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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격적인 여름 휴가철이 시작됐다. 찜통더위를 피하기 위해 많은 사람들이 산과 바다를 찾는다. 하지만 아무 준비 없이 무작정 떠났다가는 오히려 휴식보다는 피곤함이 더해지고 건강에 악영향을 줄 수 있는 만큼 철저한 준비가 필요하다.
우선 자신의 몸 상태에 따라 휴가지를 가려서 갈 필요가 있다.
평소 척추질환이나 관절질환을 앓고 있는 환자라면 산이나 계곡보다는 바다를 찾는 것이 좋다. 여러 곳을 둘러보기 위해 욕심을 내기보다는 한 곳에서 머물며 이동거리를 최소화하는 것이 좋다. 무리할 경우 휴가 이후 더욱 극심한 통증과 함께 척추·관절 건강상태가 나빠질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이용근 연세바른병원 대표원장은 "척추·관절 환자에게 바닷가는 허리 통증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되는 휴가지"라며 "해수욕은 바다의 짠 성분 때문에 몸이 잘 뜨고 물속에서 움직일 때 중력의 영향을 거의 받지 않아 관절 통증 완화에 좋다"고 말했다.
또 해변에서 자외선을 쬐면 피부에서 자연적으로 비타민 D가 형성되는데 이는 뼈를 튼튼하게 하는 칼슘이 체내에 제대로 흡수될 수 있도록 돕는다. 적절한 시간 동안 햇볕을 쬐는 것은 척추를 튼튼하게 하고 골다공증을 예방하는 데 도움이 된다. 따라서 척추·관절질환자들의 경우 해수욕장에서는 무조건 파라솔 아래에서 자외선을 피할 것이 아니라 오히려 햇볕을 충분히 쬐고 모래찜질을 하면 천연 물리치료 효과까지 얻을 수 있다. 햇볕에 적당히 달궈진 모래를 온몸에 5~10㎝ 두께로 덮고 10분가량 가만히 있으면 된다. 모래의 열기와 무게가 온찜질 역할을 해 전신 혈액순환을 돕고 근육을 이완시켜 통증을 완화시킨다.
최근 '힐링'이 화두로 떠오르면서 조용하고 가까운 산을 찾아 가족들과 친구끼리 텐트를 치고 휴가를 보내는 사람들도 늘고 있다. 산은 여름이라도 정상에 가까워질수록 기압과 기온이 떨어지고 습도는 높아진다. 더위를 피하기에는 좋지만 기온이 떨어지면 허리 주위 근육이 수축된다. 이로 인해 척추와 추간판을 보호해야 할 근육이 오히려 뼈와 신경조직에 부담을 줘 허리 통증을 악화시킨다.
또 캠핑의 경우 텐트를 치고 잠을 자는 경우가 많은데 딱딱한 바닥에 누울 경우 허리와 바닥 사이의 공간이 생기게 마련이다. 이는 척추의 S자 곡선을 흐트러뜨리고 혈액순환을 방해해 근육을 경직시킨다.
이용근 원장은 "차갑고 딱딱한 산에서 자고 일어나면 목과 허리에 통증을 일으킬 수 있다"며 "산에서 느끼는 차고 습한 기운에서 척추·관절을 최대한 보호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침낭이나 침구를 깔고 쿠션을 허리 쪽에 받쳐줘 바닥과의 공간을 최소화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어린이들이 있는 가정에서 여름 피서지로 가장 많이 찾는 곳 중의 하나가 워터파크다. 물놀이는 물론 재미있는 놀이기구를 함께 즐길 수 있어 남녀노소에게 인기지만 자칫 부상을 당하기가 쉬워 주의가 필요하다.
워터파크에서는 물 때문에 미끄러워진 바닥으로 인한 낙상사고는 물론 인공폭포나 파도를 즐기다가 부상을 당하는 경우도 많다. 4~5m 높이에서 2~3톤 이상의 물이 떨어지는 인공폭포를 허리나 목 주변에 직접 맞을 경우 목과 경추에 상당한 충격이 온다. 워터슬라이드도 목이나 척추질환을 앓고 있는 환자들이라면 자제해야 한다. 직선 혹은 가파른 곡선을 따라 미끄럼틀을 타고 내려가면서 점점 가속이 붙어 척추 내 디스크가 평소보다 많은 압력을 받게 된다.
휴가철에는 식중독 발생에도 주의해야 한다. 식중독은 세균이나 독소에 오염된 음식을 먹은 후 수 시간에서 수일 내에 구토나 설사·복통 등의 증상을 보이는 경우를 말하며 황색포도알균이나 대장균·살모넬라균·이질균·장염비브리오균 등이 원인이다. 식중독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음식을 조리할 때 60~70도 이상으로 가열하고 특히 어패류의 경우는 완전히 익혀 먹는 것이 좋다. 식품을 구입할 때는 유통기한을 꼭 확인하고 야외에서 먹다가 남은 음식은 아깝더라도 버려야 한다. 손을 자주 씻는 것이 식중독 예방에 좋다.
휴가지에서 벌에 쏘이는 응급상황이 발생하는 경우도 있다. 꿀벌의 경우에는 침낭이 피부에 붙어 있는 경우가 많으므로 명함이나 카드로 털어내듯이 침낭을 제거하면 벌독이 더 이상 주입되는 것을 막을 수 있다
김규석 분당서울대병원 응급의학과 교수는 "벌에 쏘이거나 물린 자리를 깨끗이 씻고 소독약이 있으면 소독을 하고 일회용 밴드로 덮어주는 것이 좋다"며 "통증이 심할 때는 얼음찜질이 통증을 완화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설명했다.
벌에 쏘이는 것보다 가장 흔한 경우는 모기에 물리는 것이다. 산에 있는 모기들은 한 번을 물려도 더 심하게 부어오르고 더 가려운 경향이 있다. 모기에 몇 군데 물리는 것은 대개 큰 문제가 되지 않지만 여러 곳에 물리게 되면 가려움증이 매우 심해지게 된다. 이때는 항히스타민제를 복용하고 물린 부위에 스테로이드 연고를 바르면 도움이 된다.
주의할 점은 스테로이드 연고를 너무 많이, 그리고 너무 자주 바르면 피부를 통해 스테로이드가 다량 흡수되면서 전신적인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으니 단기간만 사용해야 한다. 특히 피부가 얇은 어린이는 더 주의해야 한다.
휴가를 해외에서 보내려는 사람들도 많은데 이때는 해외에서 전염될 수 있는 감염병에 대한 주의가 필요하다. 특히 우리나라 국민이 주로 방문하는 동남아시아는 뎅기열과 말라리아 등 모기 등에 의한 감염병에 주의가 필요하며 오염된 식수나 비위생적 음식물 섭취 등으로 인한 세균성 이질, 장티푸스 같은 수인성·식품매개 감염병 등도 조심해야 한다.
손장욱 고려대안암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뎅기열은 모기에 물려 감염되는데 예방약도 따로 없기 때문에 모기장을 치거나 모기 기피제를 바르거나 긴팔 옷을 입는 등 모기에 물리지 않도록 하는 것이 최선"이라며 "주증상은 두통과 오한·발열·피부발진 등으로 해외여행 후 이러한 증상이 나타나면 병원을 찾는 것이 좋다"고 당부했다.
따라서 해외 여행시에는 반드시 출국 2~4주 전에 필요한 예방접종을 받고 현지에서는 손 씻기 등 개인위생관리를 철저히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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