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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계 ‘대선자금 특검’ 한파] 기업들 또 ‘정치판 볼모’

검찰의 정치자금 수사에 이어 특검 수사까지 불어닥침에 따라 재계의 경영은 최소 6개월 동안은 `진공 상태`에 빠져 들게 됐다. 당장 주요 그룹들이 핵심 투자 계획을 대거 내년 하반기로 미루는 조짐이다. 특검 수사가 내년 총선 턱밑까지로 예정된데다 총선이 끝난 뒤에도 정치적 불확실성이 상당 기간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소나기는 일단 피하고 보자는 심리다. ◇정치게임에 기업들 또다시 `볼모`= 특검 법안이 국회를 통과한 지난 4일. 경제단체 고위 관계자는 “언제까지 기업이 정치판의 볼모로 잡혀 있어야 하느냐”며 분통을 터뜨렸다. 그룹 구조조정본부와 기업 재무담당자들의 고충은 더욱 심하다. 삼성 구조조정본부의 한 고위 관계자는 “빨라야 오는 15일께 내년 사업계획에 대한 1차 집계를 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설사 사업계획을 수립한다 해도 내년초 본격화할 특검의 방향에 따라서는 대규모 사업활동이 보류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인사 담당자들도 골치를 썩기는 마찬가지다. 일부에서는 내년 정기 인사를 두번에 걸쳐 해야 할지 모른다는 푸념까지 나온다. A그룹의 한 인사 담당자는 “내년초 정기 인사를 할 예정이지만 특검 수사후 유사 상황이 발생하면 상층부 인사를 또다시 해야할 지도 모른다”며 안개 정국에 싸인 고충을 토로했다. ◇경영 진공 상태 장기화= 특검 수사는 정치자금 수사로 가뜩이나 차일피일 미뤄지고 있는 기업들의 핵심 전략 사업들을 또다시 표류하게 만들 것으로 보인다. 당장 현대자동차의 경우 다임러크라이슬러와의 전주 상용차 합작공장이 7개월 가까이 지연됐는데 최근의 불투명한 정국으로 내년초 타결도 자신할 수 없는 상황이 됐다. 투자도 마찬가지다. 주요 그룹들은 경기 회복과 함께 시설 투자 규모를 10~20%씩 늘리는 방안을 검토중이었다. 하지만 투자 집행은 내년 하반기에나 본격화할 것이란 분석이 많다. 주요 그룹 구조조정본부장들이 경기 회복 시점을 내년 하반기로 보는 것과 궤를 같이한다. 전경련 고위 관계자는 “올 하반기부터 기업들의 경영 진공 상태가 시작된 점을 감안하면 기업들에겐 사실상 1년이라는 세월이 `잃어버린 시간`으로 기록될 것”이라고 말했다. ◇추락하는 이미지= 특검법에 따른 수사 대상이 측근비리에 국한된다고 하지만 이를 액면 그대로 믿는 기업은 별로 없다. 특검이 선명성을 확보하기 위해 철저한 파헤치기식 수사를 진행하다 보면 이미 알려진 기업 외 다른 곳에도 영향이 갈게 뻔하기 때문이다. 이 경우 내년 총선 때까지 기업들은 계속 압수수색과 소환의 공포에 시달려야 하고, 대외 신인도는 갈수록 추락할 것으로 재계는 우려하고 있다. LG와 현대자동차 그룹 관계자는 “수사 기간은 우리 기업들의 외자 조달 프리미엄과 연계돼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수사 기간이 길어질수록 신인도는 떨어지고, 외국으로부터 빌리는 돈값도 그만큼 비싸질 것이란 말이다. 정치자금 수사로 총수와 임원의 출국이 금지돼 상담조차 이뤄지지 않아 외국인 투자가들의 이탈도 우려된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특검 정국은 기업들에게 안으로는 시민단체 등과의 소송 전쟁, 밖으로는 대외신인도 하락이라는 이중고를 가져올 것”이라고 해석했다. <김영기기자 young@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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