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다면 삼성생명과 KB가 손잡고 ING생명의 아시아∙태평양 법인을 인수할 가능성은 얼마나 될까. 결론부터 말하면 희박하다. 무엇보다 질문 자체가 성립된다는 보장도 현재로서는 상당히 낮다. 이유는 이렇다.
일단 ING생명의 아태 법인 매각 가능성이 제기된 이유부터 따져보자.
ING생명은 지난 2008년 금융위기 당시 네덜란드 정부로부터 공적자금을 지원받았고 내년에 30억유로(4조5,000억원)를 상환해야 한다. 이 때문에 ING생명은 유라시아 법인을 홍콩이나 유럽 증시에 상장시켜 자금을 마련할 계획이었지만 유럽 재정위기 등으로 시장 여건이 여의치 않자 기업공개(IPO) 외에 아태 법인 매각 등을 전향적으로 검토하고 있다.
그런데 시장에서는 ING생명 한국 법인의 매각가격으로 4조원, 한국 법인과 일본∙말레이시아∙홍콩 등 아시아 7개 지역 법인을 합칠 경우 매각가격으로 20조원을 추산하고 있다. ING생명 입장에서 보면 4조5,000억원의 공적자금 상환을 위해 마땅한 인수자도 없는 마당에 굳이 아태 법인을 묶어서 팔 이유가 없는 셈이다.
정리하면 ING생명이 아태 법인을 매각하더라도 매물은 패키지가 아니라 법인별로 따로 나올 가능성이 높다. 상환해야 할 자금규모만 놓고 보면 한국 법인이 따로 나올 개연성이 크다. 아직 많은 이들은 ING생명이 아시아 법인을 매각해 미래의 황금 텃밭인 아시아시장을 손쉽게 내줄 것이라는 가정에도 회의적이다.
또 따지고 봐야 할 게 인수 희망자들이 관심을 갖고 있는 매물이다.
KB는 ING생명의 한국 법인에, 삼성생명은 ING생명의 동남아 법인을 보고 있다. 지난 2010년 말 취임한 박근희 삼성생명 사장은 첫 방문지를 중국 내 합작사로 정할 만큼 모든 경영을 글로벌화에 집중하고 있는데 올해 주력할 해외시장은 인도네시아다. 삼성생명이 ING생명의 인수합병(M&A) 동향에 귀를 열어 놓고 있는 이유다. 삼성은 ING 법인의 한국 법인에 대해서는 일말의 관심도 없다. 한국 법인 인수를 놓고 KB와 협력할 가능성은 없다는 얘기다. 결국 KB와 삼성의 파트너십은 말 그대로 '비즈니스에 네버(Never)는 없다'는 일반론에 대한 긍정 차원의 가설일 확률이 높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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