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약업체들이 약품을 공급하는 대가로 병ㆍ의원에 각종 명목의 기부금이나 리베이트로 수천억원대의 금품을 제공한 사실이 공정거래위원회에 적발됐다. 특히 로비 대상도 병ㆍ의원장부터 의사ㆍ간호사까지 광범위하며 주유권ㆍ상품권 등은 물론 컴퓨터까지 사주고, 심지어 직원을 뽑아 병원에 근무하도록 한 사례까지 있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 24일 전원회의를 열어 10개 제약업체의 부당한 고객유인행위 등 위법행위를 확인하고 시정명령과 과징금 부과를 결정했다고 25일 밝혔다. 위법행위가 확인된 업체는 유한양행ㆍ한미약품ㆍ동아제약ㆍ한국BMS제약ㆍ일성신약ㆍ한올제약ㆍ국제약품ㆍ녹십자ㆍ중외제약ㆍ삼일제약 등이다. A제약업체의 경우 2003년부터 지난해까지 1,338억원의 물품ㆍ현금ㆍ상품권과 시판 후 조사비 명목으로 239억8,000만원을 건네는 등 모두 1,667억8,100만원을 병ㆍ의원 등에 불법 제공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 같은 금액은 해당 기간 이 업체 매출액의 18.1%에 달한다. 공정위는 A사처럼 적발된 제약업체들이 병원이나 의약품 도매업체 등을 상대로 리베이트나 랜딩비(약품채택료), 기부금, 회식비 등을 제공함으로써 부당한 방법으로 고객을 유인했다고 설명했다. 이들은 병원 관계자나 의사들을 상대로 골프ㆍ식사 등을 접대하고 처방 증대를 위한 기부금을 제공했으며 약을 시판한 뒤 효능을 조사하는 대가로 의사들에게 사례비를 지급하는 ‘시판 후 조사(PMSㆍPost Marketing Surveillance)’ 지원 등의 다양한 부당행위를 한 점이 확인됐다. 제약사들은 또 도매상에 리베이트를 제공한 것뿐 아니라 약품을 공급하고 판매가격을 지정해 이 가격 이하로 할인 판매하지 못하도록 하는 ‘재판매 가격 유지행위’도 한 것으로 드러났다. 공정위는 아직 업체별 과징금 규모를 산정하지 못했으며 추후 이들 업체의 다양한 행위에 대한 위법성 판단을 기준으로 관련 매출액 등을 확인해 과징금 규모를 계산한 뒤 발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공정위는 리베이트 제공 혐의 외에 의료 관련 시민단체가 신고해온 대형 병원들의 ‘선택진료제(특진제)’에 대해서도 조만간 조사를 벌일 예정이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