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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금융 '메가뱅크論' 수그러드나

신중론·노조반발에 어윤대 회장 내정자 수위조절 나서<br>李대통령 관심 커 언제든 수면위 부상 가능성


어윤대 KB금융지주 회장 내정자의 우리금융 인수 발언으로 다시 촉발된 '메가뱅크(초대형 은행)' 논의가 대형화 신중론과 노조반발에 부딪치면서 사그라지고 있다. KB금융지주 이사회가 속도조절에 나서고 있고 여론도 우호적이지 않기 때문이다. 이경재 KB지주 이사회 의장은 21일 서울경제신문과의 전화통화에서 "은행 간 합병은 오랜 시간을 두고 그 효과에 대해 심도 있는 연구를 해야 하는데 이사회는 검토조차 해본 적이 없다"며 "다들 원론적인 차원에서 얘기하는데 깊이 있는 분석 없이 추진할 수는 없다"고 밝혔다. 이 의장은 "언론보도를 포함해 KB와 다른 금융사와의 조합에 대해 제대로 된 연구내용을 보지 못했다"고 말해 메가뱅크 논의를 본격화하기 위해서는 충분한 시간이 필요함을 시사했다. 은행 대형화를 내세웠던 어 내정자도 한 발 물러서는 모습이다. 어 내정자는 최근 우리금융지주를 쪼개 판다면 비은행 계열사만 인수할 수도 있다는 뜻을 내비쳤다. 메가뱅크가 주목적이 아니라 사업다각화를 위해 우리금융의 비은행 계열사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우리금융지주 '전체'가 아니라 '부분'만 인수할 수 있다는 것으로 당초 입장에서 후퇴하는 모습이 역력하다. 노조 반발도 거세다. 금융노조는 21일 국민ㆍ우리은행 노조와 공동투쟁본부를 만들고 은행 대형화 저지에 공동으로 나서기로 했다. 금융노조는 KB와 우리금융이 합병하면 지주사 기준으로 은행권 전체 자산의 57.4%를 차지해 독과점의 폐해가 나타나고 시너지 효과가 없음을 들어 메가뱅크를 반대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어 내정자가 향후 조직개편과 구조조정 등 노조의 협조를 얻어야 할 부분이 많아 메가뱅크 이슈로 노조와 정면대결을 벌이기에는 부담이 많을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이명박 대통령이 대형 은행에 꾸준히 관심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메가뱅크 논의는 언제라도 다시 수면 위로 부상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김상조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최근의 메가뱅크 논의는 금융산업 발전전략보다는 우리금융이나 산업은행 등 정부가 소유한 금융기관의 지분을 팔기 위한 정치적ㆍ정책적 수단으로 논의되고 있다"며 "KB와 우리금융이 합병하면 두 금융사의 자산이 국내총생산(GDP)의 60%에 육박할 정도로 금융시스템에 큰 리스크가 생기기 때문에 신중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금융계의 한 고위관계자는 "당분간은 어 내정자도 메가뱅크에 관해서는 수위조절에 나설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국내 금융산업이 제조업에 비해 낙후돼 있어 언제든지 메가뱅크 논의는 다시 나오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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