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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의 과학기술자상/연구세계] 혹한 이국땅 마다않고 직접 테스트
입력2001-12-17 00:00:00
수정
2001.12.17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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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한 이국땅 마다않고 직접 핸들조작 테스트
■ 연구세계
구본경 연구원은 매년 한겨울이 되면 단단히 짐을 꾸린다. 고추장ㆍ된장이며 김치, 그가 가장 자신 있는 요리인 라면까지.. 먹거리가 될 만한 것은 되도록이면 많이 챙긴다. 내년에도 신정 연휴가 끝나면 그는 어김 없이 떠날 준비를 해야 한다. 이 번이 여덟 번째.
그가 떠나는 곳은 먼 북구의 땅 스웨덴. 우리나라도 추운데 오히려 더 추운 곳을 찾아가는 것이다. 그곳에서 구본영 연구원은 한적한 시골을 찾아 한달 남짓 길게는 두 달 가까이 머문다.
여행이나 관광을 위해 떠난다면 부럽기만 할 것이다. 하지만 그가 스웨덴을 찾는 것은 혹한을 이용해 자동차 부품을 테스트하기 위해서다.
"스웨덴은 호수가 많아요. 겨울이면 얼음이 몇 미터 두께로 얼죠. 눈을 치우고 호수 위에 갖가지 길을 만들어요. 아주 미끄러운 길과 절반은 미끄럽고 절반은 흙을 덮은 길, 비탈 길.. 트랙도 있어요."
구본경 연구원은 이 곳에서 집적 핸들을 잡고 자동차 제동과 관련된 갖가지 실험을 한다.
매끄러운 길을 빠른 속도로 달리다 브레이크를 밟았을 때 미끌어지는 거리를 재거나 언덕길은 잘 올라가는지, 브레이크를 밟았을 때 핸들조작이 가능한 가, 혹한에 오작동은 없는지 등을 측정한다.
이 모든 테스트에서 기준 이상의 성능을 나타내야만 그가 개발한 제동장치는 비로소 자동차에 장착할 수 있다. 그렇지 않으면 한국으로 돌아와 문제를 처음부터 다시 해결해야 한다.
"테스트는 최악의 조건에서 이뤄져요. 전혀 예상하지도 않았던 일이 발생할 수 도 있어요.
하지만 제 성능을 발휘하면 무척 기분이 좋죠."
지난해부터는 한여름에도 혹한기 테스트를 할 수 있게 됐다. 이 때는 우리나라와 지구 반대쪽에 있는 뉴질랜드를 찾는다. 이제는 구본경 연구원도 그렇고 가족들도 장기 출장에 익숙해 졌지만 처음부터 그랬던 건 아니다.
"7년 전 처음 장기 출장을 떠나게 됐을 땐 큰딸 예지가 태어난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예요.
떠날 때도 그랬고 떠난 후에도 무척 힘들었죠."
구본경 연구원이 만도와 인연을 맺은 것은 큰 아버지의 적극적인 추천 때문. ROTC로 임관한 그는 제대를 앞두고 여러 회사에 원서를 냈다.
몇 군데서 서류전형에 합격해 고민하고 있던 그에게 큰 아버지는 만도를 적극 추천했고 "제일 처음으로 합격통지서가 날라왔으니 내가 갈 길인가 보다"라고 생각한 그는 만도를 선택했다.
만도에서 제동시스템을 연구하게 된 것도 엄밀히 말하면 그의 선택이 아니었다. 자동차를 운전을 하고 있다는 이유에서 그의 팀장이 뽑은 것. 하지만 연구원이 되기 위해 그는 화끈한 신입인사를 해야 했다. 트랙으로 끌려간 그는 카레이서가 돼야만 했다. 매끌매끌한 길에서 그는 시속 100㎞가깝게 달리다 갑자기 브레이크를 밟았던 것.
차가 빙글빙글 몇 바퀴를 돌아 아찔했지만 그는 한가지를 알게 됐다. "팀장께서는 브레이크를 밟으면 차가 돌뿐 뒤집히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줬던 것 같아요. 제동장치를 실험할 때면 직접 핸들을 잡아요. 그래야만 차의 상태를 정확하게 알 수 있거든요. 그때는 처음 입사했을 때의 경험이 많은 도움이 돼요.
문병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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