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대로 가면 '냄비 속 개구리'… 시장 흔들 초혁신 제품 절실
삼성페이 출시일 늦어지고 신성장동력도 정체이지만
폴더블폰 기술력 이미 확보… 스마트홈 시장도 승산있어
메모리반도체 과감한 투자로 美·中·日 거센추격 따돌려야
삼성전자의 2·4분기 영업이익이 7조원을 밑돌 것으로 예상되면서 다시 한번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어느 때보다 공을 들였던 '갤럭시S6'가 기대만큼 팔리지 않으면서 정체 국면을 돌파할 파괴적인 제품이나 사업군을 단시일 내 낼 수 있을지에 대한 의구심이 고개를 들고 있는 것이다.
시장 일각에서는 삼성전자의 분기별 영업익이 당분간 '7조원의 벽'에 갇히는 것 아니냐는 성급한 우려까지 제기되는 실정이다.
하지만 삼성은 회사가 고비에 설 때마다 상상을 뛰어넘는 '초혁신'으로 위기를 극복했고 그것이 바로 '삼성의 DNA'였다. 삼성그룹의 한 전직 최고경영자(CEO)는 "2·4분기 실적은 삼성전자가 처한 상황을 액면 그대로 보여주는 상징적 수치"라며 "다시 찾아온 고비를 제대로 뛰어넘을 '제2의 혁신'이 정말로 필요한 시점"이라고 조언했다.
6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7일 2·4분기 실적을 발표할 예정인데 6조원대 중후반의 영업이익이 예상된다.
한때 8조원대까지 예상됐는데 결국 7조원의 벽조차 넘기지 못한 셈이다. 물론 눈높이가 워낙 높았던 탓도 있지만 시장 일각에서는 삼성이 보기 좋게 '서프라이즈 실적'을 내놓을 것으로 기대했던 것도 사실이다.
특히 올해 실적을 견인할 것으로 전망됐던 플래그십 스마트폰 갤럭시S6와 갤럭시S6 엣지가 잘못된 수요예측 등의 여파로 기대치를 만족시키지 못하고 삼성발(發) 결제 혁명을 이끌 것으로 예고됐던 '삼성페이' 또한 출시일이 오는 9월 이후로 밀리며 시장을 달구지 못하고 있는 점이 아쉽다.
재계에서는 삼성전자의 전 임직원이 다시 한번 결연한 각오로 혁신에 나서야 한다는 주문이 나온다. 재계의 한 고위관계자는 6일 "삼성전자가 국내에서 직접 고용하고 있는 임직원만 10만명에 이르고 직간접 협력사 직원까지 포함하면 수십만명에 이를 정도로 한국 경제에 미치는 영향력이 크다"며 "다시 한번 혁신에 나서지 않으면 1등의 자부심을 안은 채 '끓는 냄비 속 개구리'가 될 수 있다는 절박한 위기의식을 가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2·4분기 삼성전자의 6조원 후반대 영업익은 지난 1·4분기 영업익(5조9,800억원)과 비교하면 개선된 수치지만 당초 시장에서 8조원대 영업익까지 거론된 점과 비교하면 실망스러운 수치다.
삼성전자의 최고경영진 사이에서는 이미 강한 우려의 목소리가 흘러나오고 있다. 사업부문별 대표를 맡고 있는 권오현 부회장과 윤부근 사장, 신종균 사장은 지난 1일 공동명의로 낸 사내 최고경영자(CEO) 메시지를 통해 "위기의식과 도전의식을 갖고 재무장하자"고 주문했다. 2·4분기 영업이익이 7조원을 밑돌 것으로 전망돼 당초 8조원대까지 예상됐던 시장의 기대에 크게 미치지 못하면서 하반기에는 한발 더 뛰어야 한다는 결연한 각오를 내비친 것이다. 사장단은 "수익성 확보에 주력하자"면서 3·4분기에는 더 좋은 실적을 내야 한다는 목표까지 우회적으로 제시했다.
하지만 이런 우려가 말단 직원에까지 미치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엇갈린 목소리도 나온다. 12월로 예정된 정기 사장단 인사까지는 아직도 5개월 이상이나 남았는데 벌써부터 "모 사업부의 사장이 물러나고 그 자리를 모 해외법인장이 대신할 것"이라는 식의 하마평이 서초사업장을 비롯한 주요 사업장을 떠돌고 있다.
