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회생과 파산신청 때 사전에 채무조정을 의무화하는 방안이 추진된다.
파산신청 등을 심사할 때는 금융전문가가 반드시 참여해 부실지원을 막고 신용회복위원회에 대한 국가 지원이 가능해진다. 도덕적 해이를 차단하기 위함이다.
새누리당과 금융위원회ㆍ금융감독원은 이 같은 방안을 골자로 한 개인채무감면제도 개편안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12일 파악됐다.
법원이 주관하는 개인회생과 파산은 채무자의 이자와 원금을 감면하는 최후의 수단이다. 그러나 일부 채무자는 갚을 능력이 있으면서도 빚을 면제받는 수단으로 악용했다. 개인회생을 신청한 후 초기 일부만 갚고 이자와 원금을 탕감 받은 뒤 다시 빚을 지고 개인회생을 신청하는 것이다.
개인회생과 파산을 대행하고 수수료를 받는 브로커들은 이를 부추기면서 채무자의 홀로서기 가능성을 무산시키고 사회활동을 막게 하는 부작용도 발생했다. 여기에 법원 관계자 위주로 구성한 개인회생 심사절차 역시 제도의 허점이라는 게 금융당국의 비판이다.
이에 따라 금융당국은 채무자 회생 및 파산에 관한 법률에 신복위 전문가를 통한 사전채무상담과 조정을 의무화하는 개정안을 검토하고 있다. 또한 민간기구로서 프리워크아웃과 개인워크아웃을 주관하는 신복위가 정부의 협조를 받을 수 있도록 법적 설립근거를 마련할 방침이다. 이 경우 현재 금융회사로부터 재원을 조달하는 신복위에 국가나 공공기관의 출연이나 보조가 가능해진다.
법원의 개인회생 승인을 심사하는 개인회생위원회에 금융당국 출신이나 금융전문가ㆍ시민단체가 일정 규모 이상 참여하도록 강제한다. 또 장기적으로는 한 사람이 여러 제도를 중복 이용하거나 소득이 있어도 신청할 수 없도록 국세청ㆍ신복위ㆍ법원이 정보를 공유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이와 함께 채무규모와 상관없이 빚을 줄여주는 개인회생제도를 금액별로 차등하는 방안도 논의하고 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5,000만원을 빚지든 5억원을 빚지든 똑같이 감면해주는 것은 성실한 채무자와의 형평성 면에서 맞지 않다"면서 "금융회사나 법원 등의 다양한 여론을 수렴해 기준을 마련할 것"이라고 전했다. 관련법 개정을 준비 중인 조원진 새누리당 의원은 "개인회생과 파산제도가 도입된 지 7년째지만 정책공급자 중심으로 이뤄지다 보니 각종 도덕적 해이 등 부작용이 발생했다"면서 "금융소비자 중심으로 전환하기 위해 제도 전면을 손질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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