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세청 외국계 펀드에 초강도 추징

국세청은 29일 론스타, 칼라일, 웨스턴브룩, 골드만삭스, AIG 등 5개 외국계 펀드에 대해 모두 2천148억원의 세금을 추징했다. 국세청이 외국계 펀드에 대해 일제 세무조사를 벌인 것은 극히 이례적인 일이다. 국세청은 일부 펀드와 관계자들에 대한 검찰고발 등 초강수 후속조치를 이어갈방침이어서 이번 과세를 둘러싼 법적 다툼이 일 가능성도 높아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지난 28일 론스타의 한국대표가 돌연 사임하는 등 외국계 펀드의대응 수위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실체 드러난 외국계 탈세 = 외국계 펀드의 탈세 유형과 규모는 ▲조세피난처를 이용한 조세회피가 1천473억원으로 가장 많았고 ▲국내소득의 해외이전가격 누락302억원 ▲증권거래세 신고누락 373억원이다. 모두 2천148억원에 달하는 이번 추징세액은 업계의 당초 예상치인 800억∼900억원을 두 배 이상 초과한 규모다. 조세피난처를 이용한 조세회피의 대표적인 예로는 론스타가 꼽히고 있다. 이번 조사결과, 미국에 본사를 둔 론스타가 벨기에에 설립한 `스타홀딩스'는 100% 출자를 통해 국내에 `㈜스타타워(론스타코리아)'를 설립했다. 론스타코리아는 시내 역삼동의 스타타워 빌딩을 6천200억원에 매입한 뒤 싱가포르투자청에 주식거래 형태로 9천억원에 매각, 2천800억원의 양도차익을 거뒀다. 이 과정에서 론스타는 `주식거래에 대해선 과세하지 못한다'는 한국과 벨기에간조세협약을 내세워 세금을 내지 않았다. 매각 주체가 `조세피난처'인 벨기에 소재법인이라는 주장이다. 그러나 국세청은 매각의 실제주체를 론스타 미국 본사라고 보고 `부동산 관련 주식을 50% 이상 보유한 부동산 과다법인의 주식은 과세할 수 있다'는 한미간 조세협약을 근거로 추징에 나섰다. 특히 국세청은 론스타 미국 본사가 스타타워빌딩의 인수에서 매각시까지 수차례에 걸쳐 `조세회피계획'을 작성, 계획대로 실행한 사실을 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함께 한 외국계 펀드는 국내에 설립한 자회사의 필요자금을 국내은행으로부터 직접 저리(低利)에 차입할 수 있는데도 투자자금을 조기에 회수하고 세금부담을 줄이기 위해 이자소득세가 면제되는 B국에 회사를 설립한 뒤 이 회사를 통해 고리(高利)로 자금을 우회차입, 국내 자회사의 소득을 부당하게 해외로 이전시킨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대해 국세청은 정상이자율과 국내 자회사가 실제 부담한 이자율간 차액을탈세로 규정, 추징했다. 윤종훈 서울지방국세청장은 "정상적인 이자가 8% 수준인데 비해 우회차입한 자금의 이자는 10%가 훨씬 넘는 수준"이라고 말했다. ◇"상상초월하는 로비 있었다" = 국세청의 이번 조사과정에선 로비와 압력 등상상을 초월하는 조사방해 행위가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조사대상인 외국계 펀드와 직.간접적인 연관이 있는 재계의 고위인사들이 "외국계 펀드에 대해 과세할 경우 국가이미지가 나빠진다", "주식시장에 큰 변동을 초래할 수 있다"는 등의 주장을 앞세워 유무형의 압력을 행사했다는 것. 실제 지난 22일 국회 재정경제위원회의 국세청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일부 국회의원들이 "외국계 펀드에 대한 조사가 늦어지고 있는 것은 외부의 압력과 방해 때문아니냐"고 질의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당초 예상액의 2∼3배에 달하는 2천148억원을 추징함으로써외부압력에 흔들리지 않고 엄정한 조사를 진행했다는게 국세청의 평가다. 아울러 국세청의 조사발표에도 불구하고 이날 국내 증권시장은 오히려 소폭 상승, 국내 증시의 기초체력이 외국계 펀드 조사로 인해 흔들릴만큼 약하지 않다는 것을 반증했다. ◇향후 쟁점은 = 국세청이 당초 예상과는 달리 론스타코리아가 아닌 미국 본사에 대해 과세한 것을 놓고 법리 공방이 일 전망이다. 국세청은 론스타 미국 본사가 `조세회피계획'을 만들어 이를 실행에 옮긴게 확인된데다 론스타 벨기에 법인이 스타타워빌딩의 소유자인 론스타코리아 주식의 취득. 관리.양도에 실질적으로 관여하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특히 국세청은 론스타 벨기에 법인은 실질적인 소득.자산의 지배.관리권이 없는조세회피만을 위해 설립된 `도관회사'라는 입장이다. 이에 따라 향후 추징과정에서 론스타 벨기에 법인이 한국과 벨기에간 조세협약 이 적용되는 실제 매각주체인지 여부 등이 쟁점이 될 전망이다. 국세청 김연근 조사기획과장은 "이번 조사에서는 (빌딩 매각 등) 영업활동의 실질적 주체에 대해 과세한다는 `실질주체의 원칙'이 적용됐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론스타가 이번 조사를 통해 검찰고발 등 조세범에 준하는 처벌을 받게 될 경우 국정감사 당시 의원들이 제기한대로 론스타의 외환은행 매입의 적격성여부도 법적 논란으로 비화될 가능성도 있다. (서울=연합뉴스) 이강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