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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불유예 1년 현주소] 러시아 경제 겉으론 회복세
입력1999-08-16 00:00:00
수정
1999.08.16 00:00:00
문주용 기자
러시아 정부가 100억달러가 넘는 GKO(정부발행채권)를 비롯, 수백억달러의 부채로 모라토리엄(대외채무 지급유예)을 선언한지 17일로 만 1년을 맞았다.아시아 경제위기가 여전하고 브라질내 외환위기의 전조가 싹트던 즈음에 발생한 당시 러시아 사태는 일순간에 세계경제를 꽁꽁 얼려버렸다.
대(對)러시아의 최대 채권당사자인 독일을 비롯, 유럽계 은행들이 패닉에 빠졌고 한국 등 아시아는 유럽과 미국 금융시장의 자금경색 사태로 또다시 큰 충격에 휘말렸었다.
◇경제 위기는 거의 사라졌다= 지난달 28일 IMF는 45억달러 규모의 러시아 구제금융 추가분에 대한 집행을 결정했다. 이로써 러시아 경제가 사실상 위기발생전으로 되돌아갔다.
실제 러시아는 각 경제부문에서 지표상 뚜렷한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우선 지난해 9월 한달 인플레율이 최고 38%에 달했던 것에 비해 올들어 3~6월 사이 월평균 2.5%로 안정세를 찾았다.
더욱이 올 2·4분기 산업생산은 전년 대비 5%나 늘어났으며 정부 재정도 전년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1.5% 적자에서 올해는 2% 흑자로 돌아설 전망이다. 경상흑자는 지난해 하반기 66억달러에 이어 올 상반기에는 51억달러로 늘어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문제는 이같은 완연한 회복세가 자체 경제개혁보다는 국제 원유가격 상승, 세계경제 안정 등 외부 요인에 전적으로 의존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정치 위기가 걸림돌이다= IMF가 추가로 45억달러를 지원키로 결정했지만 러시아 경제계는 이 돈을 구경조차 할 수 없다. 러시아 정계는 물론 중앙은행도 믿지 못하는 서방은 아예 이 돈을 종전 IMF 대출금을 갚는데 쓰도록 했기 때문이다.
자체적인 경제개혁보다는 단지 국제통화기금(IMF) 등 서방 진영의 지원을 끌어내는데만 몰두함으로써 오히려 불신을 자초한 셈이다.
특히 보리스 옐친 대통령은 모라토리엄 결정을 주도했던 세르게이 키리옌코 전총리를 시작으로 예브게이 프라마코프, 세르게이 스테파신 전총리 등을 차례로 전격 해임하고 지난 9일 블라디미르 푸틴을 지명하는 등 한치앞을 알 수 없는 정치행각을 벌였다. 대(對) 서방관계가 좋아지고 정치가 안정될 즈음이면 이들 총리의 목을 자르는 깜짝쇼로 국내 정치와 서방 진영을 뒤흔드는 새로운 「러시안 룰렛」를 서슴치 않았다.
앞으로도 12월19일로 예정된 총선과 내년 대선 등 험난한 정치일정에 따라 정치 혼란은 계속되리라는 전망이다.
러시아 채권국 모임인 파리 클럽은 코소보 사태에 대한 러시아 협조에 보답, 지난 1일 IMF 지원과 별도로 98년~2000년 만기 도래하는 기존 부채 80억달러에 대해 롤오버(상환연장)을 해주기 결정했다. 하지만 부채 연장이 아닌, 서방의 신규 자금을 러시아에게 투입해야 한다고 믿는 투자자들은 거의 없는 실정이다.
문주용 기자JYMOON@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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