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석자 ▦김지수(26) 서울대학교 행정대학원생 ▦나현규(37) 동부생명 법인영업팀 과장 ▦박은정(34) 프랜차이즈 두레푸드 대표 ▦박철호(39) KOTRA 경영혁신팀 차장 <가나다순> “성실하게 살아가는 서민들이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지 않고 살아갈 수 있는 사회가 됐으면 좋겠습니다.” 서울경제는 기획시리즈 ‘선택 2007, 필요조건과 충분조건’을 마무리하면서 일반 시민들을 초청, 국민들이 생활 속에서 느끼는 애로사항과 다음 정부에 바라는 바를 알아보기 위해 좌담회를 마련했다. 좌담회에서 김지수 서울대학교 행정대학원생과 나현규 동부생명 법인영업팀 과장, 박은정 프랜차이즈 두레푸드 대표, 박철호 KOTRA 경영혁신팀 차장 등 참석자들은 “대부분의 국민들은 열심히 살아가려고 하지만 복지와 교육 등을 둘러싼 불확실성 때문에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며 “차기 정부는 국민들이 열심히 일하면 행복해질 수 있도록 여건을 마련해줘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참석자들은 특히 부동산과 사교육비 문제가 서민들의 삶을 어렵게 하는 핵심 요인이라고 지적하고 정부에 이들 문제에 대한 해결책을 주문했다. ▦박은정 두레푸드 대표=우선 참여정부의 실정(失政)에 대해 얘기를 해야 할 것 같습니다. 저는 누가 참여해서 나라가 이 지경이 됐는지 궁금합니다.(참석자 모두 웃음) 참여정부 출범 당시 국민들의 기대가 컸는데 지금은 실망스러운 점이 너무 많습니다. 5년 동안 봐온 위정자들을 한마디로 벽창호라고 얘기하고 싶습니다. 참여정부는 자신들에게 표를 던졌던 서민들의 발등을 찍은 셈입니다. ▦박철호 KOTRA 차장=지난 8월 3년간의 해외근무를 마치고 귀국해 집을 구하는데 너무나 막막했습니다. 분당 지역 108㎡(32평형) 아파트 가격이 7억~8억원이더군요. 제가 근무하던 프랑크푸르트 근교에서는 방 4개짜리 2~3층 단독주택을 사는 데 40만유로(약 5억2,000만원가량)면 충분합니다. 뉴욕 맨해튼 인근 베드타운에서도 비슷한 규모의 주택을 60만달러(약 5억원)에 살 수 있습니다. 1인당 국민소득의 12~13배 수준이죠. 하지만 분당 아파트 가격은 한국 국민소득(2006년 1만8,000달러 기준)의 무려 40배 수준입니다. (이야기의 시작은 부동산 문제부터였다. 최근 몇해 동안 서민들이 아파트나 주택이라는 주제를 놓고 느끼는 박탈감ㆍ허망함ㆍ불안감이 증폭됐기 때문으로 보였다.) ▦나현규 동부생명 과장=제 입장에서도 주택문제가 가장 심각합니다. 아직 무주택자 입장이라 급여의 절반가량을 집을 마련하는 데 쓰고 있습니다. 집 장만하는 부담을 덜 수만 있다면 사교육비가 아무리 비싸도 애들에게 더 많은 과외를 시킬 수 있고 저 개인을 위해서도 투자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김지수 서울대 행정대학원생=요즘은 대학생들도 펀드 얘기를 자주 합니다. 심지어 일부 학생들은 학업보다는 주식투자에 몰두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뭔가 잘못된 것 같은데 아무도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 것 같아요. ▦박 대표=주택으로 막대한 시세차익을 얻는 것은 문제가 있습니다. 하지만 이보다 더 중요한 것은 보유세나 시세차익에 대해 정부가 무작정 세금을 매기는 것입니다. 지금 우리 부동산정책으로는 정작 세금을 많이 내야 하는 사람보다 애꿎은 사람들이 피해를 보고 있는 게 현실입니다. (참석자들의 관심은 이어 우리 사회의 또 다른 골칫거리인 교육문제로 넘어갔다.) ▦박 차장=제 아이는 초등학교 5학년인데 한국에 들어오자마자 과외를 3개나 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다른 집에 비하면 이것이 결코 많은 게 아니더군요. 이 때문에 우리 아이들이 꿈을 잃어버리고 사는 게 안타깝습니다. 얼마 전 전교조에서 발표한 설문조사에서 초등학생의 13%가량이 ‘시험이 끝나면 죽어버리고 싶다’고 답했다고 하더군요. 또 ‘자신이 한심하게 느껴진다’는 응답이 35%에 달했습니다. 한창 꿈을 먹고 살아야 할 시기인데 시험에 시달려 죽고 싶다고 하니 문제가 많습니다. ▦박 대표=맞습니다. 우리나라 가계는 사교육 때문에 흔들고 있습니다. 최근 통계에 나타난 사교육비보다 직접 피부로 느끼는 부담은 훨씬 큽니다. 학교에서는 선생님이 수업 중에 학생들에게 ‘너희들 학원에서 배워서 알지’라며 수업을 넘기기도 한다더군요. 저도 초등학교 3학년생 아이 한명 키우기조차 벅차서 둘째를 둘 엄두가 나지 않더군요. 