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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증시 "팔고보자" 심리적 공황상태
입력2001-04-04 00:00:00
수정
2001.04.04 00:00:00
나스닥 이틀새 10% 내려…국채 10년물 3弗 폭등이틀에 걸친 뉴욕주가 연쇄폭락은 미-중 군용기 충돌과 같은 경제 외적인 충격에도 동요할 정도로 월가가 취약하다는 점과 아직도 뉴욕증시가 저점을 찾지 못하고 있음을 단적으로 보여주었다.
2분기 개장 이틀동안 보여준 뉴욕 증시의 분위기는 거의 패닉에 가깝다. 한국증시에 가장 임팩트가 강한 나스닥 지수는 이틀 사이에 10%나 폭락, 1,700대가 무너져 98년 가을 러시아 경제위기 이래 최고치로 떨어졌다.
블루칩 지수인 다우지수는 9,500선을 무너지고, 최고점에서 20% 이하인 베어마켓(Bear Market)에서 1% 직전까지 내려갔다.
경기회복이 불투명한 상태에서 기업들의 실적 악화가 이어지고, 이 와중에 중국과의 분쟁이 터지자 업종과 상관없이 주가가 무차별적으로 폭락, 일부 투자자들은 마진콜에 걸려 투매현상까지 보였다.
◇미-중 갈등이 심리적 패닉의 원인
뉴욕 증시 폭락의 가장 큰 이유로 미국과 중국의 군용기 충돌을 들수 있다. 외교전문가들은 부시 행정부의 대외정책이 이번에 시험대에 올라있다고 보고 있지만, 투자자들 입장에서는 가뜩이나 경제가 나쁜 상황에 중국과의 위험스러운 게임이 터져나오자 불안감을 쓸어내리지 못하고 있다.
뉴욕 증시 폭락의 시점은 지난 2일 부시 대통령이 기자회견을 하면서 심각한 표정으로 "중국이 승무원을 면담하지 못하게 하지 않을까 걱정된다"고 말한 때였다.
투자회사 제퍼리스의 애널리스트 아더 호건은 "부시의 코멘트가 나오자 뉴욕 주가의 방향이 바뀌었다"고 말했다. 중국이 외교관 인도를 거부하고 공식사과를 요구하자, 뉴욕증시 사람들은 3일에도 조그마한 경제뉴스에도 '팔자'를 불러댔다.
◇기업 경영실적 부진과 지표 악화
카드회사인 아메리카 익스프레스가 정크본드시장에서 본 손실로 경영실적이 악화되고, 나스닥 상장종목인 아리바, 잉토미등 기술업종도 월가의 기대치에 크게 못미치는 실적을 기록했다.
하루만에 아리바는 32%, 잉토미는 55%나 폭락했고, 나스닥 주력종목인 시스코 9%, 오러클 13%, 선마이크로시스템 7%, 마이크로소프트 4% 하락했다.
이날 발표된 미국 제조업의 2월 주문량은 0.2% 하락, 미국 경제가 아직도 침체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음을 보여주었다. 시카고 연방준비은행(FRB)은 미국 경제가 심각한 침체는 피하겠지만, 후퇴 가능성은 커지고 있다고 발표, 워싱턴의 FRB 본부나 뉴욕 FRB의 낙관론에 찬물을 끼얹었다.
◇채권 시장 호조, 달러 강세 주춤
증시가 바닥을 모른채 거꾸러지는데 비해 뉴욕 채권시장은 호황을 구가하고 있다.
주식 투자로 손해를 볼 바에야 미국 국채를 사서 시중 금리보다 높은 이자를 먹겠다는 안정 세력이 늘고 있다는 얘기다. 미국 재무부채권(TB) 2년물은 액면가 1,000 달러당 1.5달러, TB 10년물은 3달러나 폭등했고, 수익율은 98년 러시아 위기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강세를 지속하던 달러는 유로화에 대해 2.1% 급락했고, 일본 엔화에 대한 환율도 126엔대에서 125엔대로 떨어졌다. 뉴욕 증시 하락을 두려워하는 국제유동성이 달러 강세를 약화시켰고, 불안한 일본보다는 유럽쪽을 선택하는 경향을 보여준 것이다.
◇FRB 금리인하 기대
뉴욕 증시가 급락하면서 월가에서는 또다시 워싱턴의 앨런 그린스펀을 쳐다보기 시작했다.
지난번에 그린스펀이 기대 이하로 금리를 내렸다고 비난했던 그들은 뉴욕 증시 침체가 경기회복을 더디게 할 것으로 보고, 오는 5월 15일의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이전에 금리를 내릴 가능성을 기대했다.
모건스탠리의 이코노미스트 윌리엄 설리반은 "조만간 FRB가 금리를 인하할 가능성 때문에 채권시장이 활황세를 보이고 있다"고 분석했다.
월가의 애널리스트들 사이에는 최근의 주가하락 폭이 크므로 바겐헌터들이 나타나 저점 매수에 나서 주가가 반등할 기회가 있을 것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살로먼 스미스바니는 "과잉매도와 적정수준의 주가를 감안할 때 약간의 상승을 기대할수 있을 것"이라며 주식에 대한 투자비중을 65%에서 70%로 상향조정, 주목을 끌었다.
뉴욕=김인영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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