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매출액이 카드 사태 이후 약 12년 만에 최대폭으로 감소했다. 국제유가 하락과 수출부진에 따른 것이다. 우리 경제를 뒷받침하던 대기업마저 흔들리면서 경제 전반을 둘러싼 먹구름은 더욱 짙어지고 있다.
2일 한국은행의 '1·4분기 기업경영분석'을 보면 대기업의 매출액 증감률은 -5.5%(전년 대비)를 기록했다. 이는 카드 사태, 중증호흡기증후군(SARS·사스), 이라크전 등으로 수출이 타격을 입었던 지난 2003년 3·4분기(-6.3%) 이후 최대 감소 폭이다. 글로벌 금융위기가 한창이던 2009년 2·4분기(-4%)보다도 안 좋다. 대기업 매출액 증감률은 지난해 3·4분기 -3.2%에서 이번에 더욱 악화됐다.
한은은 올해부터 기업경영 조사대상을 금융감독원 지정 외부감사 대상법인으로 넓히고 방식도 전수조사에서 표본조사로 바꿔 대기업 관련 통계가 과거 기록과 차이가 있을 수 있지만 큰 격차는 없다고 밝혔다.
매출 감소의 가장 큰 이유는 유가 하락. 기업들이 재료비가 저렴해지니 판매제품의 가격도 낮추게 됐고 결국 절대 매출액 자체가 줄어든 것이다. 박성빈 기업통계팀장은 "일차적으로 국제유가 하락에 따른 수출가격 하락 요인이 가장 크게 작용했다"며 "여기에 엔저 심화와 세계수요 부진에 따른 자동차, 스마트폰 판매 부진도 영향을 미쳤다"고 설명했다.
유가 하락 영향을 고스란히 받은 석유·화학 분야 기업의 매출액 증감률은 지난해 1·4분기 -1.3%에서 올해 -20.7%로 급감했다. 스마트폰·가전제품 등이 포함된 기계·전기전자 부문도 같은 기간 -1.5%에서 -4%로 감소했다.
다만 기업 수익성을 나타내는 매출액 영업이익률은 소폭 개선됐다. 매출액 영업이익률은 5.1%로 지난해 1·4분기의 4.7%에서 올랐다. 1,000원어치를 팔았다면 51원을 손에 쥐었다는 뜻이다. 박 팀장은 "기업 수익성 지표가 전반적으로 개선됐지만 유가 하락과 같은 가격효과가 크게 작용했다"며 "가격효과를 제외하고 보면 전체 기업의 경영여건은 부진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