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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유가시대] 유류 교통세율 너무 무겁다
입력1999-04-26 00:00:00
수정
1999.04.26 00:00:00
손동영 기자
국제 원유가격이 급등세를 보이고있다. 국제수지와 물가에 위협이 된다는 분석이 나오고있지만 그보다는 당장 휘발유, 경유등의 가격이 들먹이는게 좀 더 현실적인 문제다.실제로 지난달말 국내 정유 5사는 휘발유가격을 ℓ당 1,174원에서 1,199원으로 일제히 인상했다. 그러면서 『4월말에는 좀 더 큰 폭으로 인상할 것』을 예고했다. 이제 휘발유가격은 곧 ℓ당 1,270∼1,280원까지 치솟아 사상최고치를 경신할게 분명하다. 이유는 단 하나, 국제유가 인상이었다. 원가가 오르니 완제품값이 오르는 건 당연하다는 논리다.
최근 국제유가 추이 = 지난 16일 배럴당 15.25달러를 기록하며 15달러선을 돌파한 두바이산 원유가격은 지난 21일 15.58달러로 상승행진을 지속했다. 지난 2월평균 10.0달러수준이던데 비하면 단기간에 엄청난 상승폭을 기록한 것. 지난해 평균 가격은 12.20달러였다.
서부텍사스 중질유는 지난 16일 17.34달러로 17달러선을 넘어선지 불과 4일만인 21일 18.09달러를 기록하며 18달러선을 무너뜨렸다. 최저였던 지난해 12월이 11.3달러에 비해 7달러가량 상승한 것. 지난해 평균가격은 14.43달러로 현재 가격은 이보다 4달러가량 높다.
국제유가 전망 = 주요 산유국이 감산합의를 예상보다 잘 지켜나가고 있어 상승세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코소보사태에 따른 미국의 수요증가도 국제유가 상승을 부추기고 있다는 분석이다.
유가가 지난 3월 중순까지 하락세를 보여 경제주체들이 이에 적응해왔기때문에 최근 급등세는 그만큼 충격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또 국제수지와 물가에 적지않게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고 국제유가가 단기간에 배럴당 20달러이상으로 급등할 것으로 보는 사람은 많지않다. 다만 지난해부터 꾸준히 유가가 하락, 반등에 따른 충격이 컸지만 앞으로는 이를 수습해나가는 추세가 될 것이란 분석이다.
재정경제부는 미국의 권위있는 유가예측기관인 에너지안보연구소(ESAI)나 산업자원부 등 국내 기관이 모두 유가급등세가 오는 7월이후에는 꺾일 것으로 보고 있다고 전했다. 국제원유가격이 배럴당 16달러선을 정점으로 하락세로 돌아서거나 보합세를 유지, 연평균 가격은 13∼16달러를 유지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는 것.
국내 유가의 변화와 전망 = 지난해 이후 국내유가의 변화는 「드라마」같다.
국제통화기금(IMF)체제에 들어선 직후 환율은 달러당 2,000원에 육박했다. 국제유가와 전혀 관계없이 환율상승만으로도 국내 기름값은 두배 가까이 오를 수 밖에 없었다. 그러나 계약후 3∼4개월이 지나야 원유가 실제 도입된다는 점에서 환율상승이 곧바로 기름값인상으로 이어질 수는 없는 일.
그러나 국내유가는 IMF체제 직후 큰 폭으로 뛰어올랐다. 지난해 1월9일 휘발유값은 ℓ당 1,135원. 그 충격으로 거리에서 자동차보기가 어려웠을 정도로 교통량이 급감하기도 했다. 불과 10여일후 가격은 다시 1,217원으로 뛰었다. 이후 소폭의 등락을 거듭하며 지난해 9월 1,224원까치 치솟았다가 최근엔 1,199원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사실 국제유가가 2월말이후 본격적으로 오름세를 탔다는 점에서 국내유가는 5월이후에나 올라야 정상이다. 그러나 정유사들은 『당국의 압력으로 유가인상요인을 떠안고있었다』며 4월말께 ℓ당 70∼80원 정도는 올릴 태세다. 그렇게 되면 휘발유가격은 ℓ당 1,270∼1,280원 수준이 된다. 말 그대로 사상최고를 기록한다는 계산이다.
교통세 인하의 필요성 = 지난해이후 휘발유 가격이 이처럼 오른 것은 원가가 올랐기 때문이 아니다. 교통세, 부가가치세등 석유류에 붙는 세금이 엄청나게 올랐기 때문이다. 지난 1월 ℓ당 1,217원이었을 때 휘발유 원가는 515원. 반면 ℓ당 1,199원인 지금 휘발유 원가는 207원이다.
문제는 세금. 지난해 1월 ℓ당 633.89원이던 각종 세금은 지금 903.66원으로 급등했다.
현재 재경부는 국제원유가격 상승에도 불구, 유류에 부과되는 교통세의 세율을 인하하지 않는다며 요지부동이다. 재경부 관계자들은 『국제원유가격이 배럴당 13∼16달러면 국내 휘발유가격은 리터당 1,210∼1,250원 사이가 될 것』이라며 『이 수준의 유가 상승은 에너지절약을 통해 흡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정유업계나 소비자들이 『세금 좀 내려달라』고 애원하고있다. 『해도 너무한다』는 불만이 갈수록 거세지고 있다.
특히 소비자들은 재경부가 이처럼 교통세율 인하에 반대입장을 보이는 배경을 의심하고 있다. 표면적으론 「에너지절약을 위해서」라는게 재경부가 내세우는 교통세율 대폭 인상의 배경이다. 그러나 정유업계나 세제전문가들은 『세수확보외에는 다른 어던 설명도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주장한다. 국제통화기금(IMF)체제이후 세수가 너무 부족해지자 가장 손쉽게 세금을 거둘 수 있는 교통세에 매달리고있다는 분석이다. 석유류가 팔리는 양만큼 자동적으로 걷히는 교통세야말로 정부가 아무런 부담없이 세수를 늘리는 수단이기 때문이다. 소득수준에 맞는 과세가 이루어져야한다는 공평과세측면에서 기나치게 무거운 교통세는 절대 바람직하지 않다는 지적이다. /손동영 기자SONO@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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