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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화하는 특허괴물 기술한국이 흔들린다] <5·끝> 공격이 최선의 방어

"한국시장은 좁다… 세계로 나가 질 좋은 특허 발굴하라"<br>기술무역수지 적자 해소위해선 수조원 특허료 줄일 생각 보단 그 이상 받아낼 방법 고민해야<br>특허 각축장 中시장 선점하고 'IP금맥' 아시아로 눈길 돌려야


"아시아 지적재산(IP) 시장이 아직 개발이 덜 됐다. 우리에겐 아주 좋은 기회다. 시장을 주도할 수 있고 미국에서 하는 노력의 절반으로 더 좋은 특허를 찾아낼 수 있다." 세계최대 특허괴물인 인텔렉추얼 벤처스(IV)의 사업개발 글로벌 대표인 제임스 켈리는 최근 IAM잡지와의 인터뷰에서 아시아에 1조원을 투자하는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다. 특허확보 전쟁은 이미 국가간 경계를 넘어섰다. 세계최대 시장인 미국마저 특허출원의 주도권을 외국인에게 넘겨줬고, 중국은 일본ㆍ미국ㆍ독일 등도 시장쟁탈전에 나서면서 지난해 특허가 50%나 증가했다. 특허전문가들은 "공격이 최선의 방어"라며 "우리도 서둘러 해외에 나가야 한다"고 한 목소리로 말한다. 한 미국변리사는 "1~2년 내에 소송이 제기될 것들은 이미 10년 전에 원천기술을 확보해놓고 때를 기다리는 것들로 막을 방법이 없다"며 "수 조원의 특허료가 나가는 것을 줄일 생각보다는 좋은 기술을 찾아 그 이상의 특허료를 받을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대기업 특허담당자는 "한국도 전 세계에 나가 원천기술 등 질 좋은 특허를 많이 발굴해야 한다"며 "더 늦어지면 특허식민지로 전락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한국은 좁다. 세계로 나가라= IV는 한국에서 좋은 아이디어를 찾으면 미국ㆍ일본ㆍ영국ㆍ독일ㆍ프랑스 등 5개국에 특허를 출원한다. 한 외국계 특허펀드 관계자는 "특허를 출원할 때는 '누가 만들었느냐'가 아닌 '어디서 돈이 될 수 있냐'를 따진다"며 "포춘 500대 기업이 많은 나라, 시장이 큰 나라에 특허를 출원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말했다. 500대 기업이 많은 나라는 미국(140개), 일본(69개), 중국(43개) 순이고 한국은 14개로 인도의 두 배다. 세계시장의 2%도 안 되는 한국 특허를 늘리기보다는 전 세계 시장의 98%로 눈을 돌려야 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각국의 발명가들이 미국에 특허를 신청하면서 미국인을 앞지르기 시작했다. 지난해 미국인은 전년에 비해 2% 줄어든 9만2,000건의 특허를 받았지만, 외국인들은 5%가 늘어난 9만3,244건을 받았다. 10년 전보다 30%나 늘었다. 나라별로는 일본(3만6,679건)이 가장 많고, 독일(1만건)이 두 번째로 많다. 한국은 1978년 13건, 1998년 3,362건, 지난해 8,731건으로 증가 폭이 컸다. ◇열리는 중국시장을 선점하라= 지난달 말 중국에서는 글로벌 기업들이 깜짝 놀란 일대 사건이 벌어졌다. 한 인민법원에선 진행된 재판 때문이었다. 법원이 마이크로 소프트(MS)사의 윈도우XP 등을 불법으로 복제한 웹사이트의 대표와 직원에게 불법소득의 3배에 달하는 벌금과 징역 3년6월의 실형을 선고했다. 글로벌 기업들은 이 사건을 '중국이 저작권 침해에 대해 엄벌을 내리겠다는 의지를 천명한 것'으로 받아들였다. 중국은 오는 10월부터 3차 특허법을 시행한다. 특허권을 강화해 적극적인 기술개발을 유도한다는 취지로 중국에서 특허침해를 제대로 방어하지 못하면 중국은 물론 세계시장까지도 뺏길 수 있게 됐다. 중국은 특허 각축장이다. 지난해 중국의 발명특허 출원건수는 30%, 출원된 특허는 50%나 증가했다. 중국 정부가 '자주혁신'과 '독자기술개발'을 내걸고 전폭적으로 지원한 탓도 있지만, 시장선점을 위한 각국의 경쟁이 그만큼 치열하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또 중국의 2006년 특허ㆍ기술거래 규모는 1,818억 위안으로 10년 만에 6배 이상 많아졌다. 광학ㆍ반도체 등 하이테크 특허는 해외업체가 중국업체보다 2~3배 많은 특허를 갖고 있다. 나라별로는 일본이 11만건을 넘어 한참 앞서있고, 미국(5만건)과 독일(2만2,260건)이 그 다음이다. 한국(2만1,852건)은 네 번째다. 기업별로는 파나소닉(7,616건)과 삼성(7,195건)이 비슷하고, 소니(4,089건)가 세 번째다. 한 특허전문가는 "중국이 특허권에 대한 보호를 강화하는 추세"라며 "중국특허 시장을 선점하지 못하면 세계 시장을 놓칠 수 있다"고 말했다. ◇아시아 IP시장은 금광, 원천기술 발굴 서둘러야= IV는 지난 2007년부터 한국과 중국ㆍ일본ㆍ인도ㆍ싱가포르 등 5개 나라에 현지법인을 만들었다. 특허금맥인 아시아 시장에 파이프를 꽃은 것이다. 제임스 켈리 대표는 "아시아의 특허와 아이디어는 품질이 아주 높다"며 "국제적으로 특허 포트폴리오를 비교해 보면 미국 특허가 가장 높은 수준이고, 그 바로 밑에 인도가 위치하고 일본이 세 번째"라고 평가했다. 인도의 IP는 세계시장을 흔들 수 있을 정도의 파괴력이 있다는 것이다. 일본에 대해선 "개인기업과 공공연구소ㆍ대학의 연구원들 사이에 네트워크가 약하다"며 "일본고객의 취향에만 맞춰져 있는 아이디어를 세계화 하면 큰 성공을 거둘 수 있다"고 자신했다. 한국도 IP금맥 아시아로 눈길을 돌려야 한다. 국내 한 특허전문가는 "중국 등 아시아 주변 국가 중에 좋은 IP와 특허시장을 보유한 곳들이 있다"며 "20억 달러가 넘는 기술무역수지 적자를 해소하기 위해선 그 이상의 로열티를 받아올 수 있는 특허를 발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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