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매사 눈치에 일부 운용사들 “정리 계획 없어” 업계 “판매사 ‘신상 펀드 요구’ 관행부터 고쳐야” 금융감독 당국이 소규모 펀드 정리를 적극 추진하면서 설정액이 50억원 미만인 펀드 644개가 연내 청산된다. 하지만 판매사들이 여전히 소규모 펀드 정리에 난색을 표하고 있고 일부 운용사들도 소규모 펀드 정리에 동참하지 않겠다는 방침이어서 펀드 정리가 당국 의도대로 될지는 미지수다. 5일 한국금융투자협회는 자산운용사와 펀드 판매사가 50억원 미만 소규모 펀드 정리 계획을 마련해 연말까지 추진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금투협에 따르면 정리 대상인 소규모 펀드는 총 1,386개로 운용사들이 펀드 판매사와 합의해 연내 정리 계획을 밝힌 펀드는 이중 46.5%에 해당하는 총 644개다. 각 회사들이 제출한 소규모펀드 정리 계획에 따르면 연말까지 한국투자신탁운용이 82개, 하나UBS자산운용이 70개, 교보악사자산운용이 62개 펀드를 해지하는 등 대부분의 운용사들이 소규모 펀드 비중을 40~60%대 수준으로 낮춘다는 방침이다. 지난해 6월 금융 감독 당국이 소규모펀드 해소를 위해 마련한 시행령 개정안에 따르면 설정 후 1년 경과 시점에 설정원본 50억원 미만이거나 설정 1년 후에도 1개월 이상 계속해서 50억원 미만인 공모 추가형펀드는 법령상 임의해지 기준에 해당한다. 보통 운용사가 판매사와 협의해 임의해지 대상 펀드와 해지 시기를 결정하면 운용사는 신문공고와 금투협 공시를 통해 펀드 해지 사실을 알린다. 판매사에 따라서는 펀드가 해지되기 한달 전 고객에게 우편을 발송하거나 유선상으로 해지 사실을 통지하기도 한다. 자본시장법에 따라 설정된 소규모펀드는 모두 수익자총회나 금융위원회 승인 없이 펀드 해지가 가능하다. 심윤모 우리자산운용 마케팅팀장은 “펀드 환매를 원치 않는 고객들이 있더라도 사실상 이의를 제기할 방법이 없다”면서 “하지만 정상적인 운용이 불가능한 소규모펀드 대신 유사 펀드로 가입할 수 있도록 판매사들이 유도하면 된다”고 설명했다. 반면 간접투자자산운용업법에 의해 설정된 뮤추얼펀드는 수익자총회를 열어 해지 결의를 해야 한다. 대부분의 운용사들은 수익자총회가 필요한 뮤추얼펀드의 경우 청산 시기를 연말로 미룬 것으로 알려졌다. 감독 당국이 소규모 펀드 정리에 적극 나서면서 판매사 눈치에 소규모 펀드를 그대로 유지하고 있던 상당수 운용사들은 “운용보고서 발송 비용 등 펀드 규모에 관계 없이 들어가는 고정 비용을 줄이고 펀드매니저 일인당 운용 펀드수도 대폭 줄일 수 있게 됐다”며 반기고 있다. 하지만 문제는 운용사들이 임의해지할 경우 판매사들이 해당 운용사의 펀드 판매를 중단하는 등 불이익을 줄 수도 있어 운용사들로서는 여전히 펀드 청산에 적극 나설 수 없다는 것. 자산운용업계 한 관계자는 “소규모 펀드 해지는 고객과 접점에 있는 판매사의 적극적인 의지가 필요하지만 판매사들로서는 고객들의 반발을 우려해 펀드 정리에 소극적”이라며 “운용사가 자의로 펀드를 해지할 경우 불이익을 받을 수 있어 운용사로서도 판매사 눈치만 보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소규모 펀드 정리에 참여하지 않겠다고 밝힌 운용사는 10여곳에 달했고 이중 현대자산운용,슈로더투신운용, 블랙록자산운용, LS자산운용 등 6개 회사가 소규모 펀드 비중이 전체 공모 추가형 펀드의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일부에서는 실효성에 대해 의문을 제기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감독 당국이 적극적으로 소규모 펀드 정리를 추진하면서 운용사들도 불필요한 비용을 초래했던 소규모펀드를 대거 정리할 수 있게 된 점은 긍정적”이라면서도 “하지만 판매사들이 끊임 없이 신상 펀드를 요구하는 업계 관행부터 고치지 않는 이상 소규모펀드 난립은 계속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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