒤바꾸기는 어렵다. 단지 일시적인 변화만을 가진 채 원래의 추세로 복귀하는 경향이 있다. 이번 태풍 역시 산업생산에 조업일수 감소와 같은 일시적인 영향을 미칠 수는 있겠지만 생산수준을 크게 떨어뜨리지는 않을 것이다.
경제에 주는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가능한 한 빠른 시일 내에 파괴된 생산시설과 물류시스템을 복원해 경제활동을 정상화해야 할 것이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우려의 목소리보다는 복구에 힘을 쓰는 지혜이며 나아가서는 주기적으로 발생하는 자연재해에 미리 대비하는 자세다.
<김기승(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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