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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층진단] "게임산업도 성공할 수 있다" 새 이정표
입력1999-11-14 00:00:00
수정
1999.11.14 00:00:00
김상연 기자
컴퓨터 게임 「스타 크래프트」에 쏟아진 찬사들이다.98년 등장한 스타 크래프트는 말 그대로 한국을 강타했다. 수많은 젊은이들이 테란, 저그, 프로토스라는 스타 크래프트의 주인공들을 만나고, 사랑에 빠졌다. 1만개가 넘는 PC게임방이 스타 크래프트로 먹고 산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과연 스타 크래프트 열풍은 언제까지 계속될까. 마이클 조던과 달리 게임의 황제는 아직도 자리를 내놓지 않고 있다. 그러나 「동방불패」는 없는 법. 언젠가 스타 크래프트도 그 자리를 내줘야 할 것이다.
과연 누가 스타 크래프트의 자리를 이어받을 것인가.
스타 크래프트를 한국에 공급하고 있는 한빛소프트는 지난 10월29일 스타 크래프트 판매량이 100만장을 넘어섰다고 공식 발표했다. 컴퓨터 게임이 100만장 넘게 팔린 것은 전무후무한 사건이다. 고작 5만장을 넘으면 대박을 터뜨렸다고 하는 게 국내 게임계의 현실이었다.
그러나 스타 크래프트는 단지 「팔리고, 인기를 끈」 것에 그치지 않았다. 스타 크래프트는 한국의 게임 역사를 다시 썼다. 그것은 혁명이었다. 한국의 게임 역사는 「스타크래프트 이전」과 「그 이후」로 나뉜다.
스타 크래프트는 한국에서도 게임으로 성공할 수 있다는 이정표를 세웠다. 스타 크래프트의 성공에 고무된 많은 게임 개발 회사들이 새로운 게임을 개발하고 있다. 온네트의 박수정 사장은 11일 『머드 등 컴퓨터를 이용한 네트워크 게임 기술은 우리나라가 세계 최고 수준』이라며 『시나리오만 잘 만들면 세계적인 히트게임도 만들 수 있다』고 전망했다.
무엇보다 스타 크래프트는 한국 게임산업에 시장다운 시장을 만들었다. 바로 전국에 흩어진 1만여개의 PC방이다. 이들은 늘 새로운 게임을 기다리고 있다. PC방의 한 관계자는 『예전엔 게임을 만들어도 팔 곳이 없었다. 이제는 우수한 게임을 만들면 얼마든지 팔 수 있게 됐다』고 말한다.
스타 크래프트는 프로게이머라는 새로운 직종도 탄생시켰다. 그들은 오직 게임으로만 큰 돈을 번다. 우리나라에서 세계 챔피언도 등장했다. 게임 잘하면 대학도 가고 직장도 갈 수 있는 시대가 됐다.
게임 매니아들을 위해 게임 방송, 게임 잡지 등 관련 산업도 폭발적으로 늘고 있다. 모 이동전화 광고에는 스타 크래프트에 나온 캐릭터가 사용되기도 하고, 저작권 분쟁까지 낳았다. 스타 크래프트를 해본 한국인은 500만명에 달한다. 쉬리를 본 영화팬보다 더 많은 숫자다. 그들에게 미치는 영향력과 시간은 영화보다 더 크다. 게임이 엄청난 문화산업이라는 것을 증명한 것이다.
이제 사람들의 관심은 서서히 황제에서 황태자로 옮겨가고 있다. 「포스트 스타크래프트」를 찾고 있는 것이다. 여러 게임들이 스스로를 황태자로 자처하며 나서고 있다.
외국 게임으로는 「레인보우 식스2」와 「C&C2-타이베리안 선」, 「에이즈 오브 킹」, 「디아블로2」, 「FIFA2000」 등이 유력한 후보다.
레인보우 식스와 타이베리안 선은 이미 PC방에서 큰 인기를 얻으며 스타 크래프트의 변방을 공략하는데 성공했다. 테러 진압 부대를 지휘하는 내용의 레인보우 식스는 눈으로 현장을 보고, 몸으로 부딛치는 듯한 액션이 특징이다. 「타이베리안 선」역시 게임 전문가들의 극찬을 받으며 스타의 아성을 무너뜨릴 작품으로 기대받고 있다. 전투 장면은 스타 크래프트보다 더 실감난다는 평가를 받았다.
쉬리가 타이타닉을 눌렀듯이 스타 크래프트는 한국 게임이 누를지 모른다.
한국 게임중 높은 인기를 자랑하는 「리니지」가 대표작. 리니지는 세계적인 게임들을 누르고 한국에서 빅히트를 기록하며 한국 게임의 가능성을 활짝 열었다. 리니지 회원만 벌써 1만명을 넘었다.
그러나 한국 제품은 외국 제품과 비교하면 과거 한국영화와 헐리우드 영화 정도로 차이가 난다. 가장 큰 문제는 부족한 시나리오와 연출. 제대로 훈련된 게임 전문가가 없고, 자본도 열악하다. 스타 크래프트의 경우 개발비 30억원중 시나리오 개발에만 20억원이 들어갔다. 그러나 대자본이 게임 산업에 들어오고 창의성 높은 전문가가 양성된다면 한국 게임도 가능성이 높다.
수많은 후보들이 황태자를 자처하지만 스타 신도들이 그들의 신앙을 버릴지는 의문이다. 일부 전문가들은 스타 크래프트가 해가 지지 않는 제국이 될 가능성도 없지 않다고 본다. 한 게임전문가는 『스타크래프트는 이미 한국인들의 눈에 너무 익숙해져 버렸다. 아무리 재미있는 게임이 나와도 한국인에게 스타 크래프트라는 중독을 끊기는 어려울지 것』이라고 분석했다. 고스톱이나 바둑처럼 한국인의 영원한 오락이 될지도 모른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스타 크래프트는 자기 아들에게 자리를 물려줄 가능성이 높다. 언젠가 나올 「스타크래프트2」가 또다시 황제 대관식을 영광을 안을 것이라는 전망이 벌써부터 나오고 있다.
김상연기자DREAM@SED.CO.KR
김창익기자WINDOW@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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