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상수지 적자 비상] 흑자시대 끝났나 "적자구조 고착화 우려" 경제버팀목 흔들정부 "올목표 힘들다" 민간硏 "내년 22억弗적자" 적자 자체보다 IT·반도체등 수출편중이 더 문제 현상경 기자 hsk@sed.co.kr 외환위기 이후 한국경제의 버팀목 역할을 해온 경상수지가 마침내 '흑자 시대'가 끝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적자구조가 과거처럼 되풀이되면 우리 경제의 어려움은 그만큼 커질 수밖에 없다. 7일 이성태 한국은행 총재는 당초 목표했던 올해 연간 40억원의 경상수지 흑자 목표 달성이 어려울 것임을 공식적으로 인정했다. 연간 전체로 흑자를 내더라도 '0'이 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이에 앞서 한국경제연구원은 올해 20억달러 흑자가 가능해도 내년에는 22억달러 적자 반전이 불가피하다고 밝혔으며 삼성경제연구소 등 다른 기관들도 경상수지 상황 악화가 고착화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서울경제는 2회에 걸쳐 답보 상태인 소비와 투자 등 불안한 내수에도 불구, 한국경제 최후의 버팀목인 경상수지 둔화의 원인과 여파, 그리고 대비책을 점검한다. ◇단 한줄의 긍정적 경제지표마저…="96년의 무역적자는 97년 외환위기의 원인이 됐지만 2004년 무역흑자는 한국을 4대 외환보유국으로 만들었지요." 이희범 무역협회 회장(전 산업자원부 장관)은 한국경제에서 경상수지 적자가 갖는 의미를 이처럼 평가했다. 외환위기 직전인 지난 96년 당시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7%에 달하고 실업률은 2%에 불과하는 등 경제 펀더멘털이 좋다는 얘기가 계속 나왔지만 '딱 한줄'의 부정적 지표가 숨어 있었다. 바로 무역적자가 200억달러를 넘었다는 것이 그것이다. 반대로 카드사태로 신용불량자가 늘어나고 소비가 침체되 신음소리가 높았던 2004년에는 무역흑자 200억달러라는 버팀목이 있었다. 96년의 경우 국가 위기로 이어졌고 2004년의 경우 불평불만의 수준에서 마무리됐다. 단 한줄의 경제지표, 즉 경상수지가 우리 경제의 흥망과 직결돼왔다는 진단이다. 실제로 정부의 강력한 부동산 정책 등의 여파로 연이은 둔화세를 보인 2004년 이후 우리 경제는 거의 수출증가에 따른 경상수지 흑자에 목매달아 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경기가 안 좋다는 지적이 일 때마다 우리 정부는 '두자릿수 수출 증가율이 여전히 지속된다'는 한마디로 국민들을 안심시켜왔다. 그만큼 기업들이 내수부진을 해외에서 적극 메워나가니 투자도 늘어날 거고 고용도 늘고 소비도 잘 될 수 있다는 지적이었다. 그러나 이제 그 한줄의 긍정적 불씨도 서서히 사그라지는 추세다. ◇적자 자체보다 적자가 확대될 구조가 문제=전문가들은 경상수지 적자 신호의 의미를 적자발생 자체에서보다 그 같은 현상이 발생된 구조가 고착화된 점에서 찾고 있다. 우선 저하된 기업들의 수출경쟁력 저하다. 한은이 발표하는 '무역지수 및 교역조건 동향'에 따르면 기업들의 수출경쟁력을 나타내는 순상품교역조건지수(1단위 수출대금으로 수입할 수 있는 물량)는 매분기 사상 최저치를 경신하고 있다. 이 지수의 저하는 그만큼 수출단가는 떨어지고 수입단가만 오르고 있어서다. 지속적인 유가 등 원자재 상승세에 비해 일부품목에 한정된 국내 기업의 수출구조가 더 비싼 상품을 내다팔기 어려운 상황을 야기한다. 권순우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수출제품이 반도체ㆍIT제품 등 일부 품목에만 집중적으로 몰려 있는 제품 구성상 문제점이 크다"며 "이들 제품은 진입장벽이 상대적으로 낮은데다 가격등락폭에 따른 변동폭이 많다"고 지적했다. 특히 90년대 후반 들어서면서 경쟁국들의 진입이 늘면서 수출단가가 더욱 하락했다는 것. 이처럼 수출이 늘어나도 실익이 없다고 걱정해야 판에 미국과 중국의 경기 둔화 및 긴축 움직임으로 상품 수지 흑자 지속 자체가 의심받고 있는 것이다. 정부는 기껏해야 유가가 하향 안정추세를 보이고 있어 수입 증가폭이 줄어들 것이라고 위안하고 있는 형편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 내버려뒀던 국내 서비스업 경쟁력 상실은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적자폭을 확대하고 있다. 해외여행ㆍ유학 등으로 나라 밖에서 쓰는 돈이 줄어들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 8월의 경우 사상 최대의 서비스 적자 발생마저 우려된다. 여기에 '과다한 개입'이란 비판에 몸을 사렸던 정부의 환율정책이 유연성을 상실한 점도 적자 확대의 한 요인으로 떠오른다. 경상수지 흑자로 달러가 넘칠 때 미리미리 이를 처리할 수 있었다면 원화강세 폭도 지금보다 낮아져 기업들의 부담이 더 줄었다는 것. 그러나 해외투자 등을 통한 달러 유출 규모가 낮아 발생한 과도한 원화의 힘이 결국 수출기업의 발목을 잡았다는 지적도 있다. 입력시간 : 2006/09/07 1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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