삼성의 한 퇴직임원은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의 여파로 이재용 부회장이 직접 국민들 앞에서 고개를 숙이고 제일모직·삼성물산의 합병이 미국계 헤지펀드인 엘리엇매니지먼트의 공격으로 우여곡절을 겪으면서 전반적인 분위기가 다소나마 느슨해진 점도 있을 것"이라며 "이럴 때일수록 사업부별로 혁신의 자세를 가다듬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애플 뛰어넘는 스마트폰 내놓아야=재계 안팎에서는 삼성의 '간판'인 IM(IT·모바일) 부문에서 성장 정체의 벽을 뛰어넘을 차세대 제품을 내놓아야 한다는 의견이 많다.
단순히 스마트폰 화면을 키우는 것 같은 작은 혁신을 넘어 경쟁사를 압도하고 시장 지형을 뿌리째 바꿔놓을 초혁신 제품을 하루빨리 공개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관련 업계가 우선 고대하는 삼성의 '넥스트 원(next one)'은 반으로 접히는 폴더블 스마트폰이다. 전 세계 스마트폰의 하드웨어 기술력이 차별화가 어려운 지경에 이르면서 접었다 펼 수 있는 유연한 스마트폰이 차세대 시장을 평정할 것이라는 전망이 대다수다. 삼성은 이미 폴더블 디스플레이를 올해 안에 양산할 것이라고 공표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삼성은 폴더블폰을 뒷받침할 디스플레이·회로기판·배터리 분야의 기술적 문제를 대부분 해결한 상황"이라며 "이제는 어떤 형태의 폰을 기획해 세계 시장에 선보일 것인지가 관건"이라고 했다.
이 밖에 심각한 레드오션으로 평가되는 TV 및 생활가전의 돌파구가 될 스마트홈도 삼성이 하루빨리 선점해야 할 시장으로 꼽힌다. 애플·구글이 두터운 특허망으로 스마트홈 시장에 장벽을 쌓고 있지만 완제품에서 부품, 소프트웨어(SW)까지 전자산업의 거의 전 분야를 망라하는 삼성으로서는 충분히 승산이 있다는 분석이다.
◇반도체 전인미답 제품 출시 서둘러야=삼성전자가 사실상 시장을 장악한 메모리 반도체 분야에서도 미국·일본은 물론 중국의 거센 추격에 대비한 재도약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많다.
이와 관련, 반도체 업계에서는 삼성전자가 전인미답의 경지인 18나노 D램과 48단 3차원(3D) 수직적층 낸드플래시(V낸드)의 양산을 서둘러야 한다는 주문도 나온다. 전자업계의 한 관계자는 "풍부한 자본·노동력을 갖춘 중국이 메모리를 시작하면 눈 뜨고 당하는 상황에 직면할 수 있다"며 "과감한 투자를 주저하다 한국에 추월당한 일본 반도체업계를 거울삼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전자가 종합반도체 업체로서의 장점을 살려 '원칩(one chip)' 솔루션에도 주력해야 한다는 지적도 많다. 원칩은 갈수록 소형화되는 스마트기기에 맞춰 메모리와 비메모리 반도체를 결합해 크기를 확 줄인 제품으로 향후 시장의 대세로 주목 받고 있다.
지난 1·4분기 적자로 돌아선 소비자가전(CE) 부문은 초고화질 TV인 SUHD TV를 중심으로 마케팅 전략을 재수립하는 한편 경쟁업체의 저가(低價) 공세를 따돌릴 수 있는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
◇희망의 빛 보이는 바이오 사업=국내외 경기침체 등 여러 측면에서 삼성전자가 어려움을 겪고 있으나 점차 가능성이 뚜렷해지는 사업군도 있다. 대표적인 분야가 삼성그룹이 차세대 성장동력으로 육성 중인 바이오 사업이다. 삼성전자가 그룹 대표 바이오기업인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지분 46.3%를 갖고 있다. 그 자회사인 삼성바이오에피스는 자가면역질환 치료 바이오시밀러(생물동등의약품) 개발에 성공했다. 류머티즘관절 치료약 등으로 쓰이는 '휴미라'의 바이오시밀러 'SB5'는 임상 3상 시험을 통과해 양산에 돌입할 채비를 갖췄다. 임상 3상은 환자 500명 이상을 대상으로 약효 동등성을 시험하는 과정으로 바이오시밀러 개발의 마지막 단계다. 바이오 제약사업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직접 신수종 사업으로 지목할 만큼 집중적인 투자를 쏟아붓고 있는 분야다. 이런 가운데 삼성바이오에피스가 내년 상반기 계획대로 나스닥에 상장이 되면 그룹의 바이오 사업에도 한층 탄력이 붙을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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