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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부의 어정쩡한 태도(사설)

춘투시즌임에도 불구 비교적 잔잔하던 올 노동현장에 엉뚱한 파문이 일고 있다. 새 노동법 시행이후 처음으로 단위노조에서 상급단체가 아닌 제3자 개인에게 단체 교섭권을 위임한 것이다. 또 사측이 이를 수용한데 대해 한국경영자총연합회가 반대에 나서 결과가 주목된다.<본지 13일자 31면 보도>단체 교섭권을 위임한 사업장은 가전 및 반도체 메이커인 아남산업이다. 이 회사 노조는 전체 종업원 7천4백여명중 조합원은 3·7%인 2백70여명으로 모두 여성근로자다. 아남산업 노조는 전국금속노조연맹 위원장인 단병호씨 개인에게 교섭권을 위임했다. 회사측은 노동부에 「교섭권 위임범위」에 관한 유권해석을 의뢰, 단체교섭이 가능하다는 판정을 받고 단씨를 개인자격의 공식 파트너로 인정했다. 새 노동법은 교섭권 위임의 대상자로 합법적인 상급단체외에 제3자 개인을 추가했다. 따라서 해고근로자인 노동운동가, 변호사, 노무사 등 누구나 위임을 받아 교섭에 나설 수 있게 됐다. 문제는 모법이나 시행령 등에 교섭권의 수임자격에 대해 명확한 규정이 없다는 점이다. 이에대해 사용자측 단체인 경총은 아남산업의 노사교섭에 제동을 걸고 나섰다. 경총은 노동부에 대해 수임자격을 명확히 해 줄것을 요구하면서 「비록 노조로부터 교섭권 위임을 받았다 하더라도 정상적인 교섭이 어렵거나 노사관계에 나쁜 영향을 줄 수 있는 상대는 교섭 파트너로서 인정할 수 없다」고 나왔다. 구체적으로 ▲당해 사업장에서 정당하게 해고된 자 ▲적법한 상급노조의 임직원으로 등재돼 있지 않은자 ▲법외단체 및 비합법적인 단체 ▲기타 사회통념상 교섭권을 위임받을 수 없는 자로 못을 박았다. 경총은 이같은 내용을 이미 회원사들에 「경영계 지침」으로 통보까지 했다. 단씨의 경우는 현재 해직 근로자로서 과거 강경노선을 걸은 경력이 문제가 된 것같다. 그러나 노동부는 교섭권 수임지침을 만들 의사가 없다는 자세다. 노동부는 『어떤 제3자가 단체교섭을 원활히 할 수 있을지 아니면 정상적인 교섭에 방해가 될는지는 사업장별로 다르다』고 주장한다. 노동부로서는 사측이 교섭권을 위임받은 제3자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면 해당 사업장별로 수임자격의 적합성 여부를 판단하겠다는 것이다. 여기서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은 단위노조에서 무분별한 위임이 가져올 파행이다. 우리나라는 아직 노사간의 교섭문화가 정착돼 있지 못한 상태다. 그렇지 않아도 불안 요소가 가득한 노동현장에 파행교섭이 가져올 결과는 뻔하다. 경총이 수임자격을 논하는 것도 이를 감안한 것이다. 노동부의 주장도 일리가 있으나 자격의 대강이라도 결정해야 한다. 경총의 불안을 해소시켜 주는 것이 노사안정의 지름길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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