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년 이재현 회장은 그룹 회장직에 올라 사명을 CJ로 교체, 종합생활문화기업으로의 도약을 주도했다. CJ는 1990년대 후반부터 2000년대 초반까지 별다른 성장없이 매년 매출이 2조초반 대에 머물러 있었다. 하지만 사령탑 교체 이후 핵심역량 양성과 다각화를 펼치면서 2004년 매출은 7조9,677억원으로 수직상승했고, 지주사 체제로 전환한 2007년에는 10조시대를 열었다. 그리고 대한통운 인수, 글로벌 바이오 매출 1조 돌파, CJ E&M 출범, 베트남 극장브랜드 '메가스타' 인수 등 굵직한 일들이 이어진 2011년엔 4년 만에 매출 2배인 20조(22조7,873억원)를 돌파하며 삼성가 장손다운 남다른 DNA를 과시했다. CJ는 이 기세를 몰아 2013년 매출 33조원을 달성, 6년 새 매출 3배 성장을 이루겠다고 공언했다. 그러나 최근 몇 년 사이 CJ그룹은 '마의 30조 벽'에 갇혀 버렸다.
그 해 7월 이재현 회장이 배임·횡령·조세포탈 혐의로 전격 구속 수감되는 바람에 선장을 잃은 CJ호는 갑자기 망망대해 미아가 되면서 계획에 차질이 빚어지기 시작한 것이다. 모든 투자와 해외 M&A 등이 올스톱되며 2013년 매출은 28조에 머물렀다. 지난해 또한 리더십 부재로 투자 차질은 계속되며 2013년에서 조금도 나아가지 못한 27조~28조원대에 그칠 것으로 전망된다. 2년 연속 '매출 30조의 꿈'이 무산된 것이다. 다만 지난해 사업구조 혁신을 통해 투자 효율을 높여 내실을 다져 놓았다. 수익성을 높여 돈은 벌은 셈이다. 그러나 5년 전 정해 놓은 '2020년 그룹 매출 100조, 영업이익 10조, 글로벌 매출비중 70% 이상 달성' 목표에는 한 발도 다가가지 못했다. 기업의 생존줄인 성장엔진이 멈춰 버린 것이다.
이 회장의 공백 여파로 지난해 베트남과 중국 바이오 업체를 인수하려던 CJ제일제당 야망은 최종 단계에서 물거품됐다. 수익성 악화로 고전 중인 CJ프레시웨이는 해외 진출 카드를 꺼내야 하는 절체절명의 시기에 의사결정을 미뤄 놓은 상황이다. 글로벌 확장이 시급한 CJ대한통운 역시 검토중인 인수계획이 중단되며 2020년 글로벌 5대 물류기업의 꿈이 멀어졌고 CJ오쇼핑 또한 해외시장 진출 계획이 지연됐다. 지난해 미뤄진 투자 금액만 9,000억원에 달한다. 결국 성장동력 확보에 비상이 걸린 CJ는 미래 생존을 위해 올해 기필코 매출 30조 벽을 깨야한다는 각오다. 손경식 회장은 4일 "올해 그룹의 미래 성장 기반을 확보해 2020년 매출 100조원의 '그레이트 CJ'를 위한 초석을 닦겠다"며 "이를 위해 글로벌 사업 중심의 미래 성장 동력 확보, 사업 구조 혁신을 통한 수익성 극대화, 조직문화 혁신과 CSV(공유가치창출) 정착 등에 주력하겠다"고 밝혔다. 더이상 시간을 늦출 수 없다는 절박감이 묻어난다.
그룹의 주력인 CJ제일제당은 2020년까지 해외 사료 매출 10조원 달성, 글로벌 사료기업 10위 진입을 목표로 바이오와 사료사업을 강화한다. 새 수익모델로 각광받는 사료용 아미노산 '메치오닌' 시장 공략을 위해 올 초 완공되는 말레이시아 바이오 공장(연간 7만톤 생산)이 선봉에 선다. 사료사업에서는 지난해 개발한 첨단사료 '밀크젠'과 '친환경 메탄저감 그린 사료'의 본격적인 양산과 판로 확대에 나선다.
CJ대한통운은 해외직구, FTA 체결 등으로 국제택배 물량이 늘어날 것으로 전망되면서 국제택배 네트워크 확대에 집중할 방침이다. 이를 위해 얼마 전 중국 위엔퉁수디, 베트남 비엔텔포스트와 업무제휴를 체결했다. 또 국제연합(UN), 국제금융기구(MDB) 등 글로벌 조달 시장에도 진출한다.
CJ오쇼핑은 올해 처음 글로벌 전 지역 흑자 전환을 통해 본격적으로 수익기업으로 거듭날 태세다. 중동, 아프리카, 중남미 등에 추가 진출해 세계 1위 사업자인 QVC와의 간격을 좁혀나간다는 계획이다.
CJ E&M은 올해 중국에서 한국의 기획력에 한·중 제작 스태프들의 협업이 더해진 한중 합작영화인 장윤현 감독의 '평안도'로 상반기 중국 시장을 노크한다. 국내에서 865만 관객을 기록한 '수상한 그녀'를 모티브로 새로 제작한 한중 합작영화 '20세여 다시 한번'도 상반기 개봉을 앞뒀다.
CJ CGV는 11월 말 현재 34개 극장 272개 스크린을 보유한 중국에서 총 60여개 극장을 목표로 2배 확장 계획을 세웠다. 오감체험특별관 4DX도 보폭을 넓혀 지난해 말 홍콩과 영국 개관에 이어 올해 스위스에 오픈해 유럽 시장 공략에 본격 나선다. 내년 상반기까지 전세계 300개관 오픈이 목표다.
특히 최근 기업 총수들의 가석방 기대가 높아지면서 이 회장이 경영에 복귀할 경우 그 동안 중단됐던 M&A가 급물살을 타는 한편 미뤄왔던 주요 경영 사안들도 공격적인 행보를 보일 전망이다. 아울러 투자가 급감했던 만큼 이 회장의 컴백이 현실화되면 대대적인 투자도 예상된다. 생산 유발, 고용 창출 효과로 선순환 구조가 형성돼 얼어붙은 내수 활성화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sed.c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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