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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러 정상회담] 침체된 경협 다시 시동

김대중(金大中) 대통령과 옐친 러시아 대통령간의 28일 정상회담은 한반도와 관련된 4강과의 정상외교를 성공적으로 마무리했다는 데 일차적 의의가 있다.또 지난해 외교마찰과 양국의 경제위기에 따라 침체됐던 경제협력 관계를 새롭게 복원했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 이에 따라 앞으로 한·러 양자 관계가 상당히 활성화할 것으로 기대된다. 金대통령은 이번 한·러 정상회담을 통해 우리의 포괄적 대북(對北) 포용정책에 대한 러시아측의 지지와 협조의사를 확인함으로써 한반도 냉전구조의 해체와 평화보장에 밀접히 관계된 주변 4강의 협력기반을 공공히 했다. 金대통령과 옐친 대통령은 또 남북한과 한반도 주변 4강이 참여하는 6자회담을 통해 동북아 안정과 평화를 보장할 수 있는 다자간 안보협력체를 구성할 필요가 있다는데 공감했다. 이에 따라 한반도 문제는 전쟁당사자간 4강외교와 러시아·일본이 참여하는 6자회담의 두 채널이 상호보완관계를 형성하면서 평화의 틀을 구축하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물론 다자안보협력체는 관계국의 엇갈린 이해 때문에 조기에 구성될 가능성은 적지만 당사국들이 한반도의 영구적 안정과 평화를 위해 이러한 협력체가 필요하다는 데 공감하고 있어 머지 않은 장래에 가시화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번 정상회담 결과는 양국의 실질적 이해와도 부합됐다. 양국은 지난 94년 6월 김영삼(金泳三) 대통령의 러시아 방문 이후 지난 5년간 정상간 교류가 없을 정도로 소원한 관계를 유지해왔으나 이번 정상회담을 계기로 관계를 복원할 수 있게 됐다. 양국 정상은 이번 정상회담을 「건설적이고 상호보완적인 동반자관계」를 심화·발전시키는 계기로 삼는다는데 인식을 같이 하고 이를 위한 구체적인 합의도 이끌어 냈다. 양국이 정상회담 후 나홋카 한·러공단 개발협정, 원자력협력협정, 산업협력양해각서 등을 체결한 것도 이에 따른 것이다. 특히 러시아 연해주지방에 앞으로 11년내 100만평미만의 공단을 한국토지공사가 조성하는 내용의 나홋카 한·러 공단개발사업은 1단계 조성규모를 당초 30만평에서 6만평으로 줄이고 건설기간도 3년에서 6년으로 연장, 현실성있게 재조정함으로써 앞으로 가시적인 성과가 나올 것으로 기대된다. 러시아측은 외부인프라건설, 토지공사 현지 자회사에 대한 이윤세 면제, 공단내 반입 원·부자재에 대한 부가가치세 면제 등의 지원을 할 예정이다. 또 이번에 산업협력 양해각서를 체결함에 따라 우리측 우위분야인 조선, 기계, 전자, 소형컴퓨터, 의로기기, 소비재 등과 러시아측 우위분야인 우주항공, 정밀·광학기기, 슈퍼컴퓨터 등에 대한 산업협력이 가속화할 전망이다. 한·러 교역은 지난해 양국의 경제위기로 격감했으나 이번 정상회담에서 외환거래를 동반하지 않는 구상무역을 확대키로 함에 따라 다시 증가세로 반전될 것으로 예상된다. 양국은 앞으로 구상무역을 추진할 기관을 선정, 대금없이 거래하고 지정은행이 그 차액을 일정기간별로 정산토록 하는 시스템을 구축하게 된다. 우리측 청산은행은 수출입은행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밖에 러시아와 한·중·일·몽골 5개국이 모두 참여하는 이르크추크 가스전개발, CDMA 이동통신 기술협력, 바이칼호 주변 광물·산밀자원개발 등에 대한 논의가 상당히 진전된 것도 성과중 하나다. 다만 경협차관 상환문제는 93년 이전 상환도래분 1억1,260만달러에 대해선 연말까지 현물로 모두 갚고 94년 이후 만기분은 내년부터 현물상환한다는 원칙의 합의에도 불구, 러시아가 일부 탕감과 현물의 상당부분을 잠수한 등 방위산업물자로 가져갈 것을 요구하고 있어 쉽게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우리측은 현재 러시아 잠수함에 대한 현지실사 작업을 벌이고 있기 때문에 그 결과에 따라 상환가능성이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한편 옐친 러시아 대통령이 권력누수 현상을 겪고 있는데다 내년봄 대선이 예정돼 있는 점을 감안할 때 이번 정상회담의 여러가지 성과에도 불구하고 완전한 것은 되지 못한다는 평가가 나온다. 따라서 내년중 새 러시아 대통령의 방한을 통해 이번 합의에 대해 완벽한 모양새를 갖출 필요가 있다. /모스크바= 김준수 기자 JSKIM@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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