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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수필] 깨끗한 총리

김종필 총리가 자민련 소속 의원들에게 500만원 짜리 돈봉투를 골고루 돌린 사건이 심상치 않은 급류를 타고 있다. 언론은 여기에 「JP오리발」이라는 사건명을 붙였다. 「오리발」이라는 은어는 정파 보스가 부하에게 내리는 떡값 또는 격려금을 뜻한다고 한다.정치도덕의 눈금으로 보건데 이 사건은 6년전 프랑스에서 일어난 퇴직 총리의 자살을 연상시킨다. 좌파 정권의 마지막 총리였던 피에르 베레고부아가 관자놀이에 권총을 대고 방아쇠를 당겨 자살한 93년5월, 프랑스는 충격에 휩싸였다. 3월 총선에서 패한 그가 로코코 양식의 총리공관인 마티뇽에서 퇴거한 지 5주일만이었다. 우크라이나 이민 노동자의 아들로서 철도청 직원으로 출발한 베레고부아는 고지식하게도 정직을 신조로 삼아 별명이 「깨끗씨(M.LE PROPRE)」였다. 재무장관 시절에도 양말을 기워 신을 정도로 검소하여 프랑스 사회당은 『베레고부아는 사회당의 청렴성을 알려준다』는 선거구호를 쓴적이 있다는 얘기다. 그는 86년 어느날 미테랑 대통령의 측근이며 억만장자인 파드리스 플라라는 사람에게서 파리 16구에 있는 아파트를 사기위해 100만프랑(약 2억원)을 무이자로 꾸어 쓴 일이 있었다. 그는 차용을 공식화하기 위해 공증하는 것을 잊지 않았다. 상환기간은 95년까지 였지만 베레고부아는 89년과 92년에 100만프랑을 모두 갚았다. 그 공증문서가 집권당의 정치자금을 감시하던 우파성향의 예심판사 손아귀에 들어갔고 주간 폭로지인 「르 카나르 앙셰네」에 보도되기에 이르렀다. 법적으로 아무런 하자도 없었다. 그러나 파드리스 플라는 한때 대규모 금융추문에 휘말린 적이 있으며 거기에 베레고부아의 가장 가까운 참모중 한 사람이 연루됐다. 정적들에게 「100만프랑 무이자 차용」은 집권당 현직 총리를 공격할 호재였다. 정적과 언론은 이를 물고 늘어졌다.베레고부아는 92년에 총리로 임명된 직후 부패와의 전쟁을 선포한 바 있었다. 많은 추문으로 얼룩진 집권여당의 모습을 개선하여 총선에서 이겨보겠다는 의도에서 였다. 결국 베레고부아는 사회당이 총선에서 패한 것은 무이자 100만프랑 탓이라고 절망하여 자살을 택한 것이다. 지금 김종필 총리는 문제의 「오리발」의 돈의 출처를 분명히 밝히라는 여론앞에 서 있다. 집권여당이 공직자에게 단돈 1만원도 받지 못하게 하겠다면서 부패방지 종합대책을 요란스럽게 내세우는 시점이다. 정치개혁을 하겠다고, 내각제 위약도 새겨넘기기 힘든 판이다. 「오리발」의 돈의 출처부터 깨끗이 밝히고 부패방지를 논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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