특기나 적성을 고려한 방과후수업으로 사교육을 대체할 수 있는 조치가 필요합니다. 방과후수업 역시 프로그램의 질이나 만족도가 낮아 외면당하고 있는 게 현실입니다. ▦김지수씨=대학을 나온다고 모든 게 해결되는 것도 아닙니다. 이젠 서울대를 나왔다는 것만으로 편안하게 먹고 사는 시대는 지난 것 같습니다. 기업에서 주목하는 것도 지원자의 능력 정도입니다. 학교나 학생이 스스로 경쟁력을 키울 수 있는 방향으로 교육환경이 마련돼야 된다고 봅니다. 학생은 자신의 능력을 최대한 키울 수 있고 학교는 정부정책에 휘둘리지 않으면서 학생들의 능력을 발전시킬 수 있도록 뒷받침할 수 있어야 합니다. 그게 바로 경쟁력이죠. (부익부 빈익빈 또는 2대8사회에 대한 불만도 흘러나왔다. 이 주제는 자연스럽게 서민대책으로 이어졌다.) ▦박 차장=시내에서 운전을 하다 보면 고급 수입차를 너무나 쉽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한편으로는 부럽다는 생각도 하지만 일반적인 직장인이 그러한 수입차를 몰고 다니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그런 사람들을 보면 상대적인 박탈감을 느낄 수밖에 없습니다. 양극화 현상이 훨씬 더 심화된 것 같습니다. ▦나 과장=성실하면 행복으로 보상받는다는 평범한 진리를 잊고 산 지 오래됐습니다. 오히려 이런 말을 하면 주위에서 이상하게 바라보기도 합니다. 가치관이 무너진 것 같아 안타깝습니다. 각종 경제지표를 보면 좋게 나타나는데 서민들이 체감하는 경기는 전혀 그렇지도 않습니다. 차기 정부에 대한 기대가 크지만 걱정도 앞서는 게 솔직한 심정입니다. ▦박 대표=체감경기에 대해서는 저도 할말이 많습니다. 2~3년 전에 비해 가게 매출은 그대로인데 비용이 너무 많아 유지가 어렵습니다. 참여정부가 주장하는 분배도 성장을 전제로 해야 하는 것 아닙니까. 자영업자 대부분이 분배보다는 성장을 앞세울 것입니다. (실업문제 대책 역시 이번 대선의 핵심 점검사항이 돼야 한다는 의견이 강했다.) ▦김지수씨=청년실업 문제도 심각합니다. 대기업은 신입사원 채용을 자꾸 줄이고 있습니다. 일본 기업은 해외에서 다시 본국으로 유턴하는 경향이 있더군요. 정부도 일자리를 창출하기 위해서는 규제개혁 등으로 해법을 마련할 수 있지 않을까요. 아울러 취업할 수 있는 인재를 키워낼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해줘야 합니다. 대학교육과 입사준비는 너무나 달라 대학생활을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하는 학생이 많습니다. ▦박 대표=실업률이 높다고들 하지만 소상인들은 직원 뽑기가 가장 어렵습니다. 중소기업이나 소규모 업체에는 젊은 인력이 아예 오질 않습니다. 외국인 근로자를 채용하는 것도 인원제한 등 규제 때문에 쉽지 않습니다. 청년실업도 다양한 측면에서 바라봐야 합니다. ▦나 과장=젊은이들이 중소기업에 안 가는 이유는 급여를 비롯한 복리후생이 대기업에 크게 못 미치기 때문입니다. 대기업 입장에서는 수익을 많이 거둘수록 많은 세금을 내야 하니까 아예 직원들 복리후생에 비용을 처리해 세금을 줄이는 것입니다. 법인세 부분에서 중소기업을 지원하면 정부 정책이 아쉽습니다. 청년실업도 제도적으로 풀어야 할 것입니다. (마지막 주제는 여성 및 육아지원 문제였다. 이는 우리 사회가 오랜 기간 관심을 가져왔지만 여전히 미흡한 대목이 많은 주제이기도 하다.) ▦박 대표=여성으로서 아이를 저녁 늦게까지 맡겨둘 수 있는 시설이 부족해 아쉽습니다. 아이 때문에 고민하는 직장여성이 너무 많습니다. 신도시 안에서도 애들을 믿고 맡길 만한 곳이 없습니다. 사회에서 더 많은 배려와 지원을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김지수씨=맞벌이를 하지 않으면 살 수 없다고 얘기하는데 육아ㆍ교육문제는 정부가 책임져야 합니다. 마음껏 낳아 키우려면 보육시설을 확충하고 보육교사의 질을 높여야 합니다. 출산율 저하가 여성의 사회참여 때문이라면 사회참여하면서도 애를 잘 키울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고 잘 키울 수 있도록 확신을 주는 게 중요합니다. ▦박 차장=대선주자에게 ‘당신 딸에게 해주고 싶은 만큼만 해달라’고 말하고 싶군요.(웃음) 토론회에 나온 참석자들은 모두 ‘우리 사회를 관통하는 원칙이 없는 것 같다’며 차기 정부가 국민들에게 꿈과 희망을 주는 리더십을 갖고 원칙이 통하는 사회를 만들어줬으면 한다는 희망사항을 피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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