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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마무리는 끝이 아니고 시작이다."
우리금융그룹은 지난 2000년 우리나라 최초로 금융지주사 체제를 도입하며 역사의 한 획을 그었다. 그로부터 13년 후 우리금융그룹의 마지막 생일잔치가 열렸다. 금융지주체제 도입의 신호탄을 쏘아 올리며 '4대 금융지주 체제'를 확립했던 우리금융그룹이 가장 먼저 해체된 것은 아이러니다.
2일 오전 서울 회현동 우리은행 본점 앞. 13주년 창립행사를 앞두고 계열사 최고경영자(CEO)들이 속속 도착했다. 이들은 본점 24층 식당에서 열리는 회장과의 마지막 오찬에 참석하기 위해 본점을 찾았다. 이순우 우리금융그룹 회장은 이날 서울경제신문 기자와 만나 "많이 아쉽다. 하지만 가야 할 길이다. 남은 (매각) 작업도 잘 마무리해서 금융산업 발전에 기여하길 바란다. 그래야 우리금융그룹에 있었다는 것을 자랑스러워할 수 있다"고 말했다. 우리투자증권·우리카드·우리아비바생명 등 계열사 CEO와 지주 부사장, 상무 등 10여명이 간담회에 참석했다. 최근 KB금융그룹으로 넘어간 우리파이낸셜 대표 자리는 공석으로 남아 우리금융그룹의 현주소를 상징했다.
이 회장은 축사를 통해 계열사 CEO들에게 마지막까지 기업 가치를 끌어올리는 데 힘을 기울여줄 것을 당부했다.
이 회장은 "지금은 그룹이라고 부르기도 힘든 상황이다. 인연으로 만났고 (지금의 상황에) 동요하지 말기를 바란다. 그래야 새 둥지에 가서라도 잘할 수 있다. 마지막까지 기업 가치를 지켜달라"고 말했다.
이 회장은 무엇보다 9개 계열사 노동조합에 대해 고마움을 표했다. 이 회장은 "그룹 해체 국면에서 슬기롭게 협조해준 9개 노동조합에 특히 감사하다"며 "마지막까지 떳떳하고 당당한 우리금융그룹의 일원이 돼주길 바란다"고 전했다.
우리금융지주와 우리은행 간 합병 방식에 대해선 "기업의 잔존 가치를 어떻게 보느냐를 핵심적으로 고려해야 한다. 지주가 남는 것이 가장 손쉬운 방법이지만 그러면 115년 은행 역사가 사라진다"며 우회적으로 우리은행을 살려야 한다는 뜻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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